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아버지.1

2019.10.07 20:07:47

아침을 여는 詩

아버지.1
                  김옥배 충북시인협회

아버지는 혼자 사신다
어머니가 먼 길 떠난 낡은 집
한때 연못을 만들고 열심히 가꾸던
뜨락을 바라보며
혼자서 사신다

아침은
도우미 아주머니가 차려주는
밥상 앞에 앉으시고
점심은
외출해서 언제나 짜장면으로
저녁은
동그란 쟁반 밥상에 마른 반찬

혹, 일주일에 한번, 더러는 건너뛰기도 하는
자식과의 외식을 낙으로 여기실까?
자주 오란 말씀을 망서리는 건 아닐까!

아버지는 혼자 주무신다
텔레비전에선 아기 소리도 나고
여자 음성도 들리니까
그래도 사람들 속에서 산다고?

아버지는 한 마디도 단 한번도
외로워 힘들다고 드러내지 않으신다
자식이 눈치 챌까 조심하시나
대화의 단순함을 상실하고 잊으려하시는가

아버지는 오늘도
혼자 이불을 덮으실거다
새벽에 깨어나 어둔 창밖을 혼자 보실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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