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귀농귀촌이면 좋겠다

2020.07.05 15:10:47

용미숙

충북도 농촌상생팀장

지난 4월 어느 날 사무실에 한 민원인이 찾아왔다.

집안 어른의 농지 4천 평과 농촌주택을 관리해주면서 농촌에 살고 싶은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사용료는 무료지만 반드시 부부여야 하고 연 1회 종중 시제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들었을 때 왠지 내용이 석연치 않고, 섣불리 소개해주다가 된서리 맞는 것은 아닌가 싶어 그냥 묻어두고 말았다.

두 어 달 후 이번에는 귀농하고 싶으니 살집을 소개해달라는 부부가 찾아왔다.

두 어 달 전 민원인이 생각나 연락해보니 아직 관리인을 찾지 못했고 이력서를 검토 후 면접절차를 거쳐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까다롭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양쪽을 연결해주면서 면접이 어떻게 진행될지 상당히 궁금해 참관을 해봤다.

면접에는 5팀이 응시(?)를 했고 사무장이라는 분이 한 분 한 분 상당히 심도 있는 질문을 하고 있었다.

사무장이라는 분은 지난 4월부터 매주 응시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고 농지와 주택관리의 사적인 부분은 물론, 농촌에 대한 응시생의 생각, 농작물 재배 경험, 농촌 지역사회와 잘 소통할 수 있는지 등의 능력을 평가하고 있었다.

또한, 농지와 주택의 관리를 부탁하는 집안 어른에 대해서도 자세히 물어보니 도내 한 시골마을이 고향인 성공한 사업가로서 장학사업은 물론 고향 사랑에 대한 책을 펴낼 정도로 고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분이었다.

이처럼 심도있는 면접을 통한 귀농귀촌이라면 적어도 농촌 지역사회와의 소통 부재로 인한 다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 귀농귀촌인들이 농촌공동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많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사전 면접을 통해 융화·소통의 중요성을 듣는 것이 훨씬 체감도가 높을 테니 말이다.

우리 도에서는 귀농귀촌인과 지역주민과의 공동체 문화 형성을 위한 다양한 갈등관리·융화교육, 선진지 견학, 체험활동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렇게 농촌으로 이주하기 전에 지역에 대한 사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농촌으로 이주 후 지역주민들과 정(情)문화를 형성하는데 훨씬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됐다.

농촌 지역주민이나 마을협의회 등이 주체가 되어 농촌의 빈집과 농지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농촌에 애정을 갖고 살고자 하는 예비 귀농, 귀촌인을 선발하여 그들의 멘토가 되어 준다면 농지와 주택 등 자립기반이 부족한 청년 농업인에게는 농업창업의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고, 농업으로 전업하고자 하는 중장년에게는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될 것이고, 자녀 출가 후 쓸쓸하게 남겨진 노부부의 농촌생활이라면 지역사회가 돌봄이가 되는 복지가 되지 않을까.

인구감소로 쇠퇴해가는 농촌마을의 사라져 가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자금 지원을 통한 불특정 대상을 기다리는 귀농귀촌이 아니고 지역주민이 먼저 나서서 우리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고 손짓하며 정을 주고받는 귀농귀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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