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행정

2024.05.28 17:40:01

[충북일보] 사람사는 세상에는 늘 크고 작은 다툼이 있기 마련이다. 각 자의 입장과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다툼은 서로의 인식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양보와 타협을 통해 좀 더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결과물이 나오는가 하면 오히려 갈등과 오해만 쌓여 불구대천의 원수 사이가 되기도 한다. 이런 다툼과 갈등은 사인간의 관계에서 뿐만아니라 공적인 영역까지 확대해도 비슷한 형태가 나타난다. 최근 청주병원 이전을 둘러싼 충북도와 청주시의 신경전도 이런 맥락에서 예외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통합 시청사 건립을 위해서는 청주병원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어렵사리 이전이 확정돼 관련절차가 진행돼 왔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줄 알았던 청주병원 이전은 충북도가 관련 규정(의료법인 설립 및 운영기준)을 내세워 정관변경불허 처분을 내리면서 제동이 걸렸다. 도의 입장은 의료법인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병원 소유의 건물 등 자기자본이 투입된 기본재산이 함께 정관변경에 담겨야 한다는 것이고, 이와 관련해 행정명령을 통해 몇차례 기본재산 확보를 요구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의료법인 취소절차에 돌입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영악화로 병원영업이 불가능해졌거나, 개인사정 등으로 정관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고 신청사건립이라는 공공적인 목적을 가진 시급한 사업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자체 기준만을 앞세워 밀어붙이는 도의 처사에 서운해 하는 모습이다. 급기야 시 일각에서는 그동안 어려운 여건에서도 도가 추진하는 사업, 예를들어 시의 재정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동참하고 나선 출산지원금사업 등을 거론하면서 아쉬울때는 협조를 요청하고, 시가 어려움을 겪을때는 외면하는 행태는 정의롭지 못하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사안을 보면서 충북도와 청주시 해당 기관의 입장에서 본다면 모두 논리적 타당성을 갖고 있고,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한 사람의 도민과 시민이라는 입장에서 볼때 충북도와 청주시의 '샅바싸움'은 불편하다. 사실 충북도와 청주시간 갈등은 어제 오늘이 일이 아니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충북도와 청주를 제외한 다른 기초지자체와의 갈등도 없는 건 아니지만 사안의 정도나 횟수를 보면 비교대상이 아니다.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될까. 그것은 충북도와 청주시 양쪽 모두 행정의 파트너로서 수평적인 협력적인 관계로 보지 않고 일종의 경쟁상대 내지는 여전히 수직적인 관계로 보는데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통합 청주시가 출범하면서 청주시의 몸집은 매우 커졌다. 인구, 재정 등 모든 지표에 있어서 청주는 충북의 절반 그 이상이다. 달라진 위상만큼이나 목소리도 커졌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변화에 맞춰 도는 도로서, 시는 시로서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파트너십'이 필요한데 아직도 이런 관계 정립은 10년이 지나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문제는 이러한 소모적 논쟁과 신경전이 충북의 전체 발전을 위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를 테면 한 집안에서 가장과 큰 아들의 관계가 불편한데 그 집이 잘 될리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 충북이 처해 있는 대외적인 환경은 모든 것이 불측이다. 잘 될 수 도 있고,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가장격인 충북도와 큰 아들격인 청주시가 소모적인 신경전만 펴서야 되겠는가. 근시안적인 구태에서 벗어나 도민과 시민에게 희망을 주는 고품격 행정을 펴길 양쪽 모두에게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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