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애들 취업시켜도 되나요?"
28일 새벽 청주의 한 경찰지구대에 40대 남성이 찾아와 물었다. 남성의 뒤를 따라온 여성 두 명은 짙은 화장에 나이를 분간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91년생'이라는 그녀들을 술집에 채용해도 되는 지를 묻기 위해 온 것이다.
경찰관은 한참동안 법전을 뒤적거리더니 "좋은 일도 아니고 그냥 취업시키지 말라"며 그들을 돌려보냈다.
그렇다면 '취업 곤란'이라는 이 경찰관의 대답은 맞았을까? 틀렸다. 지구대를 찾은 여성들은 만 19세에 해당돼 술집 출입과 취업이 가능했다.
이 경찰관은 기자에게 "솔직히 법마다 기준이 모두 달라 잘 모르겠다"며 "만약 가능하다고 했다가 단속에 걸리면 우리 입장이 곤란해져 그냥 안 된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각종 법마다 청소년에 대한 기준이 모두 달라 이를 지도·단속해야 할 경찰들이 관계 법령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자문을 해오는 민원인에게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는 촌극까지 빚어지고 있다.
현재 법적으로 청소년을 일컫는 말은 최소한 5가지. 미성년자(민법), 소년(소년법), 청소년(청소년보호법), 연소자(근로기준법), 형사미성년자(형법) 등 법마다 다르다.
규정 나이도 천차만별이다. 만 14세 미만은 형법상 범죄를 저질러도 형법 상 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며, 만 15세 미만은 근로기준법상 최저연령에 해당돼 급여를 받고 근로를 할 수 있는 나이다. 호적증명서와 친권자의 동의만 있으면 취업도 가능하다.
만 18세 이상은 부모의 동의를 얻어 결혼도 할 수 있다. 혼인을 한 18세의 남녀는 민법상 성년자로 취급받게 된다.
만 19세 미만은 청소년보호법 및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의 대상.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1일이 되면 대상에서 제외돼 술집 및 비디오방, 노래방 등 유흥업소의 출입과 취업이 가능해진다. 생일이 지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그러나 선거법상 성년은 생일이 지나야 한다. 만 19세가 됐더라도 생일이 지나지 않으면 투표는 할 수 없다.
만 20세가 되면 민법상 성년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때부터는 신용카드 신청 및 부동산·자동차 매매 계약 등 독자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해진다. 부모의 동의 없이 결혼, 입양도 할 수 있다.
이처럼 청소년 관련 법령과 기준이 모두 달라 일선 경찰관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한 경찰관은 "숙지해야 할 청소년 나이가 너무나 많다"며 "법전을 찾지 않으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를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찰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술집을 운영하는 남모(47·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씨는 "법이 복잡하다면 경찰이 이를 잘 안내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제대로 숙지도 못하면서 단속을 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꼬집어 말했다.
/ 강현창기자 anboy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