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강정화 시인, 문학박사, 한국문인협회시분과회장
명령을 거역하지 않는
충직한 사병처럼
맞아도 쓰러지지 않고
제 방향으로 도는 옹골진 모습
때려도 울지 않는 채
차가운 빙판에서도
현란한 꿈을 그리며
돌고 도는 예사 몸짓이 아닌가 보다
내려치는 회초리 끝
묻어나는 뜨거운 전율로
때리지 않아도 돌아가는 혼
고통마저 입 다문 채 참아가며
얼음판에서 몇 번 혼절하다가
스스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수만 번 시련을 견디어 내는
아무래도 예사 넋이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