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긴 장마 코앞에서 칠보산을 오르내린다. 일곱 개 보석 같은 바위 봉우리가 줄선다. 파도가 밀려오 듯 산안개가 물결을 친다. 계곡에선 맑은 급류가 하얀 폭포가 된다. 환히 비치는 소와 담은 비밀 물놀이 터다. 초록의 숲이 계곡의 물빛과 어우러진다. 깊고 아득한 숲길 끝 저편이 신기루 같다. 계곡은 굽이굽이 흐르고, 산은 그림 같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충북의 못난이 농산물 활약이 세계적이다. 충북도민들의 공동이익을 보장하며 B급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지속가능한 충북경제발전에 한몫하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만든 변화다. *** 어쩌다 못난이 김치는 역발상 충북의 '어쩌다 못난이 김치'가 주목을 받고 있다. 상품성이 떨어지거나 버려질 위기에 처한 배추의 화려한 부활이다. 농가소득 창출에서 환경 보호까지 양수겸장이다. 사회적 비용까지 줄이는 등 다양한 효과를 내고 있다. 못난 외형만큼 품질이 떨어질 거란 편견이 깨진 지는 오래다. 되레 못난이 배추 구입은 지구까지 살리는 가치소비로 인식된다. 소비자 구입 채널도 많아져 편리하다. 정기구독 서비스, 홈쇼핑, 대형마트 구입은 기본이다. 이제는 편의점에서도 만날 수 있다. 충북도는 지난해 12월부터 '어쩌다 못난이 김치'를 출시했다. 가격폭락 등의 이유로 밭에서 수확하지 못한 지역 배추를 수매해 만들었다. 농가들은 새로운 소득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맛 좋은 국산 농산물을 만나게 됐다. 그런 점에서 못난이 김치는 상생을 실천하는 사업이다. 지금은 해외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호주를 시작으로 일본, 베트남, 독
계곡 초입부터 계곡물 소리가 요란하다. 거칠고 사납고 거센 힘이 즉시 느껴진다. 가문비나무가 계곡을 빼곡하게 채운다. 걷는 내내 초록세상을 만들어 선물한다. 만년설산과 암봉들이 마을을 에워싼다. 이국적 풍경이 그림엽서처럼 펼쳐진다. 밤 동안 질척이던 하늘이 파랗게 열린다. 아라쿨패스까지 왕복 20km를 걷는다. 3000m 고지쯤 오르니 야생화 천국이다. 초원 위로 노란 꽃밭이 드넓게 펼쳐진다. 하얀 만년설에 에워싸여 더욱 아름답다. 계곡에선 빙하수가 폭포처럼 쏟아진다. 설산에서 누리는 최고의 호사를 누린다. [충북일보] 헤밍웨이가 극찬한 중앙아시아로 간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서 여행을 시작한다. 이어 키르기스스탄 여러 곳을 탐방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맛본다. 허나 처음 간 지역에선 누구나 긴장한다. 여행을 많이 해본 베테랑도 다르지 않다. 처음 여행지에선 그저 초보자일 뿐이다. 그래도 낯선 곳에서 느끼는 떨림이 좋다. 내 여행의 시작과 끝은 비교적 단순하다. 시작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공항이다. 마무리는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다. ◇알틴아라샨에서 아라쿨패스까지 알틴아라샨에 가기 전 카라콜에 머문다. 6~8월이면 전 세계 사람들이 찾
청정도량 운문사 솔바람길을 따라 간다. 터널을 이룬 솔밭 사이를 느리게 걷는다. 소나무 숲을 걷는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솔숲에선 맥문동이 꽃 피울 준비를 한다. 울창한 솔숲길에 피톤치드가 가득하다. 노송들이 시원스레 뻗어 오른 솔숲이다. 수백 년 나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길옆 운문천에 물소리가 한가득 흐른다. 운문사 솔숲은 앉아 쉬는 곳이 휴식처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다. 살짝 땀 흘리면 사리암 주차장에 닿는다. [충북일보] 하지 지나니 날씨가 부쩍 여름 티를 낸다. 30도 오르내리는 기온이 온몸을 감싼다. 이럴 때는 그냥 무조건 도시를 떠나야 한다. 깊은 산속 계곡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경북 청도는 산과 들, 물이 맑고 아름답다. 큰 길이 사방으로 통해 정말로 시원하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운문사로 간다. 때맞춰·솔 향 머금은 바람이 천천히 분다. 시원한 상쾌함이 기분 좋게 뺨을 스친다. 청도의 사계는 색의 향연, 보색의 잔치다. 봄엔 벚꽃과 복사꽃이 예쁘게 어울린다. 여름은 짙어진 녹색의 푸르름에 빛난다. 초록의 대지에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진다. 가을엔 붉어진 감나무와 파란 하늘이다. 그래도 운문사는 겨울이 가장 아름
