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재미동포, 맥도날드 TV광고 李 대통령역 화제

2008.09.07 13:30:54

70대 재미동포, 맥도날드 광고모델 李 대통령역 화제

70대의 한인이 새로 제작되는 맥도날드 TV광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김광태(73, 피터 김)씨로 이번 맥도날드 광고는 '세계의 지도자들'이라는 주제로 올 가을부터 전파를 탈 예정이다. 지난달 26일과 27일 LA의 맥도널드 광고세트장에서 촬영돼 현재 편집 등 후반 작업을 하고 있으며 빠르면 이달 말부터 전국 TV 채널을 통해 방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은 두 명의 경호원을 대동하고 리무진을 탄 이명박 대통령(?)이 맥도날드 매장을 찾아 '드라이브인 쓰루'로 주문한 후 차 안에서 경호실장에게 훈계조의 전화를 하는 것이다. 특히 광고 속 대통령은 한국말로 "박 실장. 일을 어떻게 그렇게 처리하십니까? 잘 하세요. 아시겠습니까?"라고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출연진으로는 경호원역에 흑인과 백인 두 명이 캐스팅됐고 치어리더 3명, 엑스트라 30명이 동원됐다. 김광태씨는 "간단한 대사지만 세시간을 되풀이할만큼 공을 들였다"고 소개했다.

이번 대통령 역은 100여명이 오디션에 참여, 3주 간의 선발 과정을 거쳐 김씨가 최종 영광을 안았다. 사실 김씨의 경력은 다채롭다. 미국영화배우조합(SAG) 회원으로 30년 간 코카콜라, 노스웨스트 에어라인, LA 유나이티드 등 수백편의 광고에 출연한 것은 물론, 영화배우, TV 탤런트, 성우 등으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광고에 주역으로 출연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지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이 열렸을 때 한국인 다이빙 코치로 출연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광고는 맥도날드 광고 사상 처음 등장인물이 전원 동양인들로 구성된 가운데 LA의 '리틀 도쿄'에 마련된 촬영장을 서울 종로 거리처럼 꾸며 제작했다.

이번 광고는 맥도날드로선 12년만의 '한국 버전'인 셈이다. 김광태 씨는 "1996년 광고도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방영 계획을 세웠는데 이번 광고도 프로덕션에서 한국에 공급할 수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해 현직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광고 방영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광태씨는 1970년 미국에 이민 와 주유소 종업원, 구두 수선공, 공사장 인부, 리무진 운전사, 보디가드 등 안해 본 것이 없을만큼 고생을 했다. 합기도 4단의 무술 실력을 갖췄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플레이보이'로 유명한 재벌 휴 헤프너의 보디가드도 맡는 이색 경력도 있다.

배우가 된 것은 실로 우연이었다. 헐리우드의 거물 프로듀서인 퀸 마틴이 과거 닉슨 대통령이 사용하던 리무진을 백악관으로부터 구입, 김씨에게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 제안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전 대통령의 리무진을 몰면서 경호원도 했으니 대통령 광고의 인연도 각별한 셈이다.

"퀸 마틴의 보디가드 겸 기사로 한 3년을 일했는데 이 사람이 은퇴하면서 '바니 비 존스'라는 TV 프로에 출연해볼 생각이 없냐고 묻더라구요. 연기도 모르는데 어떡하냐고 했더니 누구는 엄마 뱃속에서 배워서 나오는줄 아냐고 도전해보라고 하더군요."

이후 'MASH(야전병원)' 시리즈의 한국 의사역, '엘렌'의 한국인 남편, '와이즈 가이'의 비즈니스맨 등으로 출연했고 영화, 광고, 성우의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졌다.

연예 활동을 하면서도 그는 가발수입회사를 창업, CEO로 20년 넘게 운영하며 연간 2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키웠다. 1990년대 초 큰딸에게 사업체를 물려준 후 그는 뒤늦게 배움의 길에 몰두했다.

충남 공주가 고향인 그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소년가장이 되어 제대로 배우지 못한 한을 갖고 있었다. 기왕이면 배우 활동에 도움이 되는 언어를 배우기로 하고 1990년대 초 UCLA 익스텐션 과정에 등록, 일본어를 3년 간 배웠다. 이후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중국 칭화(淸華)대학으로 유학을 떠나게 됐다. 그의 나이 62세 때의 일이었다.

그러나 "중국 내 규정상 60세 이상 외국인 유학생은 받지 않는다"며 비자 발급이 거절돼 낙담하기도 했지만 한 칭화대 교수의 도움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아는 사람만 있으면 죽은 사람도 살아난다는 말이 있다더니 중국 영사관과 안면있는 중국인 교수를 대동하고 갔더니 비자를 주더군요. 허허…"

1997년부터 3년간 초급부터 고급까지 마스터한 그는 2000년 LA로 돌아왔다가 다시 중국의 정치 경제 문화를 폭넓게 공부할 목적으로 상하이의 명문대 교통대학에서 6개월 간 연수도 받았다. 상하이 교통대학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모교로도 유명하다.

덕분에 이제 그는 종종 중국인으로 착각할만큼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한다. 일본어까지 마스터한 덕에 주요 광고와 영화 TV에서 한·중·일 3개 국 캐릭터를 거의 독점할 정도가 됐다. 1년 전부터는 스페인어 공부에 몰두, 이제는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언어 전문가'가 됐다. 또 중국 무술을 본격 연마, 다양한 국적의 제자들을 거느린 '사범님'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동갑내기 부인 헬렌 김 씨와의 사이에 딸 줄리(47) 씨와 두 아들 어거스틴(45), 미카엘(43) 씨 등 3남매를 두었으며 이들은 모두 명문 UCLA를 졸업하고 어엿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줄리씨는 아버지와 함께 파트타임 배우와 모델로도 활약하고 있다.

올해 대학에 진학한 줄리씨의 딸 에리카 민(18) 양도 할아버지 덕분에 아기 때부터 모델로 데뷔했고 빼어난 미모로 올초 미스코리아 남가주 미로 당선돼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하는 등, 팔방미인의 내력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김광태씨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은 3년 전 미주중앙일보의 수기 공모에서 우수상의 기쁨을 안았고 당선작들이 '나의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그는 "제 나이 겨우 일흔셋입니다. 죽을 때까지 공부하구요.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영화를 하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성우를 할겁니다. 나이 들었다고 인생을 멈추지 마세요. 미국에 계신 분들은 조국 한국을 뜨겁게 생각해 주시구요"하고 주문했다.


기사제공:뉴시스(http://ww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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