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여성 기업인을 만나다 ③ 문순천 나이스레이저

'철의 여인' 금속으로 작품을 만들다
산업용 레이저 커팅·절곡·절삭 업체
손톱 크기부터 2m×6m 가공 가능
정교함·기술력 갖춰… 장비 투자 활발
"크레인 6각 붐 제조, 전국 최고 기술"
"여성 기업인, 도전 정신으로 좌절 말아야"

2021.01.12 20:37:08

ⓒ김태훈기자
[충북일보] 수 백㎏에 달하는 철판 위로 빛줄기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빛이 흐른 흔적마다 실같은 금이 그어지고 재단된 철덩어리들은 후두둑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철은 물론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도 여지없다.

사람이 다룰 수 있는 모든 금속은 '철(鐵)의 여인' 문순천(55) 대표 앞에 놓이면 예술작품의 소재가 된다. 정교한 설계와 커팅, 절곡을 거친 금속은 하나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문순천 나이스레이저㈜ 대표가 금속 가공업을 시작한 건 지난 2006년 5월 부터다.

여성으로서 금속을 다루는 일은 쉽지 않은 일 이었다. 관련 업계 20년 안팎의 경력으로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직원들과 소통하며 기업을 이끌고 있다.

나이스레이저는 산업용 레이저 커팅, 절곡, 절삭, 탭핑, 소성가공 등을 주로 하고 있다. 판금과 제관 등 산업용 구조물 제작도 가능하다.

손톱만 한 크기의 제품부터 최대 2m×6m 크기의 모든 금속을 커팅할 수 있다. 금속 커팅은 특히 '정교함'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문순천 나이스레이저 대표가 손톱 크기로 레이저 커팅 가공한 '금속 자전거 모형'을 들어보이고 있다.

문 대표는 "손톱만 한 크기의 자전거도 커팅이 가능하다"며 정교함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다.

정교함에다 기술력까지 갖췄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나이스레이저는 현재 30여 곳의 거래처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한 업체만 집중하지 않는다. 모든 업체가 '주 거래처'다.

나이스레이저의 기술력은 '크레인 붐 절곡' 분야에서 정점을 찍었다. 관련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나이스레이저는 보통 4단, 또는 6단으로 만들어지는 크레인 붐의 가장 끝단을 제조한다.

이 크레인의 붐의 끝단은 '6각 붐'으로 만들어지는데 정확한 각도 계산과 군더더기 없는 마감, 깔끔한 마무리 용접이 가능해야 한다.

나이스레이저의 6각 붐은 충북을 넘어 전국 관련 업체로부터 '국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표는 "크레인 붐 절곡 기술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며 "전국에서 크레인 붐을 구매하기 위해 찾아오는 기업들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문 대표는 더 정교한 제품, 더 좋은 제품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최근 8억 원 상당의 레이저 커팅 장비를 새로 도입했다. 국내에 몇 대 없는 장비다.

문 대표는 "새로 도입한 파이버 레이저(Fiber Laser) 장비는 속도와 정교성 면에서 이전 세대의 장비를 압도한다"며 "더 좋은 제품, 정교한 제품 생산이 가능해져 관련 제품을 찾는 기업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됐다. 또 회사 발전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문 대표의 십여년째 이어진 과감한 투자는 매출 상승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매출은 40억 원에 미치지 못했지만, 2020년은 40억 원을 넘어섰다.

문 대표는 "올해는 50억 원의 매출을 실현할 수 있는 사업 계획을 갖고 있다. 10년 안에 100억 원 매출을 올리는 강소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일이 쉽지는 않았다. 사업장에 상수도 시설이 들어오지 않아 레이저 장비 냉각수로 사용할 수돗물을 공급하는데 애를 먹었다.

인근 수도설비가 된 마을까지 차를 갖고가 수돗물을 받아오곤 했다. 문 대표는 결국 자비를 들여 수도 설비를 갖췄다.

문 대표는 차가운 금속에 파묻혀 일하면서도 따뜻한 정을 나누는데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지역 내 환아를 위한 개인적인 기부와 함께 매달 어린이재단에 후원금을 전하고 있다.

문 대표는 도내 후배 여성기업인들에게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문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 기업인들은 IMF와 금융위기 등을 헤쳐나왔다. 이미 경험을 통해서 튼튼한 몸과 마음을 무장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창업을 했다면 좌절해서는 안된다.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매진하면 주변에서 조력자가 반드시 나타난다. 도전 정신을 갖고 부딪히고 이겨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성홍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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