[충북일보] 천산의 만년설이 녹아 이시쿨에 닿는다. 수백 물줄기 모아져 바다호수를 만든다. 물빛은 맑고 짙푸른 쪽색으로 투명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아침 해를 맞는다. 눈이 볼 수 있는 한 시야를 멀리 펼쳐본다. 잉걸불 같은 태양이 일망무제로 빛난다. 수평선 위로 떠오른 불덩이가 아찔하다. 설국의 아름다움을 장엄하게 드러낸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김영환 충북지사가 또 다시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김태수 전 충북도 정무보좌관에 대한 보은인사 때문이다. 회전문 인사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낙하산 인사 논란까지 일으키고 있다. *** 비선 실세라도 있는 걸까 충북도장애인체육회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었다. 이 자리서 김 전 보좌관을 신임 사무처장으로 심의·의결했다. 김 전 보좌관은 오는 29일 도장애인체육회장인 김 지사에게 임명장을 받는다.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 2년이다. 김 전 보좌관은 지난 4월 제천 산불 술자리 논란 등에 대한 책임 때문에 경질됐다. 이번 인사로 두 달여 만에 복귀한 셈이다. 기막힌 재취업이다. 회전문·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김 전 보좌관 사무처장 내정 소문은 지난달 중순부터 돌았다. 본보는 지난 달 15일 '면직된 충북도 보좌관 보은인사 소문 무성'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도장애인체육회 차기 사무처장에 김 전 보좌관이 임명될 것이란 내용이다. 인사 결과는 보도 내용과 일치했다. 충북도 관계자의 말은 결국 거짓이 됐다. 곡절 없는 비판이나 논란은 없다. 김 전 보좌관은 지난 4월 사표를 제출했다. 김 지사의 친일파발언, 산불술자리 파문
카자흐스탄엔 엄청난 계곡이 즐비하다. 차른계곡은 약 200만 년 전에 형성됐다. 강의 침식과 풍화 작용으로 만들어졌다. 계곡이 깎아지른 듯 수려하게 도열한다. 자연 그대로 기둥과 바위가 인상적이다. 가파른 계곡과 메마른 평지가 반복된다. 중앙아시아의 그랜드 캐년으로 불린다. 사냥하는 독수리모양 바위가 눈에 띈다. 곳곳에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줄을 선다. 건드리면 곧장 떨어질 듯한 바위도 있다. 엎드려 있는 낙타 모양 바위는 특이하다. 거센 물살과 풍화작용이 남긴 산물이다. 에코탐험지로서 유럽 계곡 부럽지 않다. [충북일보] 헤밍웨이가 극찬한 중앙아시아로 간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서 여행을 시작한다. 이어 키르기스스탄 여러 곳을 탐방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맛본다. 허나 처음 간 지역에선 누구나 긴장한다. 여행을 많이 해본 베테랑도 다르지 않다. 처음 여행지에선 그저 초보자일 뿐이다. 그래도 낯선 곳에서 느끼는 떨림이 좋다. 내 여행의 시작과 끝은 비교적 단순하다. 시작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공항이다. 마무리는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다. ◇에코탐험지, 차른계곡 내 여행길에서 카자흐스탄은 초행이다. 착륙 전 비행기 안에서 본 풍경이
[충북일보] 산줄기 사이로 마른 강줄기가 뻗어간다. 햇살 받은 산맥은 장엄하면서도 멋지다. 천체망원경 속 화성과 토성의 표면 같다. 검붉은 풍경이 외계의 행성처럼 낯설다. 기대감이 제로에서 백 이상으로 오른다. 눈은 커지고 말문이 막히며 감동이 온다. 하늘을 나는 뭉게구름마저 야성적이다. 스카즈카가 동화 속 협곡으로 다가온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키르기스스탄이 과연 내 예상대로일까. 기대를 넘어 더 많은 볼거리를 선물한다. 멀지 않은 곳에서 풍경 변화를 감지한다. 물이 보이고 침엽수가 광활하게 자란다. 온 나라에 펼쳐진 푸른 초지 위를 거닌다. 고원에 눈이 녹고 야생화가 앞다퉈 핀다. 길옆 산중턱 어디를 가도 들꽃 정원이다. 노란색 야생화를 비바람이 훑고 지난다. 시야가 순식간에 노랑빛으로 가득 찬다. 저 멀리 천산산맥에 뭉게구름이 걸린다. 설산의 새하얀 이마가 눈부시게 빛난다. /글·사진=함우석 주필(키르기스스탄 송쿨호수 평원에서)
