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그곳에서

2020.11.12 19:04:35

그곳에서
                         정여원
                         충북시인협회




그때였다
창백한 은사시나무 사이로
포개고 앉은 가을 산이 움찔거리고

바람이 제 소리를 낸다
휘어진 길을 노 젓듯
가을 속으로 발 내딛었다

저수지에 잠긴 산 그림자 유난히 길어 보이고
물수제비 소리에 소금쟁이 화들짝 놀란다

앞서 가던 오리떼 날갯짓이 빨라지고
느닷없이 찾아든 불청객에 놀랐을 나무
어깨에 묻은 가을을 슬쩍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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