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강천섬이 사시사철 다른 색으로 맞는다. 보랏빛 단양쑥부쟁이가 반갑게 웃는다. 제멋대로 자란 억새도 나와 몸을 흔든다. 부는 바람에 물과 흙, 풀 냄새가 뒤섞인다. 안에선 연두 빛 은행나무가 팔을 벌린다. 잔디밭 주변으로 키 큰 미루나무가 선다. 고목들까지 가세해 열두 폭 병풍을 친다. 길 끝 군데군데서 이국적 정취가 나온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가야산 한낮 숲이 여전히 울울창창이다. 계곡마다 단풍잎들이 곱게 불타오른다. 절정으로 치닫는 가을 색채를 드러낸다. 발길 뜸한 곳엔 가을 야생화가 한창이다.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환하게 채색한다. 버려진 길이 되레 숲으로 아름다워진다. 엽록소 마술이 매혹적인 풍경을 만든다. 산수화 속 유화 같은 산풍경이 계속된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2023청주공예비엔날레가 긴 여정을 마쳤다. 45일 간의 아름다운 공예 이야기를 끝냈다. 많은 이들이 사물의 지도를 찾아 잇고 만들고 사랑했다. 마침내 행복을 안고 돌아갔다. *** 세계 공예도시 도약 대활약 2023청주공예비엔날레는 45일 동안 이어졌다. 주 무대는 청주문화제조창이었다. 주제는 '사물의 지도-공예,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였다. 57개국 309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3천여 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박성훈 작가의 'Void #12'가 인기상을 수상했다. 청주시민은 물론이고 국내외 많은 분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모두 30만8천여 명이 다녀갔다. 청주의 세계 공예 도시 도약의 자리였다. 청주의 꿈 드러냄 공간이었다. 이번 비엔날레의 꽃은 도슨트였다. 수천 점의 작품 앞에 늘 그들이 있었다. 전시장에는 수천 점의 공예작품이 있다. 도자, 금속, 섬유, 목칠, 유리 등 다양하다. 세계 최고의 공예작가들이 빚은 눈부신 작품들이다. 도슨트의 설명은 20분마다 진행됐다. 멋진 작품들을 더욱 빛나게 했다. 관람객들은 이내 작품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안목까지 커져 행복해졌다. 작품에 대한 가치를 더 소중하게 느끼고 돌아갔다. 도슨
옥화구곡 길이 강물 따라 가며 깊어진다. 산모퉁이를 구름과 함께 돌아 걸어간다. 바람이 만들어내는 달천 노래가 살갑다. 조신한 발걸음에 풍경도 슬쩍 숨죽인다. 소나무 숨소리가 급한 마음을 다독인다. 지저귀는 새소리에 소나무 향이 솟는다. 버드나무 무리가 가을 강가에서 물든다. 강 옆으로 길게 늘어서 풍경을 연출한다. 달천강이 몽환적인 풍경을 피워 올린다. 가을 한낮 징검다리 풍경이 고즈넉하다. 가마우지가 날아들어 주인 노릇을 한다. [충북일보] 잠시나마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쉼표를 찍고 싶다. 어느 나무 그늘 아래서 졸고 싶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떠돌고 싶다. 길을 만든 역사의 군상들과도 만나고 싶다. 길은 산속의 인대다. 봉우리와 능선을 잇는다. 청주의 산길과 물길 12곳을 선정해 둘러보기로 한다. 청주의 산길 물길 나들이다. 그곳에는 훌륭한 문화가치가 산재해 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새길 앞에 무엇이 돌출할지 모른다. 산과 숲, 물에 숨은 속살을 글과 사진으로 엿보려 한다. 유보했던 열망을 참지 못하고 찾아간다. 결핍이 길어진 만큼 욕망의 폭이 한없다. 열띤 나들이가 고된 삶을 부드럽게 한다. 정
[충북일보] 신륵사는 수수멋 빛나는 수변사찰이다.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강가에 위치한다. 일 년 내내 남한강과 함께하는 도량이다. 강천섬 나와 여강길 3구간 끄트머리다. 한참 따라 걸으면 천년고찰에 다다른다. 일주문 지나면 단아한 한옥들이 반긴다. 템플스테이로 쓰이는 공간이 정갈하다. 예서부터 절집만의 고요함이 다가온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10월 가을 햇살이 고슬고슬하게 내린다. 여강의 맑은 강심이 잔물결로 일렁인다. 찬란한 태양이 온 몸으로 빛을 알게 한다. 선선한 바람은 사람을 상쾌하게 만든다. 심신을 회복하고 에너지를 충전해 준다. 강가를 둘러싼 나무들이 더 고풍스럽다. 은행나무길이 잔디밭과 길게 어울린다. 