[충북일보] 호모 노마드(Homo nomad), 유목민이다. 길 위의 존재다. 길 위에서 길을 묻고 결국 홀로 걷는다.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이다.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 계속 길을 간다. *** 카자흐에서 키르기스까지 매일 밤 마음속으로 상상 여행을 한다. 상상만으로도 몸이 달아 견디기 어렵다. 수도 없이 시뮬레이션을 한다. 비행기를 타고 버스 타고 말도 타고 간다. 흙냄새 가득한 길을 걷는다. 초원에서 말이 숨 쉬는 소리까지 듣는다. 마침내 내게 묻는다. 왜 떠나려 하는가. 왜 걸으려 하는가. 답은 늘 같다. 걸으면서 세상을 향해 나가기 위함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배낭을 꾸린다. 카자흐스탄을 거쳐 키르기스스탄으로 무작정 떠난다.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뜨겁게 올라온다. 떠나기 전과 떠나고 나서 느낌이 아주 다르다. 가기 전과 가고 난 뒤의 감정이 사뭇 다르다. 가기 전 느낌은 이랬다. 느낌1-가고 싶다 한 번쯤. 느낌2-가고 싶다 죽기 전에. 느낌3-짜릿한 상상. 가고나선 달랐다. 느낌1-오고 싶다 또 한 번. 느낌2-낯선 떨림 다시 또. 느낌3-아름다운 자연. 한 마디로 감동이다. 지난 11일부터 19
[충북일보] 비구니 절집 곳곳이 단정하고 아늑하다. 대웅보전 오백전 작압전 모두 정갈하다. 500년 수령의 대형 노송이 고즈넉하다. 세월을 말해주듯이 낮게 누워 겸손하다. 세상고민 잊게 하는 솔향을 솔솔 풍긴다. 절집 호흡에 맞춰 들숨과 날숨을 내쉰다. 천연기념물에 뙤약볕이 따갑게 내린다. 운문사에 시름 잠시 접어놓고 쉬어간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중앙아시아의 그랜드 캐년으로 달린다. 계곡이 깎아지른 듯 수려하게 도열한다. 자연 그대로 기둥과 바위가 인상적이다. 광활한 대지의 위대함을 빨리 실감한다. 사냥하는 독수리모양 바위가 눈에 띈다. 달풍경, 철협곡, 아가미협곡이 갈라진다. 곳곳에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줄을 선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풍경을 조각한다. 건드리면 곧장 떨어질 듯한 바위도 있다. 업드려 있는 낙타 모양 바위가 특이하다. 차른계곡에서 발길이 자꾸만 느려진다. /카자흐스탄 차른계곡에서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난다.·시대의 변화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탓도 있다. 하지만 교권 추락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학교 현장에 대한 진단이 급하다. *** 교권침해부터 없어야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2022년 교권 보호 및 교직상담활동'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건수가 520건이다. 2016년(572건) 이후 가장 많다. 절반 가까운 241건이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신고였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1만1천37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8명이 최근 1년 새 사직·이직을 고민했다고 한다. 최근 5년 새 10명 중 3명은 교권침해로 정신과 치료·상담까지 받았다고 한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체벌이 전면 금지되면서 수업권 침해도 심해졌다. 정당한 생활지도까지 위협받고 있다. 사회적 담론의 첫 번째는 교육이다. 경제 분야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비단 오늘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은 내일의 지표다. 그런데 교육의 현실은 정말 참담하다. 교권은 날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학생 지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충북일보] 까만 밤을 부리나케 달려 운문사로 간다. 호젓하고 고적한 숲 사이로 걸어 나간다. 