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여행의 미학

2024.07.29 17:15:10

[충북일보] 휴가철이다. 여름이 점점 절정으로 나아간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충전을 모색하는 시기다. 자연스럽게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다. 별처럼 반짝이는 인연을 꿈꾼다.

*** 길은 끝난 곳에서 다시 시작

올 여름 휴가는 또 걷기 여행이다. 피레네 산맥을 천천히 트레킹하려 한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경지대다. 유럽인들 사이에는 정평이 난 곳이다. 북적이는 휴양지가 싫어 선택한 공간이다. 여기서 가장 원초적인 걷기여행을 할 참이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충전할 요량이다. 삶의 구조를 전환하려 한다.

여행은 근대 이후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예전엔 대부분 이름난 고적지나 아름다운 자연이 여행 대상지였다. 유명 휴가지 등을 찾아가는 경향이 짙었다. 하지만 이제 다르다. 낯선 지역을 찾아 직접 체험하길 즐긴다. 그곳의 지방성(locality)을 새롭게 발견하고 느끼려 한다. 새롭게 변한 여행의 흐름이다.

여행 방식에도 변화가 엿보인다. 대개의 경우 자동차나 비행기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여행을 하곤 했다. 빠른 여행이 주요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다르다. 느린 여행이 각광을 받고 있다. 걷기가 대표적이다. 물론 목적지까지는 빠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곤 한다. 그래도 걷기의 본령은 언제나 느림의 미학이다.

느린 여행은 속도를 강제하는 일상에서 벗어남이다. 더딘 흐름 속에서 충전과 성찰의 시간 갖기다. 당연히 관찰과 사색은 각자 몫이다. 어떤 이는 하늘 구름에서 안식을 찾기도 한다. 때론 새로운 의욕과 희망을 얻기도 한다. 물론 보이는 대로 가슴에 담아둘 때도 있다. 어느 날은 번뜩이는 영감을 주고받는다.

배낭을 메는 의미는 그때마다 다르다. 다 산에 가는 것도 아니다. 짐을 싼다고 해서 모두 다 여행 준비는 아니다. 배낭을 메고 짐을 싸는 건 그저 행위일 뿐이다. 진짜 준비는 감정의 재료를 가방에 담아야 한다. 감성여행은 가슴으로 떠나야 제 맛이다. 가슴으로 여행지를 접해야 순화의 힘을 얻을 수 있다.

산 여행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이글이글 심장을 달아오르게 한다. 때론 불타는 마음을 글로 전하곤 한다. 새로운 풍경은 어느 곳에나 있다. 그리고 그곳에선 인생의 새로운 조각이 기다린다. 떠나기 전 가방보다 중요한 감정의 보따리를 싸야 하는 까닭이다. 그래야 마음을 순화하는 동력을 얻게 된다.

산은 언제나 그 곳에서 가만히 웃는다. 깊숙이 걸어 들어가 맘껏 느끼면 된다.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한다. 여행의 끝은 또다시 일상의 시작이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은 다르다.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여행은 단순한 즐거움만 주는 게 아니다. 삶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한다.

*** 정말 중요한 건 떠나보는 일

일상의 즐거움과 여행의 즐거움엔 차이가 있다. 어떤 차이일까. 아마도 받아들임의 차이다. 그래서 여행은 나를 찾는 통로다. 특히 걷기여행은 멀어진 사람과의 거리를 좁혀준다.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때론 시인의 감성으로 마주한다. 때론 사학자의 깊이로 바라본다. 때론 환경론자의 열정으로 달려간다. 때론 숲 해설사의 애정으로 다가간다.

중요한 건 떠나보는 일이다. 나를 집밖으로 내모는 용기다. 망설이면 행복이 반으로 줄어든다. 걷기여행은 많은 걸 선물한다. 순례의 길은 정화의 길이기도 하다. 성스러운 기운으로 마음을 치유한다. 히말라야 산군의 험한 길은 한계를 가늠하곤 한다. 많은 둘레길은 맑고 깨끗한 공기로 오감을 자극한다. 어느 길이든 치유와 휴양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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