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하자마자 학교폭력 고민 시작

청주 맘카페에 학교폭력 대처방안 문의
"너 내 뒷담화했다면서? 전학 온 애랑 놀면 안 돼"
학부모 A씨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담임교사에게 먼저 얘기하라" 조언 잇달아

2023.03.19 16:02:20

[충북일보]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가 학교폭력 문제다.

교육당국은 이 같은 학부모들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요즘 도내 곳곳에서 학교폭력 추방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 문제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최근 청주지역 한 맘 카페에는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에게 걸려온 같은 반 친구의 전화로 고민하는 학부모의 사연이 올라왔다.

A씨는 지난 18일 '아이 친구관계(학폭신고가능 여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해결방안을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A씨의 사연은 19일 오후 1시 기준 조회 수 2천회를 넘겼다. A씨가 다른 학부모들과 주고받은 댓글도 40건에 이른다.

A씨는 "초4 딸아이한테 느닷없이 (같은)반 친구가 전화해 '너 내 뒷담화했다매?' 이러더니 무리친구들에게 제 딸 이름을 대면서 '얘 좀 이상하지 않냐? 전학 온 애랑 놀면 안 돼, 너 어디 살아? 몇 동 살아? 앞으로 그 동 앞으로 안 가려고'하는 등 큰 소리로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다"며 "저희 딸은 그 애를 잘 모르고 전학 온지 얼마 안 돼 그 친구 얘기 한적 전혀 없다는데 이게 왕따 이런 건가요?"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딸아이는 또 전화 오면 어떻게 하냐고 울고불고 한다. 선생님께 알려야 되는 건지, 또 전화 오면 녹음해서 학교폭력 자료로 써야할지 손 떨린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B씨는 "담임 선생님한테 얘기하세요. 그냥 대충정리하고 넘겨도 또 그래요. 딸아이에게는 신경 쓰지 말고 다른 친한 애들하고 지내면 된다고 이야기해 주세요"라고 조언했다.

A씨는 B씨의 조언에 "지금 또 전화 왔어요. 너 어디냐고 꼬치꼬치 캐묻고. 왜 이러는 걸까요? 녹음을 계속하고 있는데, 어른인 제가 들어도 말투가 너무 무섭네요. 담임 선생님에게 얘기하면 어떤 조치가 이뤄질까요? 흐지부지 될까봐 걱정이에요. (담임 선생님에게) 일렀다고 더 괴롭힐까봐"라고 마음을 놓지 못했다.

B씨는 "아직 4학년이라 그 정도는 아닐 거예요. 담임 선생님이 상황 정리하고 연락주실 거고"라며 "아이 마음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너무 힘들어 하지 말라. 친구는 많다. 무슨 일 있으면 꼭 이야기하라. 절대 비밀이야기하지 말고 친구들과 동조해서 남이야기 하지 말라고 얘기해 주라"고 A씨를 위로했다.

C씨는 댓글에서 "나라면 담임 선생님에게 녹음내용 들려주고 일단 그 아이 부모 만나길 원한다고 하겠다. 그냥 눈감고 지나가면 아이 괴롭힘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요?"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D씨는 "전화한 쪽 아이 부모님을 만나서 얘기해야 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E씨가 "또 전화 오면 어머님이 받아서 한마디 하면 어떨까요. 그 아이 엄마 바꿔달라고 하거나"라고 조언하자 A씨는 "요새는 그것도 아동학대라고 해서 조심스럽다. 아이들 키우기 정말 힘드네요"라고 하소연을 이어갔다.

F씨는 "담임 선생님께 얘기하고 부모만나 녹음내용 다 들려주고, 부모 앞에서 그 아이한테 사과 받고, 앞으로 이런 일 한번이라도 또 있거나 왕따 주도하면 학폭 열 것이라고 경고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A씨의 딸에 대한 걱정은 토요일 오후까지 이어졌다.

이 가운데 A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 고2 딸을 두고 있다는 G씨는 비교적 장문의 댓글로 A씨에게 도움을 줬다.

G씨는 "가장 먼저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상담하는 게 순서"라며 "초4학년 연령대의 아이들은 그냥 장난이라고 할 게 뻔하다. 그 아이에게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알려줘 더 삐뚤어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A씨는 "정성스러운 댓글에 감사하다. 이제 마음이 많이 안정되는 것 같다. 갑자기 전학 와서 이런 일이 아이에게 생기니 너무 당황했다"며 "다들 피해 받은 경험이 많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 아이들 학교생활 너무 힘든 것 같다. 지혜로운 답변 고맙다. 저도 지혜롭게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H씨는 "상대 아이들이랑 직접 연락은 하지 마시라. 꼭 담임 선생님 통해서 말씀하시라"고 당부했다.

충북교육청은 심각해지는 학교폭력 문제를 교육·선도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관계회복 조정기구'를 만들고 '관계회복 조정전문가' 42명을 뽑았다.

'관계회복 조정전문가'들은 2명씩 팀을 구성해 학교폭력 유형과 대상자에 맞춰 학교현장에 파견된다.

관계회복 조정기구는 조정전문가들이 학교현장을 찾아가 피해자와 가해자를 만나거나 학부모·교사를 접촉해 각자의 입장을 들어보고 화해·중재하는 시스템이다. / 이종억기자 eok5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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