솔바람 숲길이 더욱 상쾌하게 다가온다. 한결같은 소나무들이 가로수처럼 선다. 하늘을 찌를 듯 길쭉길쭉하게 정렬한다. 누군가를 맞이하듯 반듯반듯 도열한다. 충만한 아름다움에 건강함이 가득하다. 강직한 부드러움이 전혀 시시하지 않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화양천을 따라서 여름풍경을 만끽한다. 녹색의 느티나무 길을 산책하듯 걷는다. 물가로 가파르게 솟은 경천벽을 만난다. 구름 그림자가 운영담에 말갛게 비친다. 멀어지고 가까워지고 높이마다 다르다. 물소리 버리고 새소리의 산길을 오른다. 기묘한 첨성대가 자신의 등장을 알린다. 화양동이 천혜의 계곡과 명산을 품는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아침 일찍이 사람 발길 멈춘 곳으로 든다. 숨은 산군의 거대한 츠렁바위에 오른다. 겹겹이 쌓인 큰 바위가 험한 모양을 한다. 군데군데 바위너설이 날카롭게 솟는다. 기암절벽과 바위에 노송이 뿌리 내린다. 고고함이 어우러져 산수화가 따로 없다. 움직이는 걸음걸이에 풍경이 들고 난다. 도명산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간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봄의 끄트머리에 핀 꽃이 찬란히 빛난다. 흰색과 진분홍색, 빨간색 등이 화려하다. 곱고 탐스러운 꽃물결이 여름을 알린다. 여기저기에서 그윽한 향기를 내뿜는다. 풍성한 꽃잎이 바람결 따라 살랑거린다. 꽃 바퀴가 크고 널찍이 벌어져 아름답다. 햇살 받아 더욱 눈부신 자태를 자랑한다. 괴산 송면 작약단지가 꽃 천지로 바뀐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도 함께 통과했다. 지방자치 도입 30년 만이다. 요즘 국회가 한 일 중 가장 훌륭하다. *** 지금까지 지방자치는 반쪽 이 특별법은 지방시대의 새 전기를 마련할 핵심 법안이다. 한 마디로 지방정부의 권한 확대를 담보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위상변화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론 기회발전특구 지정 근거 등을 담고 있다.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혜택은 획기적이다.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를 위한 첫발이다. 정부는 오는 7월 지방시대위원회도 공식 출범시킨다. 5년 단위 지방시대 종합계획도 특별법에 따라 수립한다. 예정대로 기회발전특구도 신설한다. 특구로 이전하는 기업은 감세 등 파격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에너지 특별법' 역시 획기적이다. 발전소가 있는 지역 전기요금이 더 저렴해질 수 있는 근거를 넣었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는 반쪽짜리였다. 제한된 권한과 부족한 예산 등이 언제나 걸림돌이었다. 이제 지방정부의 역할이 커지게 됐다. 더불어 지자체장의 역량도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특별법이 시행되면 지자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
5월 승자는 여전히 싱그러운 녹색이다. 하얀 꽃잎들이 뿔뿔이 흩어진지 오래다. 대신 진초록 활엽수들이 어깨를 비벼댄다. 어떤 놈은 바람을 뒷배 삼아 거들먹인다. 길을 따라 갈수록 녹음 풍경이 짙어진다. 선운사 도솔천 옆 숲길이 찬란히 빛난다. 형형색색 꽃 연등이 바람 따라 흔들린다. 절집으로 향하는 길에 녹향이 가득하다. 한소끔 스친 바람에 진한 차향이 풍긴다. 차향 물결이 삶에 찌든 마음을 정화한다. 향긋한 초록의 내음이 코끝을 스쳐간다. 오늘도 쉴 새 없이 시간이 줄달음을 친다. [충북일보]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선운사를 찾는다. 산사의 시간이 속세 시간과 다르게 흐른다. 연분홍의 진달래 꽃잎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연둣빛 물감마저 어느새 초록으로 바뀐다. 아침이면 도솔천 안개가 차밭을 휘감는다. 찻잎 한 장이 스님 찻잔 속 향기로 우러난다. 불과 한 달도 안 돼 산속은 정말 딴 세상이다. 선운사 동백꽃잎 터져 떨어진지 오래다. 꽃 소식이 지난해보다 열흘가량 빨랐다. 빨리 뛰는 날쌘 기운이나 기척에 가깝다. 문득 둘러보면 어느 샌가 곁에 다가온다. 강렬해진 햇볕에 푸른 생명이 맥동한다. 초겨울 파종한 보리가 어느새 짙푸르다. 5월 중반 꽃 장
