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
정남 충북시인협회
오른쪽 눈은
눈물도 별로 없고 먼 곳도 훤히 꿰뚫어보고
눈치가 있어서
흙먼지 불어오면
눈 깜짝사이에 죽은듯 엎드려있고
깔끔한 성격이라서
눈꼽이 근처를 얼씬거리지 않게 단도리도 잘한다
왼쪽 눈은
툭하면 눈물이다
안과에 진료라도 받으러가는 날이면
미리 겁을 먹고 눈동자 기운을 잃는다
마주볼 수 없어도
같은 곳 바라보는 부부로 맺어진 인연
부부도
둘이서 똑같으면 함께 살기 힘들다는데
그래서
한 쪽은 눈물도 많고
어리숙하고 겁 많고 게으르고
한 쪽은
깔끔하고 당차고 완벽하고
바늘로 콕 찔러도
피 한방울 흘리지 않을만큼 냉정하고
천
생
연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