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을 무시하는 개발은 그만

2009.05.10 19:19:22

지난달 8일 개장한 청주시축구공원은 가히 지역의 자랑거리라 할 만큼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인조잔디가 넓게 펼쳐진 국제규격의 축구장이 3면이나 되고 1천200여석의 관람석까지 마련돼 있을 뿐 아니라 조명탑까지 4개나 마련돼 야간경기를 하는데도 전혀 손색이 없다.

더욱이 탈의실과 샤워실까지 갖춰 경기를 마치고 난 후 즉시 땀을 씻을 수 있어 정말로 지역 축구동호인들을 위한 명소가 되고 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관리사무실에는 연일 예약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시 관계자는 물론 축구 매니아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축구동호인들에게 큰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 반면 축구공원 바로 옆에 있는 원주민들에게는 불편이 가중되고 있어 불합리한 혜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고 있다.

이 마을은 원래 집집마다 대문이 없을 정도로 걱정이 없는 마을이었고, 이웃주민들이 한 식구처럼 살아온 인심이 후한 동네였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축구공원이 개장한 이후 산에서 따다 말리던 나물이 없어지는 등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주민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산나물이 좀 없어진 것이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이냐고 묻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를 기자에게 말하는 것을 봐도 이들에게는 큰 사건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마을 입구부터 늘어선 축구공원 이용자의 차량들로 인해 주민들의 차량통행에 어려움이 생기는가 하면 인도마저 없어 동네 청소년들의 등하굣길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전개되면서 주민들의 불만과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특히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구입한 마을 안 도로마저 몰지각한 주차차량들에 의해 점거당하면서 위기의식까지 일고 있다.

주민들은 "이러다가는 마을입구에서부터 차량들이 진입을 하지 못하게 막아야 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이처럼 주민들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지만 청주시는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이 없다"고 못박아 마치 당연한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지역을 발전시키려면 개발은 해야 한다. 그러나 보존이 전제되지 않는 개발은 자칫 무분별한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지난 2006년부터 청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가로수길 문제나, 개신오거리 고가차로 문제, 터미널 사거리 지하차도 문제 등도 모두 이와 같은 의식을 가질 때 더 많은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다.

행정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냐를 고민할 때 바람직한 방향이 나타날 것이다.

기본적인 보존을 무시하는 개발은 더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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