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패션, 그저 동물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

2023.06.07 16:05:37

이한솔

프로덕트스토리지 대표

아침에 새소리로 눈을 뜰 수 있는 건 정말 행운입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만약 출근길에 길거리의 귀여운 고양이를 마주친다면 그 고양이가 품고 있는 골목 전부가 따듯해지죠. 누군가가 자신의 반려견을 모임 장소에 데려온다면 그 강아지는 여기 모든 사람들의 눈빛과 목소리를 사랑스럽게 만듭니다.

동물이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렇게나 우리에게 사랑과 행복을 전해주는 존재가 분명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사랑하는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패션에 희생되는 소나 오리, 토끼 등의 동물들도 사실은 감정도 있고 고통도 느낄 수 있습니다. 동물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감정이 섬세하고 자신들만의 라이프스타일과 삶의 지혜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패션이나 뷰티 등 인간에 사용되기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은 우리의 시선이 잘 닿지 않기에 그 고통과 슬픔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오로지 패션에 사용되기 위해 길러지는 대량 사육 전문 농장들은 이들에게 비좁은 환경, 열악한 위생, 각종 스트레스와 질병을 동반합니다. 이 광경은 너무 처참하기 때문에 패션을 소비하는 대중들에게는 꽁꽁 숨겨서 절대 보여주지 않는 부분이죠. 하지만 지금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알 수 있는 정보들이 꽤 많이 드러나있습니다. 관련 다큐들과 서적, 기사들, 그리고 이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비건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동물 복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는 7년 전부터였습니다. 당시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던 시절, 어느 모피 회사와의 미팅 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동물의 발이 행거에 주렁주렁 매달려 미팅 장소에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죠. 내가 입고 있는 이 옷이 저런 동물에서 왔다는 것을. 그래서 그날 미팅이 끝난 뒤, 행거에 걸려있던 동물이 어떻게 키워지고 어떻게 가죽이 벗겨져 옷으로 만들어지는지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관련 서적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왜 몰랐을까요? 겨울에 입는 패딩 속에는 오리 털이, 들고 있는 가방과 신고 있는 신발은 소가죽이라는 사실을요. 이때부터 저는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패션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저는 완벽하게 비건을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일상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합니다. 가죽 신발은 중고로 구매하고, 주말엔 비건 김치를 만들고, 계란을 살 땐 동물복지가 적힌 걸 고르고, 새 시즌 옷을 디자인할 때 동물성 소재를 대체할 원단을 계속 찾아다닙니다. 또한 거창하게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저에게 좋은 옷이란, 단순히 멋진 옷을 넘어 보다 나은 삶을 추구했을 때 정말 좋은 옷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이것이 제가 울 이나 가죽, 털 등의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비건 패션'이라고 하면 너무 강하게 또는 너무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거창하게 무언가를 만들려 하진 않습니다. 그저 저희가 제작하는 옷 안에서 동물들을 지켜보려 합니다.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행복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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