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만 법석…李 대통령 방미

2008.04.17 23:42:44


방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뉴욕타임스 비즈니스 섹션 1면 톱사진으로 올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비즈니스섹션 프런트 페이지에 JP모건의 제임스 디몬 회장과 건배하는 사진이 게재돼 눈길을 끌었다.

미주 한인들은 뉴욕타임스가 대한민국 최초의 ‘CEO대통령’을 표방한 이 대통령에 걸맞는 대접이라고 반갑게 생각했을 법 했다. 그러나 사진만이었다. 정작 기사는 JP모건 등 월가 은행의 수익 전망에 관한 것일뿐 이 대통령의 행보는 한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게다가 사진 설명도 ‘제임스 디몬 JP모건 회장과 남한의 지도자 이명박(James Demon, JP Morgan’s Chief, with South Korea’s leader, Lee Myung-bak’)’이라고 달아 마치 이 대통령이 JP모건 회장을 위해 나온 조연(?)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대통령을 ‘지도자(Leader)’로 표현한 것은 상대가 JP모건 대표인만큼 ‘프레지던트(President)’를 사장(혹은 회장)으로 오해되는 것을 막으려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 독자들은 ‘남한(South Korea)’이 국가인지 기업명인지, 대체 왜 이 사진이 실렸는지 헷갈렸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로 ‘사우스 코리아의 리더’가 월가 은행 회장과 건배했는지 일체의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뉴욕에서 1박2일을 머문 동안 차세대지도자 모임과 동포간담회, 연례 만찬, UN방문, 뉴욕증권거래소 타종, 한국투자환경설명회 등 숨돌릴 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과거 대통령이라면 사흘은 족히 걸렸을 일정을 ‘불도저’라는 별명답게 강행군을 펼쳤지만 안타깝게도 주류 언론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방미전 뉴욕타임스가 한차례 인터뷰 기사를 실었을뿐 이 대통령의 뉴욕 행보는 신문이건 방송이건 도무지 접할 수 없었다.

15일 삼성이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에 방미환영 전면광고를 실지 않았다면 이 대통령의 뉴욕방문은 일반 독자들이 전혀 알지 못하고 지날 뻔 했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그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무려 80명에 이르는 최대 규모의 기자단이 수행하며 대통령 일행의 시시콜콜한 동정까지 전하고 있지만 미국의 주류 언론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침묵으로 일관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방미가 시기적으로 안 좋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역사적인 미국 방문과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의 방문과 겹쳤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이 이들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브라운 총리조차도 ‘교황의 그늘에 가렸다’고 기사를 뉴욕타임스가 올릴 정도였다. 이날 타임스는 브라운 총리의 미국 방문이 교황의 일정과 거의 겹쳐 주목을 받고 있지 않다면서 “영국의 가디언지가 ‘미국이 세계의 지도자를 위해 열광적인 환영을 했다. 그리고 영국 수상도 그곳에 있었다’고 (비꼬는) 제목을 달았다”고 보도했다.

그나마 영국 수상은 이렇게라도 보도됐지만 주류 언론에게 한국 대통령 소식은 철저히 관심밖이었다. 영국의 총리 일행이 교황의 방문과 중복되지 않게 미국 방문 일정을 조정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을 정도라면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일정은 더더욱 세심하게 고려돼야 했다는 것이다.

일정 조정이 불가능했다면 최소한 이 대통령이 한국투자환경설명회에서 직접 투자를 요청하는 보기드문 장면은 주류 언론에 비중있게 보도되도록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인 원종훈씨(뉴저지 팰팍거주)는 “뉴욕타임스와 월 스트리트 저널같은 신문의 권위와 전문기자들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정말 아까운 일이다. 뉴욕총영사관이 평소 주류 언론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지 않았다는 반증이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기사제공:뉴시스(http://ww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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