하늘과 나무와 강물이 하나 되는 날이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충북에서도 업사이클링 바람이 불고 있다. 충북도가 청남대 숨은 명소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꾼다. 무인도 개발 등 장기 과제도 추진한다. 창의적 관점에서 보면 결코 나쁘지 않다. *** 공간 활용방법 따라 변신 거듭 대청호 무인도 개발 가능성이 제기됐다. 무인도 영빈관 구상도 나왔다.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기발하다. 김영환 충북지사의 재기발랄한 발상이다. 물론 실현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예상되는 암초가 여럿이다. 이미 환경단체의 거센 반대 움직임에 직면했다. 환경단체의 지적엔 옳은 게 많다. 상당 부분 현실적 지적이다. 그러나 대청호엔 업사이클링 공간이 많다.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재창조할 수 있다. 본질에 콘텐츠를 가미하면 된다. 기회는 언제나 주변에 있다. 충북도 이제 창조관광을 실천해야 한다.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가능하다. 그래야 충북관광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 역동성은 창의성에서 나온다. 창의성은 결국 혁신발전이다. 사람들이 애써 무인도를 방문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낚시와 캠핑 등 레저 활동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무인도는 또 외로움과 적막함의 공간이다. 쓸쓸한 느낌의 단어들을 떠오르게 한다. 동시에 새로운
흙길과 어우러진 오솔길이 고즈넉하다. 참나무 밤나무 행렬이 한동안 계속된다. 소나무 타고 오른 담쟁이 잎에 물이 든다. 색감에도 별다른 기교가 없어 정이 간다. 일찍 찾은 단풍에 마음도 반갑게 물든다. 이음 길과 갈래 길이 여러 차례 반복된다. 오솔길 들어서면 어김없이 갈림길이다. 솔숲 지나고 가지런한 계단이 이어진다. 구불구불한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쉬엄쉬엄 숲과 꽃향기 맡으며 걸어간다. [충북일보] 잠시나마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쉼표를 찍고 싶다. 어느 나무 그늘 아래서 졸고 싶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떠돌고 싶다. 길을 만든 역사의 군상들과도 만나고 싶다. 길은 산속의 인대다. 봉우리와 능선을 잇는다. 청주의 산길과 물길 12곳을 선정해 둘러보기로 한다. 청주의 산길 물길 나들이다. 그곳에는 훌륭한 문화가치가 산재해 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새길 앞에 무엇이 돌출할지 모른다. 산과 숲, 물에 숨은 속살을 글과 사진으로 엿보려 한다. ◇은적산(208m) 늦은 아침을 먹고 강내면으로 내달린다. 탑연리 친구네 집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오전 10시 친구와 함께 길을 찾아 나선다. 가을들녘의
[충북일보] 이른 아침 초평호수에 물안개가 흐른다. 살포시 흘러내리는 안개가 환상적이다. 구름이 몸을 풀어 흐르는 바위를 만든다. 바위가 뒤질세라 물 위에 그림을 그린다. 몸을 바꿔 구름을 그리고 꿈을 조각한다. 가을 들녘이 서서히 황금빛으로 변한다. 몽골몽골 피어나는 구름이 느리게 간다. 두타산이 슬쩍 산그림자를 내려놓는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동림산 숲길의 변화가 비교적 느릿하다. 녹색 풍경이 느림보처럼 천천히 흐른다. 고요한 산의 숨결이 바람으로 전해진다. 골을 따라온 바람에 산객의 숨이 트인다. 파란 하늘은 더 파랗게 물들어 공활하다. 도열한 소나무가 말간 동요를 불러준다. 어디에 서든 지금껏 보지 못한 풍경이다. 내려오는 길에 선선한 바람이 자주 분다. 청정한 풍경에 몸의 감각들이 깨어난다. 짙푸르러진 숲길에 고요만이 가득하다. [충북일보] 잠시나마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쉼표를 찍고 싶다. 어느 나무 그늘 아래서 졸고 싶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떠돌고 싶다. 길을 만든 역사의 군상들과도 만나고 싶다. 길은 산속의 인대다. 봉우리와 능선을 잇는다. 청주의 산길과 물길 12곳을 선정해 둘러보기로 한다. 청주의 산길 물길 나들이다. 그곳에는 훌륭한 문화가치가 산재해 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새길 앞에 무엇이 돌출할지 모른다. 산과 숲, 물에 숨은 속살을 글과 사진으로 엿보려 한다. ◇동림산(458m) 금성마을 동림사 절집 앞에 차를 세운다. 절집을 눈으로 쓱 살피고 산행에 나선다. 오전 10시 마을 운동시설을 빨리 지난다. 동림산성 안
