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거진천(生居鎭川)이 달라졌어요"

2024.06.11 15:33:45

충북 진천하면 관용어처럼 따라 다니는 말이 있다. 바로 '생거진천'(生居鎭川)이다. '사거용인'( 死居龍仁)이라는 말과 종종 대구(對句)를 이뤄 살아서는 진천땅이 좋고, 죽어서는 용인땅이 좋다 라는 말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이 말은 진천땅에 살던 농부 추천석의 생과 사에 얽힌 설화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중론인데 결론은 살아서는 진천땅이 좋다는 얘기다. 여하튼 진천은 충북의 중부권에 위치한 대표적인 도농복합지역이다. 동쪽으로는 음성과 서쪽으로는 충남 천안과 북쪽으로는 경기 안성과 남쪽으로는 청주와 맞닿아 있다. 만뢰산을 중심으로한 서쪽지역을 빼면 높은 산악지형도 많지 않다. 낮은 구릉과 너른 들판이 대부분이다. 기름진 들을 끼고 있는 만큼 예부터 이 곳에서 생산된 진천쌀은 '경기미'에 못지 않은 명성을 누려왔고, 지금도 '생거진천쌀'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중부고속도로 개통전까지만 해도 진천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이었다. 하지만 교통인프라가 확충되고, 수도권과 인접지역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부각되면서 진천은 달라졌다. 공단이 조성되고 하루가 다르게 입주업체가 늘어났다. 이농현상으로 한동안 줄어들던 인구도 입주업체가 늘어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더욱이 진천 덕산과 음성 맹동 일대에 충북혁신도시가 형성되면서 국가기관이 속속 둥지를 트는 등 진천은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무상할 정도로 다른 세상이 됐다. 대부분의 다른 군단위 농촌지역이 지역소멸을 우려하는 곤경에 처한 것과는 달리 진천은 시(市) 승격을 생각할 정도로 결이 다른 고민을 하고 있는 단계다. 이렇게 진천은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사는 곳이 됐지만 여전히 전국적인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변변히 가볼만한 곳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요인중에 하나다. 사실 진천은 이름난 관광지가 아니다. 충북에서만도 소백준령을 끼고 있는 제천, 단양, 충주, 보은 등이 숱한 산과 계곡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고 있는 곳과는 달리 언뜻 떠오르는 것이 없다. 농다리(초평저수지), 만뢰산, 보탑사 정도 어렵사리 손꼽으면 그다음은 솔직히 잘모르겠다. 이 마저도 전국적인 유명 관광지와는 비교가 안된다. 사실상 관광불모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진천이 최근 전국적인 이목을 끌고 있다. 보재 이상설선생 기념관 개관과 '초평호 미르 309' 개통 때문이다. 지난 3월말 문을 연 보재 이상설선생 기념관은 진천읍 산척리 9천830㎡ 터에 지상 1층, 지하 1층(연면적 1천508㎡) 규모로 고려 말 주심포 양식과 현대식 건축 기법을 활용해 지어졌다. 기념관 진입로에는 선생의 뜻을 기리는 의미에서 지역민들과 출향인들이 헌수한 무궁화로 '나라 사랑 진천 사랑 이상설 무궁화 길'을 조성했고, 한 기업의 후원을 받아 높이 33.1m의 충북 최대 국기 게양대를 설치했다. 지난 4월 개통한 '초평호 미르 309'는 국내 최장 무주탑 출렁다리라는 입소문을 타고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다. '초평호 미르309' 는 폭 1.6m, 길이 309m로 초롱길과 미르숲을 잇는 출렁다리로 농다리 관광명소화 차원에서 설치했다. 보재 이상설기념관이 진천의 정신을 상징하는 명소라한다면 초평호 미르 309는 진천의 대표 즐걸거리이자 볼거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모쪼록 새롭게 생긴 명소 덕에 진천이 관광불모지역이라는 오명을 벗고 진정한 '생거진천'의 고장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다만 전국적으로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출렁다리가 반짝 인기를 끌다가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전철을 밟지 않도록 관계기관의 세심한 대책 마련을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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