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꽃동네에 ‘세계조리 박물관‘

2007.04.09 06:37:04

자신도 어렵고 힘든 처지에 있으면서 고국에 대한 정을 잊지 못하고 평생 동안 모은 전 재산을 기꺼이 투자해, 조리기구 박물관을 세운 독일교포가 지역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현재 암 투병으로 고생하면서도 자신의 전 재산 3억원과 평생 수집한 세계 각국 조리기구를 전시하는 세계조리기구박물관을 음성군 맹동면 음성꽃동네 사랑의 연수원 내에 건립한 독일교포 서순원(73·세례명 세실리아)씨.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서 씨는 8일 일생동안 수집한 세계 각국의 주방기구 3천여점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건립하고 이날 개관식을 갖고 꽃동네에 기증했다.

서 씨가 이날 개관식을 갖게 된 조리기구박물관은 독립운동가인 부친과 어머니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든 인생역경을 딛고 일어선 자신을 보여주고, 또 그들에게 용기와 자립, 자활의지를 심어주기 위해 건립하게 됐다.

지난 1934년 대구 달성의 부농의 집안에서 태어난 서 씨는 당시 독립운동가였던 부친이 전 재산을 독립운동자금으로 내놓게 되면서, 가세도 기울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게 됐다.

서 씨는 중학교 입학 후 6.25전쟁으로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으며, 이때 설상가상으로 피난길에 전신이 마비되면서, 열 다섯 꽃다운 나이에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는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된다.

그는 또 자신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당시 한국에 파견된 프랑스의 선교단체와 함께 전라도, 경상도 등을 돌며 나환자들을 돌보는 일에 나섰다.

남을 위해 봉사하자는 굳은 의지를 보여 온 그에게 일생의 전환기를 맞게 된 것은 65년 초, 서 씨의 헌신적 봉사에 감동을 받았던 당시 프랑스 선교단원들이 귀국 후 자국 정부를 통해 서 씨를 초청하게 되었고, 정신적 지주였던 홀어머니를 남겨두고 정든 고국을 떠난다.

프랑스 북부에 정착한 그는 파리 등 주요도시에서 나환자와 한센병 환자들을 돕는 활동을 40년 이상 해왔다.
이 때 건축기사로 함께 봉사활동을 하던 독일인 클라우스 코올러( Klaus kohler·66)를 만나 결혼한 뒤 1968년 그를 따라 독일 뮌헨에 정착하게 됐고, 이때부터 동양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요리자격증 취득 후 강단에 서는 등 맹활약을 시작했다. 또 요리를 하면서 세계 각국의 솥과 국자, 냄비, 찻잔, 접시 등 조리 기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맘에 드는 진귀한 물건을 무조건 구입했다.

이렇게 모은 조리기구가 3천여 점에 이르게 됐고, 그는 조국으로 가져가 박물관을 짓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음성꽃동네에 건립키로 하고 지난 2001년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한편 서 씨의 이 같은 따뜻한 마음에 감동을 받은 꽃동네는 8일 오전 개관미사를 올려주고 박물관 이름을 ‘꽃동네 서순원박물관’으로 명명해주었다.

음성 / 조항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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