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서리 맞은 갈잎 한 장

2020.11.05 19:55:39

서리 맞은 갈잎 한 장
                         원상규
                         제천문인협회



들차던 푸르름
아낌없이 쏟아주고
어머님처럼 깨어나지 못하는 잠을 잔다
빨갛게 노랗게 꺼멓게

생명 세상에
나이테를 하나 더 그린 갈잎은
빌려쓴 시간을 내려놓고
방향 없는 길을 가고 있다

넋걷이 끝자락 허허벌판
내 뒷모습 지우고 남은 것은
서리 맞은 갈잎 한 장
갈잎은 그렇게 멈춰 서서
삶과 죽음 사이
벽을 허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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