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형 사막을 건너다' ⑧해외 선진사례:일본 나고야시 '미나미의료생활협동조합'(2)

**충북형 식품·의료 사막을 현명하게 건너는 방법**
말기 암 환자 완화케어 병동·재택진료소 비롯
주민 건강·행복한 삶 위한 다양한 시설 갖춰
의료·복지·주택 복합기능 '요테테요코초' 눈길

2024.10.17 17:10:17

미나미의료생협 완화케어 병동의 간호사 스테이션.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다.

일본 아이치 현 나고야시의 미나미의료생활협동조합은 지역 주민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을 살기 좋은 마을로 바꿔왔다.

지난 1961년 300여 명의 조합원이 모여 조합을 설립하고 작은 진료소를 열며 시작한 이곳은 조합원과 지역의 요구에 따라 병에 굴복하지 않는 지역 만들기, 공해 의료, 건강검진, 장애 아동 의료, 사회보장 등의 목표 달성을 위해 조합원과 사업소를 늘려왔다. 현재는 조합원 수가 9만7천198명(2024년 3월 기준)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나가에 히로유키 미나미의료생협 이사장이 완화케어 병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지연기자
미나미의료생협은 의료, 보건, 복지 활동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개선까지 그 활동의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충북일보가 찾은 미나미의료생협병원은 이러한 생협의 가치가 오롯이 녹아있었다.

로비 한켠에 자리잡은 여행사가 눈에 띄었다. 환자들이 '빨리 나아서 여행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치료에도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발상에서 설치한 곳이라고 한다.

미나미의료생협병원 완화케어 병동 벽면에 지원봉사자들이 붙여놓은 그림이 눈에 띈다.

ⓒ성지연기자
경증 환자를 비롯해 장기 입원환자, 장애인까지 모두가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호텔을 소개하는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처럼 이곳은 모두가 편히 머무를 수 있는, 외롭지 않은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의술로는 더 이상 치료가 힘든 말기 암 환자들이 머무르는 완화케어 병동도 마찬가지다. 이곳의 환자들은 그저 쓸쓸하게 마지막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나가오 히사시 미나미의료생협 이사회 사무장이 요테테요코초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성지연기자
지난 2002년 6월 개소한 완화케어 병동은 현재까지 4천400여 명의 환자가 거쳐갔다.

이곳 역시도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돼 만들어진 곳이다.

통신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했던 1990년대 유방암 환자들의 모임인 하바타키회에서 출발했다.

환자회의 한 말기 암 환자가 "호스피스에 들어가야 한다면 내 병원인 미나미의료생협 병원이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고 이것이 완화케어 병동을 만들자는 서명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1999년 3월부터 열린 서명운동에 2만여 명이 참여했고, 조합 이사회가 발표회 등을 통해 조합원과 자금을 모아 3년 만에 병동을 열었다.

요테테요코초 시설 중 하나인 자습실. 이 자습실도 조합원의 요청에 따라 지어졌고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장소로 역할하고 있다.

ⓒ성지연기자
완화케어 병동에서는 조합원들이 돈만 내는 게 아니라 봉사자로서도 참여하며 의료진들과는 또 다른 역할을 한다.

전부 1인실로 구성된 완화케어 병동의 병실은 창으로는 밝은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창가에 놓인 침대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손수 만든 패치워크 침대보가 덮여있었다.

이 패치워크들도 완화케어 병동을 설립하자던 조합원들의 아이디어다. 암 환자였던 본인의 경험을 살렸다.

알록달록한 색깔과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만들었다는 따뜻한 메시지가 침체되기 쉬운 환자들의 활기를 돋운다.

요테테요코초 전경.

ⓒ성지연기자
병실 문간에 앉아있던 인형도 눈에 밟혔다. 환자들이 문이 닫히는 소리에 놀라지 않도록 완충재 역할을 하면서 환자들이 문을 열기 쉽도록 돕는다.