[충북일보] 올해 추석연휴는 6일이나 된다. 대체공휴일이 하루 추가됐기 때문이다. 가족, 친지,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다소 여유롭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 어려운 이웃 보듬는 사회돼야 추석 명절은 한가위다. 풍요의 기쁨과 만남의 행복이 가장 큰 날이다. 올해는 음력 2월에 윤달이 들었다. 그 바람에 예년에 비해 한 달이나 늦어졌다.·추석은 가배(嘉俳·嘉排)·가위·한가위·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로도 불린다. 음력 8월 15일을 일컫는다.· 추석의 맛은 역시 고향 찾기다.·전국이 모두 일일생활권이다. 시간이나 거리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에게 명절연휴는 그저 길기만 하다. 추석 명절 고향 마을의 풍경은 그저 가슴에만 있다. 정이 담긴 빛바랜 흑백 필름일 뿐이다. 되레 평소보다 몇 배나 힘들게 보내는 이들도 있다. 최악의 명절을 앞두고 속을 태우는 이들도 있다. 가장 먼저 집중호우와 태풍, 장마로 피해를 입은 수재민들을 떠올린다. 이들은 지금도 가족과 집, 재산을 잃고 슬픔에 잠겨 있다. 수해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목령산 햇빛과 바람의 기세가 등등하다. 정갈한 햇빛과 청량한 바람이 조우한다. 조르륵 햇빛 받은 나뭇잎이 반들거린다. 자연의 순환을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다. 드넓은 오창 뜰을 눈에 담고 길을 잇는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걷는 능선길이다. 소나무가 무성한 길로 천천히 접어든다. 거미줄을 피하니 나뭇가지가 콕 찌른다. 좁은 계단을 지나니 숲길이 더없이 맑다. 평소의 아름다움과 사뭇 다르게 울린다. [충북일보] 잠시나마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쉼표를 찍고 싶다. 어느 나무 그늘 아래서 졸고 싶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떠돌고 싶다. 길을 만든 역사의 군상들과도 만나고 싶다. 길은 산속의 인대다. 봉우리와 능선을 잇는다. 청주의 산길과 물길 12곳을 선정해 둘러보기로 한다. 청주의 산길 물길 나들이다. 그곳에는 훌륭한 문화가치가 산재해 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새길 앞에 무엇이 돌출할지 모른다. 산과 숲, 물에 숨은 속살을 글과 사진으로 엿보려 한다. ◇목령산(228m) 이른 산행을 위해 일찍 준비하고 나선다. 알싸한 피톤치드 많은 푸른 숲으로 간다. 솔 향 짙은 고즈넉한 산속으로 들어선다. 청량한 숲에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간다. 바다 산책로가 수려한 경관을 드러낸다. 해안 비경이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데크 아래 바다에 하얀 포말이 부서진다. 파도소리 삼키는 울창한 해송도 멋지다. 파도 소리 더해지니 절로 감성에·젖는다. 해안초소가 길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찾는 사람들에게 안보의식을 전해준다. 결코 풍경을 해치지 않아 나름 의미 있다. 사진을 남기기에도 더없이 좋은 곳이다. 누구나 추억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다. [충북일보]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영랑호를 찾는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외옹치항에 들른다. 영랑호와 외옹치에서 가을을 만끽한다. 호수와 바다 보며 감성충전을 시도한다. 행사 당일 전국엔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그러나 회원들은 비 한 방울 맞지 않았다. 영랑호에도 외옹치에도 내리지 않았다. 맑아진 하늘에 감사하며 보낸 하루였다. 여행기는 답사 당일 풍경으로 작성했다. 맑았던 풍경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다. 너무나 선명했던 바다와 호수가 그립다. ◇영랑호 물윗길 영랑호에 도착하니 울산바위가 반긴다. 거대한 암릉이 일행을 반갑게 맞아준다. 오전 10시, 중천에 태양이 이글거린다. 울산바위가 영랑호 수면 위에 반사된다. 태
