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상속세 관련법 시대에 맞게 고쳐야

2024.04.28 22:25:41

[충북일보] 가정의 달 5월을 앞두고 의미 있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현행 민법 조항 일부가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생전에 병간호 등 부양한 가족에게 따로 준 증여분도 합쳐 유류분으로 나눠야 한다는 조항도 헌법불합치 판단을 받았다. 패륜 가족은 상속에서 제외하고, 극진히 보살핀 가족은 기여를 인정해 줘야 한다는 취지다. 민법상 유류분 제도의 대대적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현행법은 생전 고인의 뜻과 무관하게 유산 일부를 가족에게 의무적으로 상속토록 하는 게 핵심이다. 늦었지만 가족으로서 도리는 외면한 채 고인의 유산에만 집착하는 그릇된 세태에 경종을 울린 결정이다.

유류분 제도는 1977년 도입됐다. 유족들이 고인의 재산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려고 다투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고인이 유언 없이 별세하는 경우 자녀와 배우자는 상속 대상 재산의 2분의 1,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각각 받는다. 문제는 누구나 가족이란 이름 아래 유산 수령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생전에 고인을 학대한 이들은 물론 고인을 낳은 뒤 양육 의무를 저버린 이들조차 가능하다. 헌재 결정의 배경에는 이런 유류분 제도 악용 현실이 있었다. 2019년 가수 구하라 씨가 사망하자 20년 넘게 연을 끊고 지낸 친모가 나타나 유산을 받아간 게 대표적이다. 상속 자격이 의심되는 이들의 유류분 청구가 많은 분쟁을 초래했다. 재판부는 "고인을 유기·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까지 유류분을 인정하는 건 상식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배우자·직계존비속 유류분'은 정당성을 인정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유류분 제도가 가족의 연대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헌재의 판단 기준은 결국 가족의 도리였다. 기계적 배분에서 벗어나 가족이라는 가치를 법률에 담아야 한다고 주문한 셈이다.

정부와 국회는 헌재 결정을 계기로 시대에 맞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미래 가족의 모습까지 반영한 새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헌재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 가족관계 변화를 현실적으로 반영한 결정이라고 믿는다. 헌재는 과거 2010~13년 세 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현실은 이제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가족 간 교류가 많이 없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는 크다. 요즘 같은 초고령화 시대에 시의적절 했다. 다만 유류분 제도가 일부 없어지고 기여 정도에 따라 상속이 이뤄진다면 상속 분쟁은 지금보다 훨씬 심해질 공산이 크다. 상속은 개개인의 재산권이 걸린 예민한 사안이다. 정부와 국회가 신속하면서도 정교한 법 정비에 나서야 할 때다. 상속세제 개편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재계의 건의도 벌써 몇 번째다. 그러나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에선 관심조차 없다. 기업 경영주나 자본가, 재벌을 적대시하는 경향 때문이다. 정부도 일부 계층의 반발과 조세 수입 감소를 걱정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비중은 전체 조세 가운데 미미하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다. 불합리한 제도는 고쳐야 한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전향적이고 획기적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가족 간 교류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현실의 반영이다.·정부와 국회가 먼저 국민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게 맞다.·그래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족의 의미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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