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직장문화를 찾아서

2024.08.06 14:46:49

정연수

청주시 상당구 주민복지과 여성가족팀장

인사철이 되면 자리를 이동하는 동료에게 축하의 의미로 많은 선물들이 오가곤 한다.

상품권 등 쿠폰으로 선물하는 실속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꽃, 화분, 먹거리 등 보여주기 위한 선물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선물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많은 화분과 먹거리를 받아야 인기 있고 능력 있는 직원으로 평가가 되는,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악습이 직장에 자리 잡았다.

화분과 먹거리 제공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인사철이 사업 발전에 커다란 기회로 작용하는 것은 인정이 된다.

그분들의 직업에 방해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단지, 우리 주변에 다양하게 있는 폭넓고 실속 있는 선물들도 관심 속에 포함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선물을 받은 직원에게는 받았으면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조직 생활의 규칙 아닌 규칙이 돼 버린 지금의 행태를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엉켜버린 실타래를 푸는 것이 쉽지 않지만, 누군가는 시작해야 한다.

다수의 직원이 부담감 없는 비용을 십시일반 모아 축하를 해줄 동료에게 꼭 필요한 서로 간에 정을 나누는 선물로 표현했으면 한다.

빵을 좋아하는 동료에게는 빵을 살 수 있는 쿠폰을, 영화를 좋아하면 영화티켓 등 우리들의 동료에게 좀 더 유익한 선물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주변의 동료들 눈치를 봐서도 안 된다. 일회성 선물은 잠시만 기분 좋은 현상이다.

굳이 물질이 아니어도 축하에 대한 표현수단은 많이 있다. 휴대폰을 이용한 문자나 통화가 가장 평범한 방법이 되며, 차 한잔으로도 축하의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과 달리 조선시대에는 책력(달력)을 오직 왕만이 만들 수 있었고, 백성들이 허가받지 않고 책력을 만들면 중죄로 다스려졌다. 왕의 시간에 맞춰 생활한다는 것은 왕의 통치에 따른다는 것을 의미하고 개인이 책력을 만드는 것은 왕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였다.

관상감에서 책력을 만들어 왕에게 올리면 왕은 신하들에게 이를 하사했고 신하들은 다시 주변 사람들과 나눠 가졌으며, 백성들은 농사뿐만 아니라 생활의 지침서로 활용했다.

이렇듯 조선시대에는 책력이 가장 인기 있고 소중한 새해 선물이었다.

지금의 우리들 직장생활에서도 동료에게 소중한 선물이 무엇인가에 고민을 해봐야 한다. 일회성 선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오랜 시간 기억될 수 있는 선물을 해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동료가 평소에 독서를 취미로 하고 있다면 책으로, 운동을 좋아하면 운동 관련 물품을 부담 없는 한도에서 보내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물론 꽃과 먹거리도 적정선에서는 그 어느 것보다도 좋은 선물임에는 틀림없다. 선물 보내기에 대한 우리들의 마음가짐부터 바꿀 필요성도 있다.

아무 말 없이 선물을 보내는 것보다 동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받았는지 물어보고 마음을 전하는 것이 솔직하고 떳떳한 모습이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글 중에 '愼獨(신독)'이라는 단어가 있다.

혼자 있을 때도 양심을 속이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의미로, 형식에 치우치고 있는 인사철의 연례행사가 보여주는 것을 넘어 축하의 마음이 전달되는 모습으로 변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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