[충북일보] 화담 숲이 자연지형을·최대한·되살린다. 계곡에는 일 년 내내 물이 흘러 건강하다. 자연에 인공을 가미해 만든 생태 숲이다. 나무와·꽃이 다정히 말을·건네는·숲이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숲을·뒤덮는다. 여름에는 초록빛 신록이 숲을 지배한다.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온 숲을 물들인다. 겨울에는 숲이 하얀 눈꽃으로 뒤덮인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4년 뒤 충청권에서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하계 U대회)가 열린다. 많은 시간이 남은 게 아니다. 단계별로 나눠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분야별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 초광역적 협력과 소통 필수 대한민국은 각종 국제대회 경험을 갖고 있다.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대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등이 대표적이다. 동·하계 대회를 모두 개최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저력의 스포츠 대한민국이다. 하계 U대회는 충청권 메가시티의 길이다. 충청권 4개 시·도의 초광역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물론 행정적 통합까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밀접한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 경제·홍보 파급 효과와 함께 지역의 기반 시설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다. 소통과 협력은 백 번 천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계 U대회는 충청권 최초의 국제대회다. 대회 규모도 매머드급이다. 경제적 파급효과만 2조7천억 원이다. 충청권 메가시티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충청권 각 지자체장은 정부는 물론 조직위원회와도 긴밀해야 한다. 무엇보다 의사결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간 적절하게 역할을 위임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깊고 짙은 고즈넉한 산속으로 들어선다. 청량한 숲에 서늘한 기운이 한껏 감돈다. 시나브로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이 온다. 청허해진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뭉게구름 솜사탕이 하늘 위로 떠다닌다. 높고 깨끗한 하늘이 가을을 더 맑게 한다.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리는 가을 하늘이다. 백로 지난 산마루에 가을 정취가 흐른다. 가을바람이 찬란한 하늘을 실어다준다. 시리도록 푸르고 맑은 미동산 하늘이다. 8.미동산(557m) 징글징글했던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다. 백로 지나면서 더위가 시나브로 꺾인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물론 한낮 더위는 9월말까지 이어진다. 무더위에 숨어든 산객도 하안거를 푼다. 아침 동틀 때부터 산행 채비를 서두른다. 생각 만해도 등짝이 땀에 젖어 뜨끈하다. 슬며시 생각 하나를 가슴 속에 담고 간다. 미동산행 들머리는 수목원 주차장이다. 수목원 입구서 우측 길을 따라가면 된다. 정자가 있는 쉼터 지나 산길로 이어진다. 200m 정도 정돈된 시멘트 길을 따른다. 이어 100m 정도 나무계단을 이어 걷는다. 숲속에 볕이 드니 상큼한 나무향이 난다. 저쪽 산의 숲 향이 바람을 타고 전해진다. 구름과 햇빛이 서로 편을 갈라
