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병원에 다닐까, 작은병원에 다닐까

2017.08.31 14:07:31

권순길

충북대학교병원 내과교수

수술로 뚝딱 치료하는 외과나 정형외과와 달리 내과에서 치료하는 당뇨병이나 고혈압은 몇 주 동안 약을 먹는다고 완치되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이 20년, 30년 동안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길고 지루하지만 치료를 받는 보람도 크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심장, 뇌혈관, 콩팥 합병증이 생기면서 수명이 짧아지지만, 잘만 관리하면 수십년도 문제 없다. 그러다 보면 내가 지속적으로 다녀야 할 병원을 반드시 정하셔야 한다. 언뜻 생각하면 무조건 큰 병원이 제일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정말 큰병원에서 관리를 받으면 몸이 더 나아질까.

우선 대학병원의 장점이라고 하면좋은 검사장비를 많이 갖추고 있다는 점이 있다. 가지고 있는 약제나 주사제의 종류도 많고 의사들도 많다. 그런데 대학병원 의사들은 정말 모르는 것이 없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병을 다 알고 있는 것일까. 의사가 되는 과정은 의대를 졸업하고 '일반의'가 된 후 전공의 수련 과정을 거치면서 '전문의'가 된다. 요즘은 의학이 발전하면서 더 세부분야까지 전공하는 '분과전문의'들도 양성이 된다. 사실 대학병원 교수들은 전문의 과정을 다 마치고 더 깊은 분야의 분과전문의가 되어 있으며 연구도 더 해서 박사학위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특수한 분야를 더욱 깊게 연구하면 그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늘어나지만, 과거에 공부했던 다른 분야의 지식은 오히려 부족해지기 쉽다. 실제로 신장학 분야의 전문의인 필자는 콩팥병 치료 지식은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고 있지만, 한 분야만 더 연구하다 보면 같은 내과라도 소화기내과나 호흡기내과의 최신 지식들은 오히려 뒤쳐지고 있다. 개인의원 내과전문의가 대학병원에 신장내과에 환자를 보내는 목적은 환자를 치료할 줄 모르기 때문이 아니고 일반 상태는 다 파악이 되어 있지만, 콩팥질환에 대한 전문 지식을 확인하고 치료에 참고할 의견을 듣기 위해서 이거나, 개인의원에서는 시행할 수 없는 CT나 MRI, 여러 특수검사, 신장 조직검사와 같은 검사를 부탁하기 위한 것이 가장 많다.

다시 당뇨병과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주제를 옮기면, 사실 한 알의 항 고혈압 제제로도 잘 조절되는 고혈압 환자가 꼭 대학병원에서 투약받아야 할 필요는 전혀 없으며, 오히려 동네 전문의의 관심과 능력에 따라 심장이나 신장이 많이 나쁜 환자분들도 충분히 조절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조절을 받는 분들도 많다. 그럼 정말 대학병원이 필요한 분들은· 모든 병의 초기에 여러 검사를 통해 합병증이 얼마나 와 있는지 확인하고 기본적으로 조절이 되면 가까운 병원으로 다시 가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대학병원의 의무이다. 또, 환자의 상태가 나빠져 입원해서 조절하거나 다른 돌발문제가 발생했을때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를 조절하는 것도 대학병원이 하는 일이다. 최근들어 국가적으로도 대학병원에 중증이 아닌 단순질환들, 즉 단순 상기도감염, 합병증이 없는 단순 당뇨와 고혈압 환자의 비율이 일정 수준이 되지 않도록 권유하고 있으며 중증질환 환자 수가 적은 대학병원은 수준낮은 병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질환으로 대학병원을 찾는 분들이 아직도 많아서 의료보험도 이러한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본인부담금을 더 받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대학병원이 3시간 기다려서 3분 진료를 하지 않으려면 큰 문제가 없는데도 큰병원을 찾는 분들이 적어져야 하겠다. 주변을 잘 둘러보시면 뛰어난 명의가 동네에 숨어 계시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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