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식품 직원들이 왕만두를 정성스레 빚고 있다.
ⓒ임장규기자
만두의 정확한 유래는 없다. 다만, 중국 삼국시대 때 제갈공명이 만두를 빚어 제를 올렸다는 설이 만두의 기원으로 유력한 편이다.
송나라의 '사물기원(事物紀原)'은 다음과 같이 전한다. '촉나라 제갈공명이 남만(南蠻, 미얀마 부근)을 정벌하려 하려 하는데, 풍파가 심해 강을 건널 수 없었다. 한 부하가 남만의 풍습에 따라 사람의 머리 아흔아홉 개를 베어 토지신에게 제사를 지내야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하자, 제갈공명은 생사람을 죽일 수 없다 하며 돼지고기와 염소고기를 소로 넣은 음식을 창안해 제사를 지냈다.'
이 때 남만 사람, 즉 만인(蠻人)의 머리를 본뜻 음식이라 해 '만두(蠻頭)'라 불렀으며, 후에 만(蠻)과 음이 같은 만두(饅頭)가 됐다고 한다.
◇한국의 만두 사랑, 中 못지않다
만두가 한국에 전래된 시기 또한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아마 '고려사' 충혜왕조(1343년)에 '궁궐 주방에 들어가서 만두를 훔쳐 먹는 자를 처벌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에 이미 전래됐음을 알 수 있다.
고려 충렬왕 때 지어진 고려가요 '쌍화점'에서도 개성에 몽골인이 만두가게를 열었다는 가사가 등장한다. 여기서 '쌍화'는 밀가루를 발효시켜 소를 넣고 찐 음식인데, 이것을 중국의 만두와 같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혹자는 이 음식을 '찐빵'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조선시대 들어와서도 만두는 궁중요리로 쓰일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주로 밀가루와 메밀가루로 반죽을 해 그 안에 소를 넣고 삶아 먹었다. 특히, 밀과 메밀이 많이 나는 평안도, 함경도지방에서 요리기법이 발달됐다. 지금도 북쪽지방 사람들이 설날 떡국에 만두를 많이 넣어 먹는 이유다.
◇1990년대부터 '냉동만두' 본격 유통
우리나라 만두 시장은 1990년대 들어 몸집을 대폭 불렸다. 대량으로 만두를 생산할 수 있는 자동화 기계가 등장하면서다.
그 전에는 만두 공장에서 일일이 손으로 빚어 판매했으나 이때부터 저가의 냉동만두가 대량 생산되면서 만두 시장의 큰 변화가 찾아왔다. 식당, 마트 등에 본격적으로 유통된 냉동만두는 연간 4천억원~5천억원대 시장 규모로까지 성장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군부대 PX에서 냉동만두 열풍이 분 것도 아마 이때부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군부대에서 족구 시합이 열릴 때마다 내기 타이틀은 항상 '냉동만두'였다.
허만열 대표이사
◇아하식품, 청주 북이면에서 출사표
오랜 기간 만두 공장에서 경험을 쌓은 허만열 대표이사는 2005년 지금의 청주시 북이면에 ㈜아하식품을 설립, 냉동만두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그의 십수년 간의 노하우는 오로지 만두에 집약됐다. 이른바 '며느리도 모르는' 자신만의 레시피로 만두소를 개발, 30여 가지의 제품을 만들어냈다. 만두피 역시 기존 밀가루와 달리 감자와 메밀로 차별화를 뒀다.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식당, 급식소, 군부대 등에서 주문이 쏟아졌다. 지난해부터는 만두의 본고장 중국에도 진출했다.
그러는 동안 이 업체의 하루 생산능력은 20t으로, 연간 매출액은 28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10개 이상의 만두 제조기술 특허장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HACCP 인증서, 이노비즈협회 인증서, 벤처기업 확인서 등은 그들이 흘린 땀에 따라온 결과물이었다.
◇감자 찐만두·왕만두·메밀전병 '인기'
아하곤드레나물전병(왼쪽) · 아하왕만두
아하식품의 30여 가지 제품 중 최고 히트 상품은 '감자 찐만두'와 '왕만두', '메밀전병'.
먼저 감자 찐만두는 감자 전분으로 만든 만두피에 돼지고기와 각종 채소, 당면, 칼슘 등 20여 가지 재료를 넣어 만든 제품이다. 왕만두는 감자 대신 밀가루 만두피를 사용해 다른 맛을 낸다.
소화가 잘되는 메밀 피에 매콤한 만두소로 가득 채운 메밀전병은 대포집에서 막걸리 술안주로 인기가 많은 편이다.
이 외에도 김치왕만두, 감자수제비만두, 탕수만두, 투명 꼬물이만두, 부추 물만두, 옥수수 잡채 군만두, 황태왕만두, 도토리만두, 이북식왕만두, 곤드레 메밀전병, 감자전병 등 다양한 제품이 소비자 기호에 맞게 생산되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맛'을 모토로 어머니의 손맛을 정성스레 만두피 안에 담고 있는 ㈜아하식품. 만두가 갑자기 당기는 날, 이 업체의 왕만두를 한 번 맛보는 건 어떨까. 감히 말하지만,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참 맛나게 '만두를 만두(드)는 집'이니깐 말이다.
/ 임장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