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수수한 동네 골목에 눈에 띄는 민트색 창틀은 '무브민트'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외관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의할 수 없는 좋은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작은 공간에 가득한 향기를 느끼는 것은 분명 후각만이 아니다. 머릿속까지 향기를 품게 하는 이곳을 슬쩍 둘러보면 먹음직스러운…
[충북일보] '목욕탕'은 각자의 추억과 닿아있다. 누군가에게 목욕탕은 달콤한 바나나우유 한 모금으로 기억될 수 있고 때 밀어주는 부모님의 거친 손길이나 젖은 나무 냄새가 먼저 떠오를 수도 있다. 이전과는 달라진 목욕 문화로 인해 목욕탕에 대한 기억이 없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청주 사람이라면 한…
[충북일보] 기성세대에게 생소한 단어가 많아진다. 몇 번을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도 있지만 설명을 조금만 보태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단어도 있다. '다꾸' '폰꾸' '폴꾸'… 영문을 알 수 없는 이 단어들은 '다이어리 꾸미기' '폰꾸미기' '폴라로이드 꾸미기'의 줄임말이다. '꾸미기'라면 집이…
[충북일보] 쌀은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재료다. 밥의 종류만도 수 가지다. 쌀과 함께 넣는 잡곡에 따라 맛이 변하는 것은 물론 고기나 채소, 버섯 등과 궁합을 맞출 수도 있다. 기호에 따라 볶아 먹거나 끓여 먹으면 또 다른 음식이 된다. 과자나 면류 등으로 가공할 수도 있다. 솥에 눌어붙은 밥조차 '누룽지…
[충북일보] '도둑'은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는 나쁜 짓, 또는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부정적인 단어다. 이 단어가 긍정적인 영역으로 들어서는 때도 있는데 도둑 앞에 '밥'이 붙을 때다. 밥도둑은 입맛을 돋우어 밥을 많이 먹게 하는 반찬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이 수식어가 붙으면 그 대상의…
[충북일보] 등장과 동시에 청주 산남동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한 골목이 있다. '핫남동'이라는 동네 애칭까지 생기게 한 독특한 거리다. 몇 년간 청주 핫플레이스로 이른 저녁부터 새벽까지 북적였다. 새로 생긴 번화가들로 청년들의 시선이 옮겨가며 주춤하는가 싶었지만 여전히 산남동의 저녁은 밝다.…
[충북일보] 일반적인 빵집과 조금 다른 재료를 고집하는 가게가 있다. 베이킹이라 하면 흔히 떠올릴만한 재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그게 안 들어가도 빵이 된다고?'라는 의구심이 들 만큼 많은 재료가 배제된다. 대표적으로 달걀과 버터, 우유가 빠졌다. 모든 동물성 재료는 물론 흰 밀가루와 정제 설…
[충북일보] 살짝 굽이친 야트막한 언덕 위로 오가는 차들이 끊이지 않는다. 숲속의 정원이라고 쓰인 돌조형물을 지나 주차장에 내리면 사람들이 내뱉는 웃음섞인 탄성이 들린다. 푸른 잔디와 꽃으로 덮인 넓은 대지에 잘 관리된 나무가 멋스러운 조경, 깨끗한 건물 외관은 어느 리조트에 온듯한 착각을 불…
[충북일보] 빨갛게 꽃망울을 터뜨린 장미넝쿨이 담장을 둘렀다. 그리 높지 않은 담장 안쪽은 온갖 식물로 가득한 푸른 마당이다. 굵은 나무 줄기에 솟아오른 분꽃, 마당 가운데 폭죽이 터진 듯 늘어져 있는 화려한 색상의 폭죽꽃부터 쉬이 볼수 없는 야생화와 희귀 식물들이 가득하다. 자연등잔길의 주인…
[충북일보] 샐러드 전문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먹고 싶을 때마다 주문할 수도 있고 온라인 배송을 통해 여러개씩 받아보기도 한다. 늘 식단을 관리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역내 새벽 배송 업체도 있다. 보통 샐러드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신선한 채소와 드레싱이다. 가끔 과일이나 치즈가 곁들…
[충북일보] 가족 구성원은 줄어들고 1인 가구는 증가했다.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거의 모든 메뉴를 집에서 즐길 수 있다. 혼족을 위한 메뉴도 많아졌다.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들도 과거에 비해 빼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집밥을 그리워한다. 미묘한…
