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선호사상과 젠더사이드

2010.03.08 14:03:03

장공자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오늘(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여성의 날이 있으면 남성의 날도 있을 법 한데, 아직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남성의 날이 없다는 건 특별히 그런 날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무슨 무슨 날이라고 정하는 건 평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거나, 아니면 그런 날이라도 만들어·보호하고 기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에 기인하는 게 아닌가 한다. 예를 들면, 어린이날(5월 5일), 장애인의 날(4월 20일), 근로자의 날(5월 1일)·등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무슨 날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마냥 좋다고 할 수만도 없는 것 같다.

·우리가 무슨 날을 정해서라도 보호하고 기리지 않으면 안 되는 데는 인간의 이기심과 그릇된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이기심이야말로 인간으로 하여금 얼마나 반인륜적인 일을 저지르게 했는지 모른다. 예를 들면, 인류 역사상 계집애라는 단순한 이유로 살해하는 폐녀(廢女)와 내다버리는 기녀(棄女)의 관습은 자고이래 동서양에 공히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이 같은 폐녀와 기녀는 주로 남정네들에 의해 저질러졌다. 물론 여성의 방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용감하고 사냥솜씨가 좋은 남자에 비해 자급자족할 능력도, 또 몸을 움직여 집단 전체가 먹을 공동의 음식물을 준비하는 데 기여할 여력도 별로 없다는 이유로 폐녀와 기녀의 관습은 자행되었다고 맥리넌(John Ferguson McLennan:1827~1881)은 그의 『혼인의 기원 Primitive Marriage』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밝히고 있다.

·일찍이 마키아벨리(N. B. Machiavelli: 1469~1527)는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더 적나라하게 말한 바 있다. 그는 사람은 그들의 유산보다 아버지의 죽음을 쉽게 잊어버린다(Man easily forget the death of father than their patrimony)고 했다. 사실 나는 내 주변에서 마키아벨리의 말처럼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유산 문제로 싸우는 형제들을 심심치 않게 보기도 했고, 듣기도 했다. 이 같은 원초적인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인간은 악하다고 한 사상가가 생겨났다. 이의 대표적인 인물이 순자(荀子: 기원전 314~228)이다.

·오늘 여성의 날을 맞아 국제여성인권단체인 '이퀄리티 나우(Equolity Now)'가 발표한 '여성의 법적 지위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조선일보 보도), 일본ㆍ이스라엘ㆍ예멘ㆍ알제리아ㆍ싱가포르ㆍ이라크 등 36개국은 여성의 지위를 남성보다 부차적으로 보는 법을 폐지할 의사가 없는 국가로 분류된 반면, 프랑스ㆍ스위스ㆍ인도ㆍ말레시아ㆍ멕시코ㆍ파키스탄ㆍ터키 등 31개국은 이전의 성차별적인 법을 폐지하거나 차별적인 법 조항을 수정한 국가들로 분류하고 있는데, 그중 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여러 면에서 선진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이퀄리티 나우'는 여성의 법적 지위와 관련하여 아직도 일부 국가에서는 남아선호사상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가 하면, 영국 주간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중국ㆍ인도ㆍ코카서스 지역 등에서는 이 같은 남아선호사상으로 연간 1억 여 명의 여아가 낙태 등 '젠더사이드(Gendercide: 여성에 대한 조직적인 살해)'를 당하고 있다고 하니, 21세기 문명사회에서도 야만적인 폐녀(廢女)의 유습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어 인간으로서의 서글픔을 금할 수가 없다.·역사상 이 같은 젠더사이드와 같은 반인륜적 행위가 남녀성비를 파괴시켰고, 그로 인한 반문명적인 혼인 제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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