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 악기인 '피리'는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남자 중의 남자 악기다.
상대적으로 좁은 음역이지만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부터 폭포수 같은 우렁찬 소리에 이르기까지 소리의 섬세함은 어느 악기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다.
피리연주자 김한성(32)은 국악 연주에서 멜로디를 이끌어가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 중 하나다.
피리는 여러 악기가 한데 어우러져 합주할 때도 우렁찬 소리 때문에 연습량이 많은 것은 티가 안 나지만 연습량이 부족해 오는 실수는 조금도 용납이 안 되기 때문이다.
"피리는 실제 굉장히 예민하고 상당한 집중력과 폐활량을 요하는 악기예요. 입으로 숨을 불어널어 연주하기 때문에 호흡조절도 잘해야 하고 웬만큼 노력해서는 잘한다는 소리 듣기도 어려운 악기 중 하나예요."
서울 출신인 그가 피리를 시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다. 부모님의 권유로 하게 됐는데 이후 서울 국악예고에 진학하게 됐다. 그런데 고1 첫 실기시험에서 우연치 않게 1등을 하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당시 피리에 대한 마음의 움직임이 없었던 그에게 당시 1등은 자신의 천직이 될만큼 큰 동기부여가 됐다.
그는 중요무형문화재 49호 전수자로 전 서울시립국악단인 故 김성운 선생으로부터 사사했다.
"당시 선생님께서 거문고를 연주했는데 아쟁, 태평소, 피리, 해금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루셨어요. 대부분 연주자들은 한 악기에 올인 하는 편인데 여러 악기를 다루는 모습이 신기했어요. 그런데 지금의 저도 그래요. 피리 외에도 태평소, 아쟁, 해금 등 여러 악기를 다루는 모습이 어느새 닮아 있더라구요."
올해 그의 가장 큰 포부는 자신의 연주 모습을 UCC 영상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UCC의 파급력이 큰 만큼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를 알리기에 이 만한 것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지난 2012년 청주시립국악단에 입단한 그는 청주를 '서울의 작은 축소판'에 비유했다. '한강'대신 '무심천'이 흐르고 문화예술의 도시이기도 하고.
그는 "연주자의 기법에 따라 힘차고 부드러운 음색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것이 피리의 매력"이라며 "올해는 모두가 '파랑'을 들을 때, 자신있게 '빨강'을 들 수 있는 그런 독특한 연주 실력을 갖춰 보다 다양한 연주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 김수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