[충북일보] 자영업을 하면서 해마다 한번씩은 고비가 찾아온다고들 하지만 2020년은 고비라는 말로 부족했다.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찾아온 시련은 끝을 알 수 조차 없었다. 곳곳에서 한숨 소리가 터져나왔다. 다들 어렵다는 이 시기에도 발 빠르게 다음을 도약한 사람들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운영…
[충북일보] 커다란 종이 상자에 기대에 찬 시선이 머문다. 주인공이 조심스럽게 상자를 펼치면 이내 탄성이 새어나온다. 지름 61cm의 커다란 헬륨풍선에 마음이 담긴 메시지가 새겨져 하늘로 떠오른다. 알록달록한 작은 풍선이 헬륨풍선 안에서 눈길을 사로 잡는다. 둥실, 떠오르는 풍선 아래 줄줄이…
[충북일보]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준비물에 케이크가 빠지면 서운하다. 생일, 기념일 등 그날의 성격에 맞는 케이크라면 더욱 특별함을 빛내줄 수 있다. 저마다의 목적으로 케이크를 찾지만 큰 사이즈는 부담스러운 경우도 많다. 연인이나 친구는 물론 가족 단위 또한 작다면 행사를 끝낸 뒤 케이크…
[충북일보] 조리법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내는 식재료는 많지만 닭처럼 다양한 음식을 구현할 수 있는 식재료는 드물다. 튀기면 '치느님'으로 추앙받는가 하면 삼을 넣고 끓이면 복날 대표 음식으로 내세울만한 보양식이 된다. 간단한 간식으로 꼬치처럼 굽거나 식사 대용으로 볶거나 쪄먹기도 한다. 소나…
[충북일보] '월곡리 커피'라고 쓰인 작은 간판을 발견하고 고개를 들면 한 건물의 이층으로 향하는 좁은 계단이 보인다. 구불구불한 계단을 따라 2층으로 들어서면 예상외로 탁 트인 공간을 마주한다. 특별히 구획을 나누지 않은 너른 공간이 미묘한 구분으로 각각의 독립된 공간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충북일보] 문화예술은 한 단어로 특정하기 어렵다. 음악, 미술, 공연 전시 따위의 문화적 활동과 관계된 예술 활동을 말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누림터 '아트큐브'에서는 그 모든 활동을 누린다. 파이프 공명악기, 금속공예품, 나무 도마, 미술 도구 등 사무실을 채운 집기만 봐도 그렇다. 신수정 대표는…
[충북일보] 얇은 피 너머에 잎새 모양으로 꽉 들어찬 속이 비친다. 몽키만두 한판이면 불그스름한 김치만두와 꼬리를 내보이는 새우만두, 뽀얀 고기만두가 상위에 오른다. 한 입 베어 물면 육즙을 품은 만두소가 각각의 특색으로 입안을 채운다. 몽키만두는 청주 사창동 충북대학교 인근에 3년 전 문을 열…
[충북일보] 쫄깃한 면발에 시원한 육수를 자랑하는 냉면은 여름 대표 메뉴이자 모든 계절 사랑받는 음식이다. 더울 때 먹는 빈도가 잦아지긴 하지만 추운 겨울일수록 살얼음 덮인 냉면을 찾는 이들도 있다. 평양냉면, 회냉면 등 매니아 층을 보유하던 메뉴가 몇 년 새 매스컴을 뒤덮으며 대중적인 메뉴가…
[충북일보] 커다란 그릇 가장자리로 신선한 가리비가 입을 벌렸다. 빠르게 볶아내는 해물에 섞여 조갯살이 떨어지지 않도록 따로 쪄낸 배려가 느껴진다. 해물찜의 상징과도 같은 콩나물과 미나리가 빨갛게 쌓였다. 콩나물 사이로 꽃게와 새우, 미더덕과 알이 풍성한 모습을 속속 드러낸다. 수북한 해물찜 위…
[충북일보] 누군가에게는 마냥 어둡기만 한 새벽 5시가 하루 중 어떤 시간보다 활기찬 곳도 있다. 아침을 깨우는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함께 신선한 내음이 가득한 청주 농수산물 도매센터다. 산지에서 막 도착한 과일이 각각의 매력을 뽐내며 선택을 기다린다. 계림상회를 운영 중인 전명구 대표도 수많…
[충북일보 김희란기자] 어떤 일을 맡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신뢰다. 직접 이끌어갈 사업체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믿을만한 상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디자인과 마케팅 작업도 그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사업체를 시작하려면 전반적인 디자인이 필요하다. 첫 이미지를 결정하는 로고와 명함…
[충북일보 김희란기자] 고기는 언제나 옳지만 구워 먹는 고기는 언젠가부터 집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메뉴가 됐다. 몇 안 되는 가족 구성원이 고기 한번 구워 먹으려면 사방에 튀는 기름과 산더미처럼 쌓이는 설거지 거리가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한편에서 굽느라 못 먹는 사람이 생기거나 다 같이 먹으려고…
[충북일보 김희란기자] '추억의 맛'으로 기억되는 어떤 맛이 있다. 어렸을 적 각자의 집에서 먹은 나만의 추억은 다른 누군가의 그것과도 묘하게 맞닿아 있다. 수많은 집에서 각각의 된장과 서로 다른 육수로 끓여낸 된장국은 그 이름만으로 같은 기억을 만들어 낸다. 할머니가, 혹은 엄마가 끓여주던…
[충북일보 김희란기자] 달콤한 디저트만큼 순식간에 기분을 풀어주는 음식은 드물다. 몇 년 전부터 마카롱 등 달콤함을 내세운 디저트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간식이었던 마카롱은 아무 때고 달달한 휴식을 원하는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수요를 늘려갔다. 청주에서만도 수많은 가게…
