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存在의 書

2021.03.22 19:48:09

存在의 書
                         서부련
                         충북시인협회




세월을 담보 삼아
생명을 대출 받은 네 육신이
그 이자 같은 들숨 날숨이 끊길까하여
산삼 녹용도 못 미더워
온갖 몬도가네 같은 보약을 다리고 달여
거치 기간이 한 백년 늘어났다 하자
언젠간 도래할 상환 날짜를
잠시 유예했다하여
햇볕에 이슬 같은 네 신세를 면하겠느냐?

네가 기업(企業)을 일으켜
그 식솔이 수십만 명 된다고 하자
세상에 드문 고급 세단에 몸을 실어
구두 밑바닥엔 흙 묻은 흔적도 없고
사람들의 코가 땅에 닿을 듯 굽실거리면
햇빛 틈새에 난무하는 티끌이 우습겠느냐?

옥황상제 헛기침 한 번이면
우람하던 근육도 삭은 통나무 같고
무소불능(無所不能)으로 휘두르던 권력도
마른 풀잎을 흔드는 바람만도 못하거늘
더불어 사는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존재를
개밥에 도토리로 여길 것이 무엇이냐?
그렇게 홀대하던 도토리도 떠나면
너 홀로 개 밥되어
역한 쉰 냄새만 풍길 것을!

저 드넓은 갯벌엔
꽃게도 구멍 하나
돌게도 구멍 하나
그나마 밀물이 밀려오면
흔적도 없더이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