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오적(乙巳五賊)

2017.08.23 15:07:38

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장

1905년11월19일 하야시공사는 각부 대신을 일본공사관으로 불러 을사조약 승인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신들이 반발함에 따라, 일본군대의 엄호 하에 다시 고종이 게시는 덕수궁 별채 중명전으로 불러 을사조약 승인을 종용했다. 이날 회의에 참정(총리)대신 한규설, 탁지부대신 민영기, 법무대신 이하영, 학부대신 이완용, 군부대신 이근택, 내부대신 이지용, 외부대신 박제순, 농공상부대신 권중현 등 8명이 참석했다. 한규설과 민영기, 이하영은 적극적으로 반대하였으나 다른 사람들은 공포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찬성도 반대도 아닌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에 같이 참석했던 이토 히로부미는 "각 대신들의 의견이 확실히 반대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신 8명중 5명이 찬성하였으니 조약 안건은 가결되었다"고 선언했다. 고종은 묵시적으로 승인했다.

을사조약은 일본 군대를 앞세워 강제로 체결된 것이며 조약문의 공식명칭도 없고 황제의 도장도 없다고 한다. 외부대신 박제순과 하야시공사간에 체결되었다. 일본의 압박으로 민영기와 이하영은 결국 친일파로 변절하고 말았다. 이날의 결정으로 인하여 조선은 외교권을 일본에 넘겨주게 되고 한일합방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조선 최고의 대신들로서 나라 안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에 위협이 두려워, 아니면 자신의 안위를 위하여 조국을 배신하여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신'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이들은 모두 을사조약을 찬성한 공로로 일본으로부터 작위와 직함을 받고 많은 부를 축적하였으며, 자자손손이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곳곳에서 애국단체로부터 암살위협에 시달렸다. 이근택은 자객의 습격으로 13군데나 칼에 찔리는 부상을 당하였고, 이완용은 이재명 의사의 암살시도가 있었다. 이들은 일반국민은 물론 집에서 부리던 종이나 머슴, 기생으로부터도 매국노로 멸시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들 친일파 후손들은 부모덕분으로 많이 배우고 높은 관직에 올라 상류층을 형성하고 호의호식하며 부귀영화를 누리고 잘 살고 있다.

한편,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직업이 없거나 학력도 낮아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일합방이 되었을 때 뜻있는 권문세가들은 재산을 팔아 국권회복 운동을 위하여 만주로 들어갔다. 이들은 의병활동과 교육운동을 통하여 독립운동가와 군대를 양성하였다. 독립운동가중 많은 사람이 일본군에 붙잡혀 형무소 생활을 하였고 대부분 병사하였다. 가족들은 옥바라지에 가산을 탕진하다보니 교육은 물론, 생계도 어려웠던 것이다. 사후에도 빼앗긴 조국강산에 묻히는 것을 거부하고 만주벌판에 잠들었다. 이들은 부귀영화를 거부하고 애국애족의 마음과 희생정신으로 막막한 세월을 보내다 죽어갔고 그들의 후손들은 오늘도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제의 잔재가 상존하고 있는 지금, 반민족행위자 재산몰수 또한 요원한 일이다. 그간 독립유공자와 그 가족에 대한 인식이 낮고 처우 또한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독립운동에 대한 기록 관리 소홀로 사료가 부족하여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희생한 최소한의 보호도 인정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많다. 그 들에게 가족생업을 유지하기 위한 형평성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우리의 최소한의 도리이며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다. 그리고 소위 '을사오적'으로 지목된 분들의 후손에게도 그들이 받았을 고통과 부끄러움이 본인의 잘못에 기인함 것이 아닌 만큼 포용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불행하고 뼈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모두가 대동단결하여 굳건한 나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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