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백 년의 봄

2020.06.11 19:31:31

백 년의 봄
                         이현복
                         충북시인협회




아버지가 리무진을 타고 가신다
마지막과 처음 사이로 차갑게,
벚나무 가로수 꽃잎 사이로 가신다
기골이 장대했던 백년의 꿈 버리고,
햇빛을 지나 처음인 어둠속을 가신다

창문이 열린다
확인하세요.
천도에서 나온 아버지를 본다
백년을 걸어온 아버지의 무릎뼈를 본다
호랑이 같던 눈빛, 사라진 호통소리를 본다

어떻게 빠아드릴까요
거칠게 할까요.
곱게 할까요.

커튼이 내려지고
아버지의 무릎과 척추가 쿵쿵 지축을 흔든다
울음사이로 아버지, 마지막 봄의 뚜껑을 닫는다

세상은 만삭의 몸 바람의 혀는 부풀어 오르는데
오만가지 빛깔은 흙알갱이들의 눈을 톡톡, 두드리는데
나래원 유리건물 꼭대기에 흰 구름 한 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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