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부부

2021.03.14 17:40:49

부부
                          김미옥
                          충북시인협회




벽에 못을 박는다
망치로 못의 정수리를 후려칠 때마다
밤의 골이 깊어간다

못의 날카로운 부분이 힘을 받아
깊숙이 들어간다
못의 본분은 찌르는 일

벽과 못이
못과 벽이
서로의 본분을 읽어내는 깊숙한 밤

서로 섞이기 위해 견제하는 아픔을 갖는다

벽 속에 박혀 빠져나올 수 없는 못은
결국 벽에게 몸을 맡긴 채 잠이 들고
서투른 못의 길 찾기에 몸을 내준 벽은
깊은 상처를 잊으려 못을 품는다

벽과 못은 서로를 품었으니
녹 슬 일 없이

옆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집주인의 샤워 소리도 듣는다

그렇게 세상은 섞이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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