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사철' 학과 무조건 폐과는 옳지 않다

2016.04.19 17:48:52

[충북일보] 청년 취업난과 대학 구조조정이 맞물리면서 문사철(인문·철학·역사) 학과가 폐과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일부 대학은 졸업생도 내지 못한 채 폐과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유도하는 대학 구조조정 방향은 이공계 학과 중심의 개편이다. 문사철 계열 학과를 줄이거나 통폐합하자는 것이다. 대학 측은 취업난 해결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

일부 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은 대학을 취업사관학교로만 취급하는 편협한 행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인문·사회·예술 등에서 상대적으로 학생들을 줄임으로서 배움의 장이었던 대학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주장이다.

청주 서원대 일부 교수들과 재학생들도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대학 측이 '한국어문학과' '공연영상학과' 2개 과의 2017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는 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고 폐과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대학 구조조정이 취업난 해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바람직하지 않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공계열 포화 역시 다른 악순환을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학 및 의약계열 취업률이 아직까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긴 하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우리는 정부 주도의 취업난 해소를 위한 대학구조조정을 '빛 좋은 개살구'라고 생각한다.

일자리는 기업이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기업이 경제난으로 채용을 꺼리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돼야 취업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늘어난 이공계열 졸업생들이 5년이나 10년 후 지금과 마찬가지로 취업난에 허덕일 수 있다. 이러면 지금의 수고는 헛일이다.

사람은 살아야 한다. 그리고 돈을 벌어야 문명화 된 사람 노릇을 한다. 어떻게 살고 어떻게 돈을 버는가에 따라 사람의 모습이 달라진다. 그런데 왜 돈을 벌어야 하는가에 대한 사유가 없다. 궁극적으로 사람의 근본 가치를 잊고 산다.

문사철이 강조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인문학은 사람이기 위한 질문과 가치, 기준 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학문이다. 문사철 학과 폐지는 이런 근본을 폐기하는 일이다. 기본이 없는 사회로 질주나 다름없다.

대학의 꿈이 청년 취업률 저조로 인해 무너지는 풍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건강하지 않은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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