말기 암 환자들은 힘이 약해 문이 다 닫혀있으면 열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자원봉사자들이 인형을 문틀과 문 사이에 끼워 넣자고 의견을 제시하고 직접 인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자원봉사자 조직인 '가교 모임'의 회원들은 환자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가정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환자 스스로 원하는 활동들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봉사자들은 병실을 제철 꽃 혹은 직접 만든 아트워크로 장식하고 직접 만든 간식을 곁들여 디저트 서비스를 한다. 뿐만 아니라 설이나 칠석 같은 계절 행사를 연출한다거나 특기를 살려 이발, 발 마사지 등의 봉사를 하기도 한다.

미나미의료생협이 추구하는 '모두가 협동으로 만드는 건강한 마을만들기'라는 가치도 병원 곳곳에 반영돼 있었다.

재택 진료소도 건강한 지역 만들기를 위한 시도 중 하나다.

이곳은 의사 4명, 간호사 6명이 상주하며 자원봉사자와 팀을 이뤄 환자의 자택을 찾아가는 재택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나미의료생협병원의 재택진료소 전경.

ⓒ성지연기자
미나미의료생협은 8월 기준 환자 약 180명을 재택 방문하며 환자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었다.

이곳의 소장인 우메무라 소우씨는 "환자의 진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노트북과 휴대용 프린터를 들고 환자의 집을 방문해 진료하고 있다"며 "자택에서 진료를 본 뒤 가져간 프린터로 바로 처방전을 뽑아 전달하거나 링거를 놓는 등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나미의료생협은 단순한 치료 공간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 기능도 갖추고 있었다.

병원을 나와 짧은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요테테요코초'를 만나볼 수 있다.

'들러서 가는 골목'이라는 뜻을 가진 요테테요코초는 미나미오타카역과 미나미생협병원을 연결하는 의료·개호·복지·주택·지역 교류 시설이다.

2015년 7월에 8층 규모로 개설된 이곳은 지하철 미나미오타카역 입구와 바로 마주하고 있다. 건물 앞쪽으로는 복합 쇼핑몰 이온몰이 있고 뒤쪽으로는 미나미의료생협병원이 있다.

이곳 또한 조합의 '10만 인 회의'를 통해 세워졌다. 건설 전부터 이어진 조합원들의 논의를 통해 거주자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자 세대와 세대를 잇는 복합공간으로 구성했다.

의료·돌봄 제공 공간부터 고령자 거주 공간, 플리마켓, 레스토랑, 자습실 등 다양한 공간으로 채워져있어 유아부터 어린이, 청소년, 중년, 노인까지 폭넓게 교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나미의료생협은 단순히 병을 치료하고 회복하는 것을 넘어 주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마을'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2024년 3월 기준 출자금 중 현금으로 30억 엔(약 300억 원)이 적립돼 있다. 이 현금은 재투자 등으로 다른 이익을 만드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고 사내 유보금처럼 남겨둔다.

우메무라 소우(오른쪽) 미나미의료생협병원 재택진료소장과 이리구치 쿠미코 재택진료소 간호사장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성지연기자
다수 생협의 경우에는 출자를 했으면 그만큼 이자가 붙는 게 일반적이지만 미나미의료생협의 투자금에는 이자가 붙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자나 배당을 받지 못하는데도 조합원들이 출자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묻자 나가에 히로유키 이사장은 '안전하고 건전한 지역 사회를 위한 조합원들의 투자'라고 설명했다.

나가에 이사장은 "미나미의료생협의 경영 철학은 '다 같이 투자하고, 다 같이 이용하고, 다 같이 경영한다'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우메무라 소우(오른쪽) 미나미의료생협병원 재택진료소장이 재택진료를 설명하고 있다.

ⓒ성지연기자
그는 "생협의 조합원이 되면 건강 신문을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고 각종 반모임에도 참여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활동을 통해 무연사회(無緣社會)를 극복할 수 있다"며 "출자금은 다양한 생협 사업과 더불어 여러가지 지역 복지에 필요한 돈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이자와 배당금을 돈이 아닌 지역 생활의 가치로 받고 있다고 여기며 출자금을 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

/ 임선희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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