[충북일보] 시나브로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이 온다. 맑은 하늘 아래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청허해진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뭉게구름 솜사탕이 하늘 위로 떠다닌다. 높고 깨끗한 하늘이 가을을 더 맑게 한다.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리는 가을 하늘이다. 백로 지난 산마루에 가을 정취가 흐른다. 시리도록 푸르고 맑은 미동산 하늘이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되는 줄 알았다. 이기는 줄 알았다. 소망이 이뤄질 걸로 여겼다. 그러나 구부능선에서 좌절했다. 다 잡은 우승을 놓쳤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가 승패를 갈랐다. 안타깝다. *** 봉황대기 준우승은 쾌거다 세광고가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을 놓쳤다. 지난 9일 결승전에서 대구고에 2-3으로 역전패했다. 9회 말 수비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2타점 2루타 동점을 허용했다. 통한의 실점이었다. 연장 10회 승부치기에서 1점을 더 내줬다. 거의 품었던 '초록 봉황'을 떠나보내는 순간이었다. 세광고 야구부는 1954년 창단했다. 그 후 처음으로 봉황대기 우승을 노렸다. 1982년 황금사자기 우승 이후 41년 만의 전국 제패 도전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 실패했다. 세광고의 봉황대기 결승 무대는 첫 경험이다. 값진 준우승으로 만족해야 했다. 결승전은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선수들은 열심히 던지고, 뛰었다. 방망이를 휘두르며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야말로 젊음의 경연장이었다. 선수들은 혼을 불태웠다. 땀의 가치를 입증하려는 듯했다. 유니폼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젊음의 열기는 아름다웠다. 불꽃 튀는 아슬아
둘레길이 산허리로 굽이굽이 이어진다. 그늘진 숲길로 부담 없이 걷기 적당하다. 구름과 햇빛이 편을 갈라 서로 드나든다. 변덕스런 풍경 조화에 잠깐 넋을 놓는다. 숲속에 볕이 드니 습도가 점점 높아진다. 숲 향이 바람을 타고 길을 따라 전해진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니 숲 냄새도 바뀐다. 시원한 하늘에 탁 트인 조망은 별로 없다. 그러다 세상을 발밑에 두는 경험을 한다. 산 아래로 가끔 드러난 조망이 장쾌하다. [충북일보] 잠시나마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쉼표를 찍고 싶다. 어느 나무 그늘 아래서 졸고 싶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떠돌고 싶다. 길을 만든 역사의 군상들과도 만나고 싶다. 길은 산속의 인대다. 봉우리와 능선을 잇는다. 청주의 산길과 물길 12곳을 선정해 둘러보기로 한다. 청주의 산길 물길 나들이다. 그곳에는 훌륭한 문화가치가 산재해 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새길 앞에 무엇이 돌출할지 모른다. 산과 숲, 물에 숨은 속살을 글과 사진으로 엿보려 한다. 7,부모산(234m) 9월 대기가 유난히 시원하고 청명하다. 부모산은 여전히 초록으로 몸을 불린다. 녹음으로 천혜의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녹색
[충북일보]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간다. 바다 산책로가 수려한 경관을 드러낸다. 가파르지 않아·누구든지 걷기 편안하다. 그저 바라만 봐도 그대로 멋진 풍경이다. 해안 비경이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데크 아래 바위에 하얀 포말이 부서진다. 파도소리 더해지니 절로 감성에·젖는다. 바다 송림이 세속의 사람소리를 삼킨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2023청주공예비엔날레가 지난 1일 개막했다. 10월 15일까지 45일간 청주 문화제조창 일원에서 펼쳐진다. 도자, 섬유, 금속 등 공예분야를 총망라한다. *** 문화의 바다 예술의 바다 창조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지구촌 최대 공예축제다. 시대를 담는 거울로 거듭나고 있다. 시대의 화두를 공예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공예를 통해 세상을 보게 한다. 공예와 함께 세상을 바꾸고 있다. 