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손문숙
충북시인협회
고모댁 가는 길
파아란 하늘 정다운 양떼구름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탁탁 부서지던 햇빛
온 숲을 가로질러 나뭇잎과 반짝였지
그곳이 신작로의 끝 세상의 끝인 줄 알았네
그러나 너머에도 길은 이어지고
그 낯선 도시에 살게 되었지
오래도록 동경하던 그 길로
노루가 뛰어놀고 청설모가 숨어들고
때때로 가슴에 피어나던 엷은 미풍과 하늘거리는 민들레
햇빛이 적당히 숨어버린 날
빗줄기 사이로 이마 위에 지는 주름살들
그러나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여전히 부서지는 햇빛
신작로 너머에도 길은 이어지고
그 낯선 도시에 살게 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