[충북일보] "이렇게라도 나서야 60년 이상 가슴에 맺혀 있던 응어리가 풀릴 것 같아요." 해마다 4월이 오면 가슴에 맺혀 있는 한(恨)을 풀지 못해 몸살을 앓는 80대 어르신들이 있다. 1960년 청주공업고등학교 2학년 학생신분으로 4·19 학생혁명운동을 주도하고도 국가로부터 유공자 인정을 받지 못한 김태형(83·옥천읍), 김영한(82), 강건원(83), 곽한소(83), 이영일(82)씨가 그들이다. 김 씨 등은 지난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부 정문 앞에서 청주지역 고등학생 4·19 연합시위 공적재심사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성명서 발표 자리에 곽한소 씨는 병환으로 입원 중이어서 참여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영일 씨가 낭독한 '4·19학생혁명운동 전국 3대 발원지 청주공고'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1960년 당시 청주공고 2학년생이던 우리들은 4월 3일 청주시 수동 213번지 김태형의 자취방에 모여 자유당 독재정권의 3·15 부정선거규탄 학생시위운동을 모의하고, 4월 13일 시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4월 16일, 4월 17일에도 시위를 벌였으며 4월 18일 청주지역 학생연합 시위운동에 참여했다"며 "4·18 청주지역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속보=청주시와 시내버스 준공영제 참여업체, 노조위원회의 임금인상 논의가 오는 6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7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가 임금인상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준공영제 협약사항을 개선하라고 청주시준공영제 관리위원회에 권고했기 때문이다. 준공영제 협약사항이 정하고 있는 임금체계에 대해 각계의 이야기를 듣고 변경을 검토하라는 취지다. 현재는 준공영제 시행협약서와 '청주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 중 9조 16항에 '인건비 지원액은 공공기관 임금인상률의 ±20%를 초과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이 담겨있어 임금인상에는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권고안에 따라 준공영제 관리위원회는 자체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론화를 위한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에 소속되는 위원들은 시에서 2명, 업체에서 2명, 노조에서 2명, 시의회에서 2명 등 모두 13명 정도로 구성된다. 이들은 청주지역 시내버스 운수종사자들의 노동환경 등을 조사하고 임금인상이 타당한 지 검토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또 임금인상의 경우 시민들의 세금을 통해 지원되다보니 시민들에게 위 사안을 알리고, 의견을 청취하는 활동도 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지방노동
[충북일보] 송기섭 진천군수가 진천군 살림을 맡은 지 9년 차에 들어섰다. 3선 군수지만 '아직 진천을 위해 하고 싶은 게 많다'며 남다른 지역 사랑과 지역발전에 대한 사명감을 자랑하고 있다. 취임 8년과 민선 8기 반환 포인트를 목전에 둔 송기섭 군수를 만나 취임 당시 목표로 한 군정의 진행 상황과 평가, 남은 시간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들어본다. ◇진천군수로서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는 게 숫자를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9만 명 진천군민의 선택을 받은 지난 2016년부터 개인보다는 지역의 발전과 군민의 삶을 우선순위에 두고 몰입하다 보니 정신없이 일만 했던 것 같다. 내가 판단한 작은 부분이 지역주민에게는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공직자의 시선에서 결정한 내용이 군민 눈높이에 맞는 것인지 현장에 나가 군민과 대화를 나눠야 했으므로 항상 시간은 부족하게 느껴졌다. 덕분에 철도와 인구, 경제 등 어느 지방정부보다 비약적인 성장을 군민, 군 공직자와 함께 이룰 수 있었고,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지난 8년간 가장 값진 것은 무엇인가. 수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