공예 속에 미래 가치를 깃들게 한다. 청주를 공예문화의 도시로 거듭나게 한다. 궁극적으로 바다 없는 충북에서 문화의 바다, 예술의 바다 창조다. 그 옛날 청주 안덕벌에 연초제조창이 있었다. 해방 직후인 1946년 문 열어 1999년 문 닫았다. 12만2천181㎡ 부지에 24개 건물이 있다. 여기서 노동자 2천~3천여 명이 일을 했다. 연간 100억 개비가 넘는 담배를 생산했다. 청주 살림살이의 상당 부분을 책임졌다. 지금은 청주의 각종 문화를 생산하고 있다. 문화공장으로써 몫을 톡톡히 한다. 본관동(5만1천515㎡)은 공예관·전시관·도서관 등이 어우러진다. 남동관(1만9천856㎡)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으로 거듭났다. 담뱃잎 보관 장소였던 동부창고는 지금도
가을이 내리는 작두산 풍경이 포근하다. 산 아래선 대청호가 그리움을 불러낸다. 인생풍파를 견뎌낸 삶의 여정을 비춘다. 호수와 하늘이 그저 경계 없이 어울린다. 해 뜰 무렵 발밑에서 물안개가 솟아난다. 해 질 때면 물과 숲이 까맣게 고요해진다. 물과 숲, 하늘의 정취가 묘한 감동을 준다. 산과 물의 조화가 작은 근심을 덜어낸다. 가을볕을 받아들이며 무상에 빠져본다. 맑은 숲 향기가 하늘의 볕과 어우러진다. 6,양성산(297m) 작두산(429.9m) 이글이글 타는 듯한 여름의 끄트머리다. 슬렁슬렁 불당골 자연 속으로 빠져든다. 대청호가 적당한 시선 변화에 열려간다. 실제와 착시가 함께 한 공간에 공존한다. 숨을 천천히 내쉬고 들이마시며 걷는다. 걷는 자체만 느끼고 걸음에만 집중한다. 가벼운 바람결에 맑은 소리가 들려온다. 같은 풍경이 정보와 경험 따라 달라진다. 문의문화재단지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화장실 뒤편 길이 초입부터 꽤 가파르다. 양성산 성터 거쳐 국태정까지 내쳐간다. 양성산성이 있는 좌측 산길을 따라간다. 국태정 있는 봉우리까지도 가풀막지다. 하지만 대청호를 바라보며 오르기 좋다. 낮지만 산을 타는 재미가 쏠쏠한 산이다. 여름 지나며 나뭇잎의
[충북일보] 영랑호가 호수주변 따라 길게 돌아간다. 울산바위가 병풍처럼 가깝게 펼쳐진다. 손에 잡힐 듯 기막히게 배경을 연출한다. 바다인 듯 호수인 듯 그림같이 아름답다. 산들바람이 시원한 청량감을 선물한다. 여유와 낭만을 즐기며 한적하게 걷는다. 범바위에 올라서 내리는 햇살을 받는다. 사계절 언제든 매력적인 영랑 호숫가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문의문화재단지가 바람 따라 이동한다. 역사의 오솔길에서 수몰현장으로 간다. 나무 틈새 햇살이 지붕 사이로 부서진다. 옛 건물 한 동 물건 하나가 새롭게 보인다. 조상들의 삶과 얼이 오롯이 배어나온다. 한 걸음 더 들어가니 안락한 쉼이 번진다. 물길이 모이는 자리에 발길이 모여든다. 그림 같은 물안개가 한 서린 듯 흘러간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추석이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하도 귀해서, 하도 드물어 한 줄 쓴다. 좋지 않은 소식만 듣다 귀하게 접한 소식이라 더 반갑다. 귀하게 칭찬하고 싶다. 충북도의회 의원의 솔선수범에 박수를 보낸다. *** 아름다운 솔선수범의 귀감 지난 23일 오후 청주지역 일대에 기습 폭우가 내렸다. 시간당 42mm가 내리면서 지역 곳곳이 침수됐다. 도로는 순식간 물에 잠겼다. 개신오거리의 경우 성인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일부 차량들이 침수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때 배수구를 뚫던 시민이 있었다. 침수된 도로에서 막힌 배수구를 뚫는 데 안간힘을 썼다. 이 지역은 지난 2017년에도 침수 사태가 있었다. 그때처럼 흙탕물이 도로에 넘쳐 들어왔다. 하지만 한 시민의 신속한 초기 대응으로 큰 피해를 면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칭찬의 글이 올라왔다. '현실의 작은 영웅' '지차체가 해야 할 일을 시민이 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작은 영웅의 신원 확인을 요구했다. 박재주 충북도의회 의원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은 개신동에 살고 있다. 이날 오후 3시25분께 "도로가 물에 잠겼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 다음 곧바로 침수된 도로
