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국내여행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청주지역 108명의 노인들이 (사)한건복지재단의 도움으로 생애 첫 해외여행길에 올랐다.
지난 12일 낮 12시 청주국제공항 청사 출국대기실. 노인이 들뜬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여 기념촬영을 하느라 분주했다. 한건복지재단이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마련한 '효' 해외문화탐방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3박4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는 이들의 표정은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탐방단이 중국에 도착해 가진 첫 식사는 베이징의 자랑인 '북경오리구이'였다. 고급중국요리는 탕수육이 최고인 줄 알았던 노인들은 고소하고 바삭한 오리맛에 감탄하며 젓가락을 바삐 놀렸다.
식사 뒤 베이징의 명동거리라 할 수 있는 '왕부정'거리를 방문했다. 노인들은 백화점과 각종 명품매장이 가득한 거리를 걸으며 "자기들이 알고 있는 중국은 못 입고 못 먹는 사람들만 가득 한 줄 알았다"고 놀라워했다.
둘째 날인 13일 오전에는 '만리장성'을 구경했다. 끝없이 세워진 성벽에 올라선 노인들은 "중국에 온 게 실감난다"며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은 북경 16명소 중 으뜸으로 꼽히는 '용경협'을 찾았다. 평균 수심이 72m에 이른다는 인공저수지위를 유람선을 타고 한 바퀴 돌았다. 협곡의 좌우로 기기묘묘한 봉우리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노인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버튼을 누르며 즐거워했다.
다음날은 천안문 광장과 자금성을 둘러봤다. 천안문 광장에 걸려있는 모택동 초상화를 본 노인들은 "뉴스에서 보던 곳이다"며 기념촬영을 하기 바빴다. 천안문 광장을 지나 자금성에 들어서자 72만㎡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에 노인들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저녁에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칠순잔치가 열렸다. 노인들은 머나먼 타국에서 맞이한 잔치상을 보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한복을 차려입은 자원봉사자들은 올해 칠순을 맞은 18명의 노인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선물을 드렸다. 지켜보던 집행부와 취재진, 의료진 한마음으로 어버이 노래를 부르며 베이징에서의 마지막 밤을 맞았다.
김정순(여·70·청주시 흥덕구 사직동)씨는 "해외여행은 남의 일로만 알았다"며 "남은 인생동안 잊지 못할 선물이 될 것같다"고 말했다.
/ 강현창기자 anboy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