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판 '말아톤' 김명기 교사

지적장애 김미정 학생 육상 교육
훈련 3년만에 학생체전서 銀 획득

2011.05.24 20:00:01

(김)미정(13·여)이는 행복하다. 육상을 시작한지 3년 만에 전국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이유보다도 친아빠 같은 김명기(43) 선생님이 옆에서 자신보다 더 기뻐하며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가 경남 진주에서 개막된 가운데 대회 첫날 육상에서 은메달을 딴 김미정 학생과 김명기 교사가 '승리의 브이'를 그리고 있다.

미정이는 지적장애3급이다. 괴산 청천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미정은 3년 전 김명기 선생님을 만나고부터 인생이 확 달라졌다.

외소한 몸에 지적장애까지 있는 미정의 삶은 걱정스러웠다. 엄마 역시 지적장애인으로 미정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글도 깨우치지 못한 아빠는 오로지 농사일 밖에 모른다.

"아침마다 전교생들에게 건강달리기를 시키는데 미정인 빠르진 않아도 끝까지 완주할 정도로 지구력이 남학생들보다 뛰어났습니다. 미정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미정의 가능성을 발견한 김 교사는 그때부터 체계적으로 육상을 지도했다. 그 역시 사랑의 소중함을 알기에 미정을 친딸처럼 교육했다.

"젊은 시절 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이모부 사업을 도와주다 부도가 나 밑바닥 인생도 맛보았지요. 새벽에는 신문을, 오후에는 녹즙을 돌리는 일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저절로 터득한 것 같습니다."

김 교사는 대회 시작 보름 전부터 미정을 집으로 불러 함께 생활한다. 대회를 앞두고 잘 먹어야 하는데 미정의 집에선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아내(이은경씨)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하다. 미원초 학생회장인 딸 하은(6년·여)이와 아들 찬(5년)이의 도움도 힘이 되고 있다. 미정을 친딸처럼 형제처럼 대하고 생활하는 가족들의 모습에 김 교사는 큰 힘을 얻는다.

대회가 없는 평소에도 김 교사 가족은 미정의 집을 자주 찾아 식사도 하고 이야기 꽃도 피운다.

기간제 교사인 김 교사에겐 꿈이 있다. 6년 전 서울을 떠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괴산에서 공동체 마을을 설립하는 것이다. 각 가정마다 장애우 1명씩을 가족으로 맞아 텃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소박한 삶이 김 교사의 꿈이다.

대회 이틀째인 25일 주 종목인 육상 200m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미정은 뭐가 그리 좋은지 김 교사 인터뷰 내내 옆에 앉아 싱글 벙글이다. 그러고 보니 미정과 김 교사의 미소가 많이 닮았다. 사랑이 충만한 이들은 미소까지 닮나 보다.

/진주=최대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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