[충북일보] "이렇게라도 나서야 60년 이상 가슴에 맺혀 있던 응어리가 풀릴 것 같아요." 해마다 4월이 오면 가슴에 맺혀 있는 한(恨)을 풀지 못해 몸살을 앓는 80대 어르신들이 있다. 1960년 청주공업고등학교 2학년 학생신분으로 4·19 학생혁명운동을 주도하고도 국가로부터 유공자 인정을 받지 못한 김태형(83·옥천읍), 김영한(82), 강건원(83), 곽한소(83), 이영일(82)씨가 그들이다. 김 씨 등은 지난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부 정문 앞에서 청주지역 고등학생 4·19 연합시위 공적재심사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성명서 발표 자리에 곽한소 씨는 병환으로 입원 중이어서 참여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영일 씨가 낭독한 '4·19학생혁명운동 전국 3대 발원지 청주공고'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1960년 당시 청주공고 2학년생이던 우리들은 4월 3일 청주시 수동 213번지 김태형의 자취방에 모여 자유당 독재정권의 3·15 부정선거규탄 학생시위운동을 모의하고, 4월 13일 시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4월 16일, 4월 17일에도 시위를 벌였으며 4월 18일 청주지역 학생연합 시위운동에 참여했다"며 "4·18 청주지역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속보=청주시와 시내버스 준공영제 참여업체, 노조위원회의 임금인상 논의가 오는 6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7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가 임금인상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준공영제 협약사항을 개선하라고 청주시준공영제 관리위원회에 권고했기 때문이다. 준공영제 협약사항이 정하고 있는 임금체계에 대해 각계의 이야기를 듣고 변경을 검토하라는 취지다. 현재는 준공영제 시행협약서와 '청주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 중 9조 16항에 '인건비 지원액은 공공기관 임금인상률의 ±20%를 초과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이 담겨있어 임금인상에는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권고안에 따라 준공영제 관리위원회는 자체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론화를 위한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에 소속되는 위원들은 시에서 2명, 업체에서 2명, 노조에서 2명, 시의회에서 2명 등 모두 13명 정도로 구성된다. 이들은 청주지역 시내버스 운수종사자들의 노동환경 등을 조사하고 임금인상이 타당한 지 검토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또 임금인상의 경우 시민들의 세금을 통해 지원되다보니 시민들에게 위 사안을 알리고, 의견을 청취하는 활동도 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지방노동
[충북일보] 송기섭 진천군수가 진천군 살림을 맡은 지 9년 차에 들어섰다. 3선 군수지만 '아직 진천을 위해 하고 싶은 게 많다'며 남다른 지역 사랑과 지역발전에 대한 사명감을 자랑하고 있다. 취임 8년과 민선 8기 반환 포인트를 목전에 둔 송기섭 군수를 만나 취임 당시 목표로 한 군정의 진행 상황과 평가, 남은 시간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들어본다. ◇진천군수로서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는 게 숫자를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9만 명 진천군민의 선택을 받은 지난 2016년부터 개인보다는 지역의 발전과 군민의 삶을 우선순위에 두고 몰입하다 보니 정신없이 일만 했던 것 같다. 내가 판단한 작은 부분이 지역주민에게는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공직자의 시선에서 결정한 내용이 군민 눈높이에 맞는 것인지 현장에 나가 군민과 대화를 나눠야 했으므로 항상 시간은 부족하게 느껴졌다. 덕분에 철도와 인구, 경제 등 어느 지방정부보다 비약적인 성장을 군민, 군 공직자와 함께 이룰 수 있었고,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지난 8년간 가장 값진 것은 무엇인가. 수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