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藥‘인가 ‘毒‘인가

“일 안해도 돈나온다”악용… 비정규직 양산도

2007.02.09 00:11:17

지난 6일 일용직 근로자 정모(43·청주시 수곡동)씨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청주종합고용지원센터를 찾았다. 정씨는 지난해 11월까지 청주 산남지구에서 일을 했지만 공사종료와 겨울철 일용직 비수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2개월째 실업급여를 수급받고 있다.

정씨는 “실업급여 제도로 생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 일자리 구하는데 큰 부담이 없다”며 “그러나 일부 일용직들은 이 제도를 악용해 ‘일하지 않고도 먹고살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말해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핀란드, 스위스 등 북·중앙유럽권의 경우 고용안정정책이 선진국수준에 올라있어 실업급여를 각종 노동관련 정책이나 일자리 창출에 대한 경제지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1997년 실업급여 제도 시행이후 점차 비중을 높여가면서 올해 연말이면 61만명이 실업급여의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실업급여의 증가는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암초에 부딪쳐 핀란드 등 고용선진국에서조차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실업급여의 성격도 단순히 취업을 하지 못한 근로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재취업을 위한 격려금’의 성격이 크다.

그러나 대부분 실업급여를 받는 근로자의 경우 실직상태에서도 생계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수급기간(90~240일)을 모두 채우고 재취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정부가 매년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과는 반대로 일하지 않는 사회의 병폐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노동부에서 명시하는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 최소 180일 이상 근무하다 회사가 폐업 또는 도산하거나 권고사직·경영상 해고 등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실직한 근로자가 받는 돈이다. 연령과 보험가입기간에 따라 90~240일까지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를 받는다.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구하거나 직업능력개발 훈련을 받아야 한다.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1~11월 중 실업급여 신청자를 보면 지난 2005년 같은 기간 51만8천28명보다 8.8% 늘은 56만3천562명을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43만8천465명보다 약 13만명이 늘어난 셈이다. 특히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둔 현 정부에서는 첫해인 2003년 37만9천600명, 2004년 47만1천542명, 2005년 56만5천753명으로 매년 급증세를 보였다. 반면 실업률은 98년 7.0%였던 것이 지난해까지 3%대에 머물러 안정을 찾았지만 실직을 이유로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사람은 오히려 늘었다는 분석이다.

결국 전반적인 일자리 창출은 있었지만 실제적으로 고용의 안정은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충북의 경우도 매년 실업급여 신청자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청주종합고용지원센터에 따르면 실업급여 신청자는 지난해 1월 1천390명에서 올해 2천89명으로 늘었다. 이직사유도 전체 신청자 가운데 일용직 근로자가 지난해 437명에서 585명으로 74.7%가 증가했다. 전체 처리건 수 중 일용직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8%에 달했다.

한편 실업급여 수급자 중 재취업율은 지난 2005년 20.8%에서 지난해 29.9%로 8%가량 높아졌다.

이처럼 신청자가 급증하는 것은 회사의 필요에 따라 고용과 해고를 반복적으로 겪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늘어난데다 겨울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일용직의 가세가 수치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다.

실업급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정규직 양산과 부정수급이다.

특히 부정수급은 회사와 근로자간 의견만 일치하면 실업급여를 손쉽게 지급받을 수 있어 부당이득의 표적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의적 퇴사에도 불구하고 경리직원이 ‘구조조정’이나 ‘경영상 해고’라는 사유로 고용센터에 보고하면 실업급여를 관리하는 해당 센터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지난해에는 청주의 한 택지지구 고용관리 책임자가 노무자의 인건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일을 하지 않은 근로자를 허위신고해 세금을 내지 않는 등 불법행위를 하다 노동부로부터 300만원 이하 과태로 처분을 받았다.
더구나 일용직의 경우 이를 악용해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180일만 채우고 수당을 받는 형식이 만연해지면서 겨울철이면 고용센터가 발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인생백태의 현장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용직의 경우도 미장 등 전문근로자의 경우 일당을 10만원 이상 받는 사례가 많아 한달 실업급여가 최소 3~4만원대, 90일치로 환산하면 360만원인 셈이다.

결국 일하지 않고도 한달에 120만원을 꼬박 챙기길 수 있기 때문에 도덕적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실업급여의 부정수급이 위험수위에 올라있지만 이를 해결해야 할 인력은 한정돼 있어 처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청주종합고용지원센터의 경우 실업인정 대상자를 상담하는데 투입된 직원은 4명, 이들이 하루 처리하는 실업자는 직원 1명당 일평균 50명 안팎이다. 일용직 근로자가 몰리는 12~2월에는 150~200명 가까이 소화해야 하는 날이 매일이다.

규정상으로 보면 실업급여 제도가 일부 변경되면서 재취업에 대한 구직표 작성에 따라 10~20분정도 취업의지와 적성 등을 상담해야 하지만 몰려드는 민원으로 상담은 커녕 서류심사에도 빠듯하다는 것이 일선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가 고용안정에 대한 비중을 실업급여에서 일자리 창출로 비중을 두면서 매년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며 “고용안정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전문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배군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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