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자구역청 밥그릇 싸움 '유감'

2013.02.26 15:41:05

국가나 자치단체에 있어서 공무원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국가나 자치단체의 경쟁력은 공무원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 경쟁력은 공무원간 서로 신뢰하고, 서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때, 나의 조직과 나의 일에 자부심을 느낄 때 비로소 갖추게 된다. 조직에 활력과 창의력이 넘쳐날 때 경쟁력은 배가되기 마련이다.

갈등에 휩싸인 공직사회

그런데 최근 충북 공직사회는 활력보다 불신에 휩싸여 있다.

충북경제자유구역청 신설에 앞서 제몫 챙기기 행태가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경자구역이 확정된 뒤 경자청 조직 정원을 도 자체 정원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공직사회가 당위성과 반발로 술렁이고 있는 모양새다.

일선 시·군 공무원들은 평소 공치사도 모자라 공동의 성과까지 독식하려 한다며 도의 행태를 두고만 보지 않겠다고 말을 서슴지 않는다.

도는 오는 4월 경자구역청 개청을 목표로 조직 구성작업에 들어갔다.

도의 당초 구상안은 청장(1급)을 중심으로 2본부(3급)·6부(4급) 체계로 기본 틀을 갖춰 정원 88명으로 출범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도는 이 같은 구상안을 행정안전부에 공식 요청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정원 88명은 모두 도 자원으로 채우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에 개발 예정지인 충주시와 청원군 공무원들은 반발하고 나선다.

이들 공무원노조의 입장은 간단하다. 같이 노력했으면 공을 나눠 갖는 게 당연하다. 혼자 성과를 독식하겠다는 것은 이기주의다. 지역 안배 차원에서 해당 지자체에도 인원을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자구역이 성공적으로 조성되기 위해서는 도뿐만 아니라 해당 시·군 직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자신의 입맛대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급기야, 좋은 것은 무조건 자신만 가지려는 전형적인 '도청 이기주의'라고 비난한다. 갈등의 골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한다.

갈등의 불씨가 커지자 도는 면피성 발언을 늘어놓고 있다.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잔꾀를 통해 어떻게든 책임론에서 벗어나보겠다는 셈법이 아닐 수 없다.

오랜 숙원이었던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도민들이 희망에 부풀어 있다. 충북이 비약적인 발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공직사회에서 경제자유구역청 정원 배정을 놓고 벌이는 '그들만의 자리싸움'행태는 도민들을 씁쓸케 하기에 충분하다.

성공위한 고민 먼저다

자리싸움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충북경제자유구역의 성공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가'라는 대원칙 아래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

타 시·도의 선진사례와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데도 시간이 촉박하다.

해결과제도 크고 많다. 청원지역의 수질오염총량제 문제도 명쾌하게 해결해야 한다. 경자청 운영예산 확보도 과제다. 충북경제자유구역의 근간인 오송바이오밸리 관련된 우선 개발사업자도 확정되지 않았다. 외국계 기업과 외국계 학교·병원 등의 유치도 녹록치 않다. 자리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최규남 전 문교부장관(1898~1992)이 한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공무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장관은 흐르는 물과 같고 여러분은 물 바닥에 깔린 차돌과 같은 존재입니다. 차돌이 부동의 자세로 안정되면 언제든지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게 됩니다. 먼저 국가ㆍ사회를 생각하고 그 다음 다른 사람,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나를 생각하십시오." 공직자 모두가 한번쯤 이 메시지의 의미를 되새겨 봤으면 한다.

인사에 휩쓸려 본분을 왜곡하면 안된다. 애국가의 가사처럼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라는 자세를 견지하는 게 공무원의 도리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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