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무심천 인라인 스케이트장이 늦은 밤 시간대 임에도 불구하고 더위를 피해 나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김태훈기자
6월19일 32.9도, 6월20일 32.5도. 요즘 청주의 낮 최고기온이다.
살랑거리던 봄처녀가 방금 전 떠난 것 같은데, 심술보 불가마는 무심하게도 벌써 왔다.
때 이름 무더위는 여름밤 풍경도 앞당겼다. 열대야 현상 때나 볼 수 있는 한여름 밤 가출(?)이 벌써부터 청주지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명암저수지 밤바람 '솔솔'
20일 밤 9시 명암저수지. 산과 물을 타고 온 바람이 양 볼을 간질인다. 한증막에서 나와 냉탕에 들어간 기분이다.
족히 200명은 넘어 보이는 시민들의 피서법은 각양각색이다. 호숫가에 돗자리를 펴고 수박을 잘라 먹는 가족들. 통닭에 맥주를 즐기는 직장 동료들.
꼭 껴안은 채 오히려 더위를 즐기는 연인족도 꽤나 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아줌마들의 표정이 재밌다.
수박 장수가 두 번째 트럭을 몰고 온다. 벌써 한 트럭을 다 판 모양이다. 트럭에서 수박을 내리자 여러 가족들이 달라 붙는다. 수박 장수 입가가 올라간다.
명암저수지 광장 한 켠에 자리 잡은 포장마차도 바쁘다. 주인은 "음료 아이스박스 2개를 다 팔았다"며 "나로선 폭염이 매일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열치열' 땀 빼는 게 최고
같은 시각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 20~30대 남성 수십명이 인라인을 즐기고 있다.
헬멧과 고글을 멋들어지게 눌러 쓴 이 남성들은 더위와 정면 승부를 택했다. 바로 '이열치열'. 더위엔 땀을 빼는 게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김모(42·흥덕구 운천동)씨는 "집에만 있으면 더 덥다"며 "1시간 정도 운동하고 샤워하면 잠도 잘 온다"고 했다.
김 씨의 옆을 '조깅족'이 지나간다. '헉헉'거리며 뛰어가는 70대 할아버지를 불러 세웠다. "뛰면 더 덥지 않으세요?" "덥긴! 얼마나 시원한데. 같이 뛰자고~".
◇듣던 중 반가운 '비 소식'
이런 여름밤 풍경은 며칠 간 보지 못할 듯하다. 22일부터 최장 27일까지 중부지방에 장맛비가 내린다는 기상청 소식이다.
충북은 22일 낮부터 비(강수확률 60~80%)가 내리겠다. 22일 밤부터 23일 사이 시간당 2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23일 밤 12시까지 예상 강수량 40~100㎜.
장맛비가 내리면서 기온도 크게 떨어지겠다. 22일 낮 최고기온은 청주·충주 26도, 추풍령 25도 등 24도에서 27도로 전날보다 6~7도 가량 낮겠다. 듣던 중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 임장규·김경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