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의 40년 세월

2023.05.08 15:02:12

[충북일보] 과속도 이런 과속이 없다. 이른 봄꽃이 두서없이 피더니, 초록도 이르다. 대청호변도 어느새 녹색 세상이다. 신록의 눈부신 감동도 없이 곧바로 녹음으로 넘어간다. 그래도 푸른 청남대 풍경이 아름답다.

*** 충북도, 제2의 국민 개방 시도

청남대는 1983년 12월 대통령 별장으로 완성됐다. 올해 마흔 살이다. 대청호 안쪽에 안락하게 자리 잡고 있다. 청남대로 개칭하기 전 이름이 영춘재(迎春齋)다. 봄을 맞이하는 장소다. 당시 대통령 전용 보트 이름도 영춘호였다. 청남대는 2003년 세상에 공개됐다. 1983년 건립돼 대통령 전용 휴양지로 사용돼왔다. 권력의 공간으로 20년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시민의 공간으로 20년을 지냈다. 40년간 쌓인 이야기가 적지 않다. 하루 만에 다 돌아보고 느끼기 쉽지 않다.

청남대는 여의도 면적(2.9㎢)의 절반이 넘는다. 코스 선택이 중요하다. 다 돌아보려면 대여섯 시간은 잡아야 한다.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공간을 이룬다. 본관 내부는 고가의 가구와 미술품으로 장식했다. 정원은 전국에서 명품 소나무를 공수해 꾸몄다. 대청호를 굽어보는 골프장·수영장도 딸려 있다. 모두 대통령을 위한 전용시설이었다. 20년간 5명의 대통령이 여기서 휴가를 보냈다. 대통령의 별장이자 제2 집무실로 기능했다. 청남대 구상이란 말이 생긴 이유다.

지난 주말 청남대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마침 개방 20주년 기념 봄축제 영춘제가 열리고 있었다. 흐린 날이었지만 방문객들이 많았다. 청남대 소유권이 충북도로 넘어 온지 20년이다. 지난달 개방 20주년을 맞았다. 충북도는 청남대 대통령 침실에서 일반인들이 숙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예정이다. 권력자의 시간을 시민의 삶으로 치유해보려는 기획이다. 필부의 삶에 행복을 담으려는 프로그램이다. 사실상 제2의 국민 개방으로 승화하려는 속내다.

청남대가 권력의 공간에서 시민의 공간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충북도는 이미 청남대 운영관리 조례 개정 입법예고를 했다. 청남대 안 숙식 허용을 위해서다. 조례안에 따르면 '청남대 활성화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합숙 과정 운영도 있다. 물론 교육비를 납부해야 한다. 충북도는 청남대 주차장 예약제도 폐지했다. 주차 공간을 665면에서 1천304면으로 크게 늘렸다. 누구나 예약 없이 차를 타고 입장할 수 있게 됐다. 개방 의미가 제대로 살아난 셈이다.

청남대는 앞서 밝힌 대로 20년 전 개방됐다. 하지만 산책로 등 외부 위주 관람이었다. 대통령의 생활상을 느끼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청남대 대통령 침실 개방은 획기적이다. 그동안 관람객들은 객실 문 앞에서 내부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다르다. 대통령 가족 등이 사용한 침실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직접 하룻밤을 묵을 수도 있다. 시범 개방 대상은 본관동 1층 손님용 객실 5곳이다. 지난달 대청댐 건설로 고향을 잃은 수몰민 부부가 초대돼 하룻밤을 보냈다.

충북도는 본관 2층 5개 객실도 추가 개방키로 했다. 경호실 직원들이 쓰던 건물의 객실에 대한 활용방법도 찾고 있다. 청남대의 주민친화 노력이 실감난다.

*** 실천 노력까지 혁신적이어야

청남대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이미 충북레이크파크 르네상스 랜드마크 도약을 위한 15대 혁신과제에도 포함됐다. 충북도가 적극 나선 덕이다. 전국적으로 많은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머잖아 가장 역사적인 숙박 장소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청남대 욕실은 금 치장이 돼 있다는 소문이 돌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았다. 청남대는 대청호와 더불어 잘 보존된 자연환경이다. 대통령 별장이라는 특별함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그래서 청남대서 하룻밤 숙박은 더 특별하다.

청남대가 그저 아름다운 관광지로 끝나선 안 된다. 청남대의 변화는 지금부터다. 청남대 본관동 침실 개방은 혁신적이다. 청남대의 낮과 밤을 모두 보게 하려는 배려다. 청남대의 모든 걸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일이다. 청남대는 다채로운 교육 문화 예술의 중심지로 거듭나야 한다. 새로운 눈을 갖게 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다행히 충북도가 청남대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혁신적이다. 실천하는 노력까지 혁신적이길 소망한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