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옥에서 처형되다, 이인좌의 젊은 아내 윤자정

1728년 무신란

2015.03.19 15:10:00

조혁연대기자

이인좌는 전라도 관찰사를 지낸 이운징(李雲徵)의 아들로 명문사족의 후예였다. 그의 처가 쪽도 명문으로, 그의 아내 윤자정(尹紫貞)은 남인의 거두였던 윤휴의 손녀이다. 두 집안 모두 남인 계열인 것을 감안하면 당색에 따라 혼인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이인좌는 아내 윤자정과 사이에 중명(中明)·仁明(인명)·문명(文明)·화명(化明) 등 네 아들을 뒀다. 딸도 뒀을 가능성이 있으나 사료에는 아들 이름만 등장한다. 무신란 때 4명의 아들이 어렸던 것으로 봐, 당시 이인좌 나이는 30대 초~중반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아내 윤자정도 거의 같거나 20대 후반의 나이였을 것이다.

이인좌의 젊은 아내 윤자정은 청주옥에서 교형에 처해졌다. <1872년 청주목지도>(부분).

이인좌는 청주목 송면(지금의 괴산 청천)의 집을 떠난지 정확히 21일만인 1728년 3월 27일 한양 군기시 앞에서 백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역죄로 능지처참됐다. 이인좌의 젊은 아내 윤자정은 그로부터 10여일 후인 4월 9일 송면 집에서 청주옥(그림)으로 끌려나와 대역죄인의 아내로써 신문을 받았다.

당시 청주옥은 지금의 남문로 영프라자 자리 쯤에 위치했다. 이인좌는 분명히 박필현과 함께 1728년 무신란을 기획하고 주도했다. 그러나 아내 윤자정은 "마지못해 거사를 했노라"는 식으로 남편 이인좌를 옹호했다.

"지난 10월에 한세홍이 지아비의 집에 왔으므로, 지아비도 또한 상주에 갔다가 돌아오더니, '나는 능히 살 수가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까닭을 물으니, '남인·소론의 무리가 바야흐로 나라를 향하여 일을 일으키고 나를 협박하여 동참하라고 하니, 병을 핑계대는 외에 다른 계책이 없다.'고 하고 이내 전신불수의 시늉을 하면서 오랫동안 누워 일어나지 않았습니다."-<영조실록 4년 4월 9일자>

윤자정은 남편 이인좌가 역모에서 발을 뺐으면 하는 바람을 분명히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멸문을 걱정하고 있었고, 따라서 남편에게 애원조로 말하기도 했다.

"제가 '반드시 적족(赤族)의 재앙이 있을 터인데, 어찌 이런 행동을 하느냐?' 하였더니, '나도 또한 동참하려고 아니하여 병을 핑계대기까지 하였는데도 여러 사람이 힘써 권하니 형세상 면할 수 없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인용문에 등장하는 '적족'이 바로 멸문을 의미한다. 사전상 '적족'은 전쟁 등으로 인해 한 겨레가 모두 살해당했다는 뜻으로, 실은 멸문보다 훨씬 강한 표현이다. 젊은 아내 윤자정의 걱정은 그만큼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이 진술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녀는 그날 곧바로 청주옥에서 교형에 처해졌고, 고아가 된 어린 아들들은 천민이 돼 변방으로 유배됐다.

"이인자와 이웅좌가 모두 적괴이니 그 아우 이기좌를 다시 물을 필요가 없다. 이인좌의 아내는 박필현의 아내의 예에 의하여 교형(絞刑)에 처하고, 그 아이는 나이가 아직 차지 않았으니, 사형을 감하여 절도(絶島)에 종이 되게 하라."-<〃>

윤자정의 친정집도 풍비박산됐다.

'좌포청에서 아뢰기를, "윤경제는 흉적 이인좌의 아내의 아비로서 올해 2월에 공산(公山)의 본고장을 버리고 까닭없이 경상도 칠곡의 깊은 산골짜기로 옮겨 사는 것이 매우 의심스러우므로 일찍이 사람을 보내어 잡으려는 뜻을 아뢰었는데, 윤경제와 그 아들 윤상정 등에 이제 이미 잡아왔으니, 청컨대 국청에 옮겨 보내 주소서." 하니, 임금이 절도에 정배하라고 명하였다.'-<영조실록 4년 6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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