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들의 신선한 '협치' 행보

2023.01.24 16:07:36

[충북일보] 요즘 정치판을 들여다 보면 살벌하다. 모름지기 정치의 근본은 국민을 무섭게 여기고 받드는 것인데 작금의 정치는 오로지 자신들만을 위한 싸움으로 변질됐다. 물론 정치집단이라는게 지향점이 다른 집단이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결성한 단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여기에는 적어도 파트너로서 지켜할 선이 있다. 이른바 상대방을 인정하고 금도(禁度)를 넘지 말아야 하는데 지금의 정치권은 최소한의 이런 기준마저 백안시한지 오래다. 과거에는 서로 정쟁을 벌이면서도 한쪽에서는 대화의 채널을 열고, 꼬인 정국을 푸는 융통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여야를 막론하고 극단적인 대치로 치닫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대립 구도에 대해 양 진영의 골수 지지자들은 환영할지 모르겠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이런 상황이 불편하고, 심히 우려스럽다. 국민을 편하게 해줘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국민의 걱정하는 대상이 되면서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만 키우고 있다. 언감생심(焉敢生心) 중앙정치판에서 '상생'과 '협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국민들은 올바른 정치와 정도를 걷는 정치인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이렇게 실망스런 정치판이지만 다행스럽게도 한줄기 빛과 같은 희망은 보인다. 최근 경기도 과천시의회 여야 초선 의원들이 공동으로 설 인사 현수막을 내걸어 정치권은 물론 지역사회에서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과천시의회 가 선거구(과천·별양·중앙동) 이주연(더불어민주당)·우윤화(국민의힘)의원과 나 선거구(문원·부림·갈현동) 박주리(더불어민주당)·황선희(국민의힘) 의원은 공동으로 설 인사 현수막을 제작해 게시했다. 이들은 과천시 발전과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정당에 관계없이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고 있다는 의지를 담아 공동으로 현수막을 부착했다고 밝혔다.이전투구의 양상을 넘어 극한대립으로 국민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는 중앙정치와 180도 다른 행보에 시민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런 협치행보는 과천시의회뿐만이 아니다. 세종시의회 여야 의원 5명이 가칭 '의회봉사단'을 만들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재형(고은)·김현미(소담)·임채성(종촌)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이소희(비례)·최원석(도담) 의원 등 5명은 최근 '의회봉사단'을 만들었다. 이들은 모두 30~40대의 젊은 의원들이다. 비록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지역사회와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의회를 만들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그동안 의원 개별적으로 봉사를 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이처럼 여야를 떠나 의원들이 단체를 결성해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세종시의회 개원 사상 처음인데다 다른 지방의회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들다고 한다. 이들은 첫 봉사활동으로 지난 16일 세종시 점자도서관을 찾아 시각장애인을 위한 의정소식지 점자책 제작 과정에 참여했다. 뿐만아니라 이들은 세종시 예산 중 각종 홍보물 제작 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 제작비 부재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향후 점자책 제작 봉사활동과 함께 관련 예산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알리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의회봉사단 소속 의원들은 앞으로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에게 문호를 넓히고, 봉사활동의 범위도 확대할 계획이다. 당을 떠나 시민들을 위한 의정활동을 펼치겠다는 지향점이 동일한 만큼 봉사활동을 계기로 여야 화합의 자리를 상시 마련해 나가겠다는 뜻도 비췄다.

정치는 모름지기 국민의 마음을 사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들과 아픔과 함께하며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것이 참정치다. 국민의 아픔은 도외시한 채 정당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싸움박질만 하는 중앙정치권에 세종시의회와 과천시의회의 젊은 의원들이 보여준 참신한 행보는 그래서 울림이 더 크다. 모쪼록 젊은 지방의원들이 내건 구호처럼 여야를 떠나 시민들을 위한 정치의 기본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아울러 추진과정에서 설사 난관이 있더라도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묵묵히 목표대로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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