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은 외양간 고칠 이가 없다

2014.08.20 16:26:45

'소(牛)'들이 단단히 뿔이 난 모양이다.

도축장과 우시장을 탈출한 소들이 연이어 청주 도심을 질주했다.

올해만 벌써 3번째다.

단순히 소가 뛰어다녔다면 해프닝으로 넘길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난 2월 도축장을 탈출한 젖소에 받혀 50대 남성이 숨지기까지 했다.

인사사고로 이어진 명백한 안전사고에도 충북도와 청주시 등은 서로 책임을 회피하며 여전히 손을 놓고 있다.

공통된 주장은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오전 10시3분께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 도축장에서 32개월 된 수컷 황소 한 마리가 탈출했다.

도축장을 탈출해 인근을 배회하던 황소는 탈출 20여분 만에 도축장 관계자들에게 붙잡혔다.

다행히 인명피해 등은 없었다.

지난 2월 사람을 숨지게 한 젖소가 탈출했던 그 도축장이었다.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 후에도 제대로 된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 같은 연이은 사고에 시 관계자는 도축장 인·허가 권한을 가진 도에서 관할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안전문제는 도축장 자체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축장 관계자는 소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며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시는 상급기관인 도에, 도는 사실을 은폐하기 급급한 도축장에 책임을 떠넘겼다.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단순히 소가 탈출해서가 아니다.

한 문제를 두고 책임을 떠넘기기 바쁜 그들의 모습이 실망스러울 뿐이다.

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지만 누구하나 손들고 나서는 이가 없다.

지난 지방선거 기간 모두 '안전'을 외쳤다.

세월호 침몰 등 연이은 대참사에 안전이 최대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현실은 변함이 없다. 사고가 발생해도 적극적인 문제해결의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모습에서 안전은 멀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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