[충북일보] 선운산에 들어서는 순간 첩첩산중이다. 용문굴 가는 산길이 고적하고 아름답다. 화산암들이 거대한 수직 암벽을 이룬다. 실루엣으로만 보아도 바위가 남다르다. 먼발치에서 보는데도 장엄한 모습이다. 둥근 바위돔 형태의 굴이 제법 웅장하다. 야트막하지만 전혀 낮게 보이지 않는다. 기암괴석과 암봉 능선이 어울려 멋지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누구나 실수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실수를 계속하면 실력을 의심받는다. 김영환 충북지사의 설화와 구설이 끝이 없다. 최근엔 2027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개최지 재검토 발언이 화를 불렀다. *** 위기감이 없어 생긴다 김 지사는 지난 16일 제천에서 도정보고회를 열었다. 앞서 지역체육인들을 만나 2027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체조경기 제천 재검토 발언을 했다. '제천 패싱'을 주장한 제천체육인들의 반발에 대한 응답이었다. 하지만 청주 체육인들의 화를 돋웠다. 한 입으로 두 말 한 도지사로 비난받았다. 청주시 역시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체조경기 배정 계획 자체가 변경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얼마 전 충북학사에서 먹은 밥도 논란거리가 됐다. 김 지사는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충북학사 서서울관을 방문했다. 이 자리서 국회의원들과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지역 의원 8명과 도청 주요 실국장 20여명이 참석했다. 그런데 이날 간담회 뒤 먹은 저녁이 학생 한 끼보다 10배 이상 비쌌다. 한 공간에서 식사 차별을 한 셈이다. 불필요한 상처만 남긴 꼴이 됐다.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조금만 생각했으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기 때문이다. 잇단
[충북일보] 입하 지나 소만 다가오자 이팝꽃이 진다. 새하얀 눈꽃 치즈가 도로변에 수북하다. 대신 넝쿨 장미가 붉은 초여름을 알린다. 노란 장미도 밝게 흐드러져 잘 어울린다. 하얀 찔레꽃이 함께 피어올라 어울린다. 짙은 초록 속에서 진한 향기로 유혹한다. 바람이 불적마다 꽃잎들이 흔들거린다. 재채기 날 만큼 아름답고 예쁜 풍경이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봄날 대기가 유난히 시원하고 청명하다. 5월의 부모산이 초록으로 몸을 불린다. 녹음으로 천혜의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연둣빛 새순이 어느새 진한 초록이 된다. 모든 색 통틀어 가장 온화하고 평화롭다. 고요와 안정의 색채로 생명을 상징한다. 새하얀 찔레꽃 무리가 해맑게 불러댄다. 야생화들이 좀 쉬어가라고 몸짓을 한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인공지능(AI) 시대다. 챗GPT까지 등장했다. AI가 더 잘하는 일이 많아졌다. 사람은 AI가 못하는 일을 하면서 AI와 협업해야 한다. 점점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도 바뀌고 있다. *** 지식 중심에서 지혜 중심으로 본보가 지난 12일 창간 20주년 포럼을 열었다. 주제는 '인재가 경쟁력이다'였다. 충북의 지도자들이 모여 의견을 주고받았다. 김영환 충북지사, 윤건영 충북교육감, 손석민 서원대 총장이 대담에 참여했다.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춘 발언들이 이어졌다. 다양한 방안들도 제시됐다. 기업인들과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성공 기업인들의 사례 발표는 귀를 쫑긋하게 했다. AI가 일자리 혁명을 주도하는 시대다. 동시에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이제 AI가 더 잘하는 일은 필요 없다. AI가 못하는 일을 하면서 AI와 협업해야 한다. 어쩌면 청년들은 이미 이런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지 모른다. 기성세대만 뒤쳐져 있을 뿐이다. 기성세대는 청년들의 책 읽고 글 쓰는 능력을 걱정한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과거엔 글씨 잘 쓰는 사람이 좋은 인재였다. 지금은 다르다. 컴퓨터가 보편화되면서 컴퓨터가 한 몫 한다. 컴퓨터를 잘 다뤄야 인재다.
