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정씨가 자신이 만들어 둔 꽃차의 종류와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홍규기자
최유정씨가 앞마당에 핀 구절초 무리에서 깨끗하고 잘 여문 것들을 정성스럽게 따 나무 소쿠리에 담으며 말을 이었다.
"꽃차도 약초와 마찬가지로 식물 고유 성분을 최대한 유지시키면서 생기를 살려야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게 자연 성분을 해치지 않은, 자연의 이치에 따른 원리를 파악해 꽃차를 만드는 방법을 터득했다"
나무 소쿠리에 담긴 구절초 꽃 위로 두툼하고 빨간 맨드라미도 따 넣는다. 빨간 맨드라미 옆엔 노란 국화와 짙은 녹색의 구절초 풀잎까지 자리 잡았다. 꽃차의 향에 취하기 전 이미 그 짙은 자연의 색 만으로도 취할 지경이다. 흔히 보던 들풀과 들꽃이 최씨의 손에서 '꽃차'로 다시 태어날 시간이다.
최유정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 앞마당에서 딴 구절초와 맨드라미 꽃이 담긴 나무 소쿠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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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꽃차를 만드는데 일절 기계를 쓰지 않는다. 자연적인 방법으로 직접 자신이 만든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딴 꽃과 잎에서 불순물과 흙을 제거하고 세척해 소쿠리에 담아 그늘진 곳에서 자연 건조한다. 자연 건조를 통해 20% 정도 수분이 증발되면 게르마늄 솥에 넣고 덖는다.
얇은 꽃잎이 타지 않도록 온도 조절을 해 가며 볶고 식히는 과정을 계속한다.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자리해야 하는 인고의 시간이다.
덖어진 꽃과 잎에서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고 향기를 가두기 위해 뚜껑을 덮어 재운 뒤 최종적으로 게르마늄 솥에서 손으로 덖어 고열 처리를 한다.
"마지막으로 고열 처리할 땐 손이 정말 뜨거운데 그래도 손으로 해야한다. 그래야 꽃과 잎의 형태가 상하지 않아 보기에 좋고 향도 더 좋아진다"
최씨는 꽃차의 향과 효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고 금속 재질의 솥이나 전기 프라이팬도 쓰지 않는다.
금속 재질을 사용하면 민감한 꽃과 잎에 쇠 특유의 냄새가 배기 때문이다. 또 전기 프라이팬은 고르게 열이 전달되지 않아 일정하게 덖어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르마늄 재질의 솥과 전기 핫플레이트를 사용한다. 그 덕에 금속 냄새 문제를 해소하고 열 조절도 가능해졌다.
그가 고안한 방법은 품질 좋은 꽃차를 만들 수 있게 했지만 그만큼 고된 노동을 필요로 했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100% 수제' 만을 고집하는 그에게서 '최씨 고집'을 엿볼 수 있었다.
최유정씨가 구절초를 덖기 위해 체(얼개미)에 가지런히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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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가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도라지꽃차에 물을 붓자 파란 가을하늘 색의 꽃잎이 물을 머금고 만개한다. 살아 있는 꽃이 아침 햇살에 기지개를 켜듯 말라 있던 잎이 하나하나 생기를 띤다. 향기가 퍼지듯 꽃잎에서 파란색이 퍼져나와 유리주전자를 가득 채운다.
천연색으로 물든 꽃차를 찻잔에 따르며 최씨가 말을 잇는다.
"허브차나 커피보다 더 낫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 알아 봤는데 식약청엔 국내의 꽃차와 관련된 성분이나 효능은 거의 등록이 안 돼 있었다. 그게 불만이라서 개인적으로 성분검사를 받아보려 했더니 300만원이 든다기에 만드는 과정만 특허로 해 두고 있다. 성분은 아직 등록하지 못했다"며 "도라지꽃차는 기침하는덴 즉효다. 소염 작용에 좋은 꽃차도 있고 비염에 잘 듣는 것도 있다. 향기 뿐만 아니라 효능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증명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최유정씨가 구절초 꽃과 잎, 맨드라미로 '아트차'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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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향과 효능은 물론 보는 즐거움을 몇 배로 느낄 수 있는 '아트차'도 개발했다.
여러 종류의 꽃과 꽃잎을 한데 보기 좋게 묶어 꽃다발과 같은 모양으로 차를 만든 것이 그것이다.
"뿌리, 열매, 가시까지 모두 차가 될 수 있다. 금계국이 소염제 역할을 하는데 단풍잎도 그와 같은 역할을 한다. 효능이 같은 것들끼리 엮어서 아트차를 만들면 그 효능이 배가 된다. 꽃을 덖을 땐 모양도 중요하지만 성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한 송이의 꽃차보다 다발로 묶여진 아트차는 보기에도 더 좋고 효능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최씨는 꽃과 잎을 사용한 차 뿐만이 아니라 꽃·잎·분말을 활용한 백설기, 약식, 쿠키, 약술 등도 만들고 있다. 또 중국의 보이차에 버금가는 '발효차'를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쑥과 구절초로 만든 발효차를 5년째 숙성시키고 있는 그는 둥근 '떡' 모양으로 차를 만든다 해서 이름 지은 '떡차' 특허를 받았다.
최씨는 "우리나라의 식물로도 충분히 좋은 발효차를 만들 수 있다. 쑥은 물론이고 뽕잎, 감잎 등 우리나라에서 나는 잎으로도 효능 좋은 발효차가 된다. 보이차만이 최고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차도 최고의 차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 김병학·성홍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