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시마'의 교훈

2009.12.08 12:22:02

반상철 교수

서원대 건축학과

일본 열도 서측부분에 있는 오카야마현(岡山縣) 앞에 나오시마(直島)라고 하는 작은 섬이 근래 화제에 오르고 있다. 행정구역상 가가와현(香川縣)에 속해 있는 둘레 16km의 이 작은 섬은 원래 구리제련소가 있어서 한 때 공해로 고통을 받던 버려진 곳이었으나 한 기업가의 헌신적인 노력과 탁월한 판단 덕에 이제는 한 해 30만명 이상이 찾아오는 국제적인 문화예술 명소로 변모되었다. 그 결과 섬주민의 1인당 평균소득이 현 전체에서 1위로 올라서게 되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나오시마의 기적'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나오시마의 기적'에는 일본 최대의 교육출판 기업인 베네세의 후쿠다 소이치로(福武總一郞)회장이 있다. 그는 미래의 성장동력이 문화와 예술에 있다는 판단 아래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방법으로 예술품을 선택하였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임원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폐허와 같았던 나오시마 섬의 절반을 사서 약 18년 간에 걸쳐 이 섬을 예술의 섬으로, 베네세 그룹을 예술과 문화를 지향하는 기업으로 만드는 데에 성공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이 기업은 전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8%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게 되어 2008년 포천지 선정 일본 20대 부호 대열에 이름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후쿠다 회장은 이러한 꿈을 실천에 옮겨 줄 인물로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를 선정하고 그에게 프로젝트의 전권을 주었다. 안도 다다오는 1992년 미술관과 호텔이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베네세 하우스'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04년 땅 속에 건물을 묻어 완성하여 건축계를 놀라게 한 '지중미술관' 등을 세웠고, 현재도 계속해서 섬을 예술품, 예술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해안 곳곳에 미술관 등을 세우고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설치했으며, 과거 가난한 어촌으로 마을 사람들이 거의 떠나고 없는 주택들도 기발한 아이디어와 특이한 디자인으로 조성한 '아트 하우스'로 재탄생 시켰다.

최근에는 여행잡지 등에서 나오시마를 '세계 7대 관광지'로 소개할 정도이다. 필자는 이 섬을 선배의 강력한 추천으로 방문해서 자전거를 임대해 하루 종일 다녀보기도 하였고, 인근 의 다른 도시를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동료들을 설득하고 협박까지 해서 두세차례 더 가보았다. 반나절이면 다 볼 수 있는 곳이지만 기회가 되면 언제고 다시 가고 싶은 곳이어서 전공 불문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가 보기를 권하곤 한다.

최근에 서울에서 디자인 페어가 열리는 동안 개최된 세미나에 베네세의 후쿠다회장의 이름이 눈에 띠어 참가신청을 하고 강의를 들을 기회를 가졌다. 그가 올해까지 18년 동안 이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적으로 베네세란 회사의 팬fan 집단'을 만들겠다는 집념이 컸기 때문이며, 고객만족의 대가로 회사를 성장시키고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뛰어 넘어 '존경받고 사랑받는' 회사가 되어 베네세의 팬들을 많이 키우려는 시도가 성공을 낳은 것이라는 말을 했다. 즉 문화와 예술로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곧 존경받는 기업을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신념으로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팬'을 많이 보유한 회사는 불황에도 끄떡 없다." 는 것이다. 심지어는 '예술적 소양을 가진 인재의 중요성'에 초점을 두고 임원 면접시 나오시마 섬에서 시험을 보고 예술작품을 보며 문화적 소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까지 한다니 그저 감탄할 따름이었다.

"예술을 모르는 인재는 성과가 1위라고 해도 필요없다. 21세기엔 좋은 기업, 매력적인 기업만 살아남는다. 이러한 기업을 만드는 것은 결국 미술, 나아가 예술을 즐길 줄 아는 창의적이고 여유로운 인재가 필요하다.'는 경영관을 보여주었다.

정말 부러운 일이 아닌가· 문화와 예술을 존중하고 아이디어와 디자인, 창작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일은 미래를 준비하는 필수적인 자원임을 다시금 일깨워준 사례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올 겨울 휴가와 방학철에 혹시 다른 계획이 없는 분들에게 나오시마에 가서 예술의 호수에 푹 빠질 기회를 가지시길 권하고 싶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