김 지사가 왜 그럴까

2023.06.26 16:29:43

[충북일보] 김영환 충북지사가 또 다시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김태수 전 충북도 정무보좌관에 대한 보은인사 때문이다. 회전문 인사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낙하산 인사 논란까지 일으키고 있다.

*** 비선 실세라도 있는 걸까

충북도장애인체육회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었다. 이 자리서 김 전 보좌관을 신임 사무처장으로 심의·의결했다. 김 전 보좌관은 오는 29일 도장애인체육회장인 김 지사에게 임명장을 받는다.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 2년이다.

김 전 보좌관은 지난 4월 제천 산불 술자리 논란 등에 대한 책임 때문에 경질됐다. 이번 인사로 두 달여 만에 복귀한 셈이다. 기막힌 재취업이다. 회전문·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김 전 보좌관 사무처장 내정 소문은 지난달 중순부터 돌았다. 본보는 지난 달 15일 '면직된 충북도 보좌관 보은인사 소문 무성'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도장애인체육회 차기 사무처장에 김 전 보좌관이 임명될 것이란 내용이다. 인사 결과는 보도 내용과 일치했다. 충북도 관계자의 말은 결국 거짓이 됐다.

곡절 없는 비판이나 논란은 없다. 김 전 보좌관은 지난 4월 사표를 제출했다. 김 지사의 친일파발언, 산불술자리 파문 속에 정무라인 교체론이 거세게 일던 때다. 충북도는 4월 30일자로 김 전 보좌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그리고 사표수리 불과 보름 만에 내정설이 제기됐다. 이어 2달 만에 소문이 사실이 됐다. 체육인들은 전문 체육인이 충북장애인체육을 바꿔 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달라진 게 없다. 인사권자인 도지사 전유물의 공고함만 더했다. 현 사무처장의 임기마저 무시된 듯한 느낌이다.

이쯤이면 당연히 의문이 든다. 김 지사가 왜 그럴까. 왜 자꾸 비합리적 인사를 할까. 도대체 김 지사의 의지로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의 힘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하는 짓 같다. 의심할 만한 인물이 없는 건 아니다. 내부에선 누구나 다 알 정도로 소문도 났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그런가. 왜 아직 그렇지. 왜 아직 김 지사 주변에서 비선 실세 노릇을 하지. 의심은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비선 실세는 결국 보이지 않는 손의 영향력이다. 으스스하고 소름 돋는다. 힘의 막강함과 음험함에 기가 질린다.

김 지사 취임 후 '도정의 2인자'와 관련해 설왕설래했다. 많은 사람의 입에서 부정론이 나왔다. 직위를 넘어선 과도한 역할을 경계했다. 김 지사가 왜 그렇게 그와 긴밀하게 교감하는지 궁금해 했다. 아직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도청 인사 등 김 지사와 연관된 일엔 그의 그림자가 보인다. 해법도 제시한다. 그의 영향력 발현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이전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단체 인사에선 더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그가 충북 도정을 위해 헌신(·)하는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김 지사가 취임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거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지난 1년은 되레 비선 실세가 도정을 좌지우지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비선은 권력의 음지에서 피어나는 나쁜 곰팡이다. 혁신행정에 암적 존재다. 김 지사는 허심탄회한 소통으로 도민들의 기대와 소망을 지켜줘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인사야말로 최고의 정치적 행위다.

*** 숨은 실세 정리가 답이다

위기가 늘 기회와 함께 하진 않는다. 누가 실세인가. 실세라면 먼저 김 지사와 특별한 관계여야 한다. 쉽게 악역을 맡기고 기꺼이 맡을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 서로 뭔가 고맙고 미안해하는 느낌을 가져야 하는 관계다. 그게 지금 김 지사 주변의 실세 조건이다. 가신이거나 동지, 피붙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숨은 실세는 위험하다. 역사는 돌고 도는 부메랑이다. 김 지사의 민선8기는 1년밖에 되지 않았다. 앞으로 3년이나 남았다. 지나간 1년보다 앞으로 남은 3년이 더 중요하다.

위험의 징조가 여럿이다. 앞날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김 지사는 성공을 위해 날선 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겸손하고 자기 비판적이어야 한다. 비선 실세가 있다면 지금 제거해야 한다. 건전한 사회는 건전한 비판이 자유로울 때 이뤄진다. 김 지사는 건전한 비판을 받아들여 조화롭게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부족한 뭔가를 채우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게 성패의 갈림길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숨은 실세는 결국 숨은 권력이다. 숨은 권력은 썩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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