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서리꽃

2020.12.09 20:01:58

서리꽃
                         박찬승
                         충북시인협회




긴 밤 예리한 서슬 세워
시리게 겨울 꽃으로 피웠는가

호숫가 수양버들
흰머리 풀어 새벽바람 가르고
가슴 저린 영혼들을 밤새 엮어
흰비단 깔아 편 순백의 파편들로
겸손히 낮아버린 호반의 겨울

쓰린 가슴 안으로 쓸어내리며
동트는 눈부심에
겹쌓인 허물을 벗어내는
해탈의 아픔 있는 날
평범에 절여진 삶의 무게에
무거운 머리 차마들지 못하고
터덜터덜 걷는 호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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