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국내에서 최고의 직업이 뭘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국회의원이다. 대통령은 일거수일투족에 책임이 따른다. 국회의원은 그렇지 않다. 심지어 일을 안 해도 세비가 나온다.
*** 과연 정당한 건가
국회의원들이 추석 명절 떡값으로 수백만 원을 챙겼다.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424만7천940원씩 받았다. 이른바 명절 휴가비, 속칭 떡값이다. 설날까지 합치면 올해만 849만 원에 달한다. 세비로 받는 연봉 1억5천700만 원과는 별개다. 그야말로 '신의 직장'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국회의원들은 수당으로 매달 786만 원을 받는다. 여기에 입법 활동비와 특별 활동비로 400만 원가량을 더 받는다. 명절 휴가비 등 상여금까지 꼬박꼬박 챙긴다. 연봉 외 받는 혜택도 많다. 매달 차량 유지비와 유류비로 145만 원 정도를 받는다. 항공과 KTX 이용료는 물론 취소 수수료까지 지원받는다. 정책 자료 발간과 문자 발송 지원금도 있다. 아무튼 전체 지원금이 매년 1억 원을 넘는다.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마다 세비 삭감과 특권 폐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되레 세비를 올렸다. 원수처럼 싸우던 여야도 이때는 사이가 좋았다. 국민들은 국회의원 떡값 등을 혈세 낭비로 생각하고 있다. 각종 활동비 지원은 과하다는 여론이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에 대한 거부감도 아주 크다. 국회의원의 각종 특권은 186가지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불신은 매우 강하다. '밥값도 못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물론 당사자들은 억울하게 느낄 수 있다. 현실을 잘 모르는 비난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대통령이나 장관 등은 밥값을 잘하나'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변명과 항변을 해도 벗어나기 힘든 현실이다. 그동안 보여준 행태가 만든 자업자득의 결과다. 그리고 새롭게 나선 22대 국회도 나아진 게 없다.
국민 불신의 근본에는 '셀프 연봉'이 있다. 국회의원 연봉의 수준 자체보다는 정해지는 절차의 문제가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각종 활동비나 추석 떡값만 해도 불합리하다. 입법 활동과 회의 참석 등은 고유 업무다. 그럼에도 추가 활동비를 받는다. 게다가 비과세 항목이라 세금도 안 낸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자신들과 관련된 근본적인 모순부터 해결하는 게 순서다.
세비는 또 누가 어떻게 책정할까. 물론 기획재정부가 다음해 국회 예산을 편성한다. 이후엔 국회가 독자적으로 세비를 결정한다. 소관 상임위의 예비심사와 본심사를 거친 후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최종 의결된다. 이른바 셀프 연봉 결정이다.
*** 민심 반영된 건가
국회의원 세비는 2018년 이후 한차례 빼고 매년 올랐다. 물가상승률에 맞춰 연봉이 오르는 건 당연할 수 있다. 입법기관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명절 떡값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늘 그렇지 않아 문제였다. 지난 21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역대 최악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월급은 때맞춰 올렸다.
지금의 국회 상황을 국민에게 공개해 보라. 어떤 평가를 하겠는가. 국회는 잘못을 시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 불신만 가중될 뿐이다. 국민들의 애국적인 희망을 배신해서는 안 된다. 이런 때일수록 위기감을 갖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더 이상 의회의 가치와 질서를 역행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지금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바꿔야 한야 한다. 쇄신은 이제와 지금의 바탕에서만 가능하다. 추석 민심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국회의원 떡값이었을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