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천생연분

2020.03.18 16:03:29

천생연분
                            정남 충북시인협회



오른쪽 눈은
눈물도 별로 없고 먼 곳도 훤히 꿰뚫어보고
눈치가 있어서
흙먼지 불어오면
눈 깜짝사이에 죽은듯 엎드려있고
깔끔한 성격이라서
눈꼽이 근처를 얼씬거리지 않게 단도리도 잘한다

왼쪽 눈은
툭하면 눈물이다
안과에 진료라도 받으러가는 날이면
미리 겁을 먹고 눈동자 기운을 잃는다

마주볼 수 없어도
같은 곳 바라보는 부부로 맺어진 인연
부부도
둘이서 똑같으면 함께 살기 힘들다는데
그래서
한 쪽은 눈물도 많고
어리숙하고 겁 많고 게으르고
한 쪽은
깔끔하고 당차고 완벽하고
바늘로 콕 찔러도
피 한방울 흘리지 않을만큼 냉정하고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