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중사로 전역한 김씨는 변변한 직장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사회의 벽은 높았다. 서른 중반을 넘긴 나이로는 기업의 신입사원 모집에서 서류통과조차 쉽지 않았다. 주특기가 전차 승무 출신인 까닭에 특별한 기술도 없어 더더욱 내세울 게 없었다.
김씨는 "기업이 군 출신을 우대한다는 건 옛말이다"며 "세상 물정도 어두워 사기라도 안 당하면 다행"이라고 하소연했다.
청춘을 조국에 바친 30~40대 제대(재향) 군인들이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쟁에서의 생존기술은 익혔지만, 먹고 사는 1차원적인 문제인 사회 생존기술을 익히지 못해서다.
충북도재향군인회에 따르면 충북지역의 제대군인은 영관급(소령~대령) 1천178명, 위관급(준위~대위) 7천474명, 부사관(하사~원사) 7천293명 등 모두 1만5천945명이다.
시군별로는 △청주시 6천270명 △충주시 2천155명 △청원군 1천659명 △제천시 1천439명 △음성군 1천24명 △괴산·증평군 796명 △진천군 679명 △옥천군 602명 △영동군 560명 △보은군 398명 △단양군 363명 순이다.
신고되지 않은 전역간부를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보훈처가 최근 5년간 충북지역의 제대군인 취업률을 조사한 결과, 총 1만5천945명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8천291명(52.6%)으로 나타났다. 절반 가까이는 '실업자'인 셈이다. 취업이 되도 영업직, 판매직 등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 서비스직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44.6세. 군 조직 특성상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계급정년, 진급누락 등의 이유로 연간 6천여명이 조기퇴직한다. 군 계급이 낮을수록 재취업 소요기간이 길어 취업하는 데 평균 하사 17.1개월, 중령 8.9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 외국의 재취업률이 9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공공분야 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에서도 자발적인 제대군인 채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올해 전역한 김창엽(영동군) 전 예비군 지휘관은 "자녀양육, 교육 등으로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기인 30~40대에 전역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군인 대부분이 원치 않은 전역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제대군인을 위한 정책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마의수 충북재향군인회 사무처장도 "일반 공무원은 정년을 보장받지만 군인은 활동이 왕성할 때 전역하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며 "전역자 취업지원을 위해 군과 민간이 협력수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새누리당 송광호(제천·단양) 의원은 지난 7월 제대군인을 채용한 고용주에게 임금 일부를 지원한다는 골자의 '제대군인 지원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중장기 군 복무를 하고 전역한 제대군인이 일반 회사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뒤 7개월이 지나면 해당 회사에게 6개월 동안 매월 65만원의 임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송 의원은 "장기 복무 제대군인 10명 중 4명은 창업을 하지 않는 한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다"며 "취업지원 제도를 확대해 제대군인의 원활한 사회복귀를 돕고자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주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