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인삼박사

2020.11.29 18:05:33

인삼박사
                           정진헌
                           건국대 교수




아버지는 인삼박사
자연이 준, 아니
고달픈 외길 인생이 준 학위일 것이다.

아버지는 평생 인삼 농사를 업으로 삼았다.
수해를 입어도, 인삼 값이 형편없어도
다른 작물을 심을 법도 한데, 늘 한결같다.
아버지의 작은 키만큼만 땅에 통대를 박고
인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그늘을 내렸다.
아버지의 굽은 허리만큼만 자라도록 약을 주고
인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잡초를 뽑으셨다.

아버지는 항상
자연이 주는 겸손함을 기다리셨다.
봄날에 피어나는 새싹을 사랑했으며,
여름날 무더위에 힘들어 하는 잎들을 사랑하셨다.
가을날 고개 숙인 줄기를 사랑했으며,
한겨울 추위에 숨죽인 뿌리를 사랑하셨다.

정년이 없는 아버지의 인생길
칠순 중반을 넘은 그 길에 언제부턴가
효도라디오가 외로움을 달래 줄 동반자가 되었다.
정겹게 들려오는 한 많은 인생 노래,
바람이 되어 인삼밭에 울려 펴지면
오늘도 아버지는 흥얼거리시며
소주 한잔에 남은 생을 위해 굽은 허리를 펴신다.
해를 가슴에 품고 사는 농부의 따뜻한 마음으로
흙의 시름을 달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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