[충북일보] 학원농장에는 특별한 녹색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어울려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선명한 초록물결은 싱그러운 선물이다. 살랑살랑 부는 초록빛 바람은 장관이다. 실바람 장단에 청보리가 어깨춤을 춘다.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며 바스락댄다. 넓고 길게 펼쳐진 진한 초록이 화려하다. 청보리밭에서 이는 물결미가 기막히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이렇게라도 나서야 60년 이상 가슴에 맺혀 있던 응어리가 풀릴 것 같아요." 해마다 4월이 오면 가슴에 맺혀 있는 한(恨)을 풀지 못해 몸살을 앓는 80대 어르신들이 있다. 1960년 청주공업고등학교 2학년 학생신분으로 4·19 학생혁명운동을 주도하고도 국가로부터 유공자 인정을 받지 못한 김태형(83·옥천읍), 김영한(82), 강건원(83), 곽한소(83), 이영일(82)씨가 그들이다. 김 씨 등은 지난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부 정문 앞에서 청주지역 고등학생 4·19 연합시위 공적재심사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성명서 발표 자리에 곽한소 씨는 병환으로 입원 중이어서 참여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영일 씨가 낭독한 '4·19학생혁명운동 전국 3대 발원지 청주공고'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1960년 당시 청주공고 2학년생이던 우리들은 4월 3일 청주시 수동 213번지 김태형의 자취방에 모여 자유당 독재정권의 3·15 부정선거규탄 학생시위운동을 모의하고, 4월 13일 시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4월 16일, 4월 17일에도 시위를 벌였으며 4월 18일 청주지역 학생연합 시위운동에 참여했다"며 "4·18 청주지역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속보=청주시와 시내버스 준공영제 참여업체, 노조위원회의 임금인상 논의가 오는 6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7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가 임금인상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준공영제 협약사항을 개선하라고 청주시준공영제 관리위원회에 권고했기 때문이다. 준공영제 협약사항이 정하고 있는 임금체계에 대해 각계의 이야기를 듣고 변경을 검토하라는 취지다. 현재는 준공영제 시행협약서와 '청주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 중 9조 16항에 '인건비 지원액은 공공기관 임금인상률의 ±20%를 초과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이 담겨있어 임금인상에는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권고안에 따라 준공영제 관리위원회는 자체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론화를 위한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에 소속되는 위원들은 시에서 2명, 업체에서 2명, 노조에서 2명, 시의회에서 2명 등 모두 13명 정도로 구성된다. 이들은 청주지역 시내버스 운수종사자들의 노동환경 등을 조사하고 임금인상이 타당한 지 검토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또 임금인상의 경우 시민들의 세금을 통해 지원되다보니 시민들에게 위 사안을 알리고, 의견을 청취하는 활동도 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지방노동
[충북일보] 송기섭 진천군수가 진천군 살림을 맡은 지 9년 차에 들어섰다. 3선 군수지만 '아직 진천을 위해 하고 싶은 게 많다'며 남다른 지역 사랑과 지역발전에 대한 사명감을 자랑하고 있다. 취임 8년과 민선 8기 반환 포인트를 목전에 둔 송기섭 군수를 만나 취임 당시 목표로 한 군정의 진행 상황과 평가, 남은 시간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들어본다. ◇진천군수로서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는 게 숫자를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9만 명 진천군민의 선택을 받은 지난 2016년부터 개인보다는 지역의 발전과 군민의 삶을 우선순위에 두고 몰입하다 보니 정신없이 일만 했던 것 같다. 내가 판단한 작은 부분이 지역주민에게는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공직자의 시선에서 결정한 내용이 군민 눈높이에 맞는 것인지 현장에 나가 군민과 대화를 나눠야 했으므로 항상 시간은 부족하게 느껴졌다. 덕분에 철도와 인구, 경제 등 어느 지방정부보다 비약적인 성장을 군민, 군 공직자와 함께 이룰 수 있었고,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지난 8년간 가장 값진 것은 무엇인가. 수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