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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세계테마기행'이라는 텔레비전의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샹그릴라'를 만났습니다. 티베트 오지의 쿤룬산맥에 있는, 티베트어로 '푸른 달빛의 계곡'이라 불리는 곳에 위치한 불교 성지의 실제 지명인 샹그릴라.


프로그램 소개자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그 어떤 장소보다 아름다우며, 땅에는 풍부한 금광이, 대기에는 장수를 돕는 성분이 떠도는 지상낙원이라고 했습니다. 종교와 언어에 관계없이 이 세상의 근원적인 지혜를 탐구할 수 있는 곳이라고도 부연했고요.


샹그릴라는 1930년대 영국 작가 제임스 힐턴이 쓴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이라는 작품 속에서 숨겨진 낙원의 이름으로 소개되었는데, 소설이 유명해지면서 영화가 나왔고, 이것이 성공을 거두면서 고유명사화되었지요.


1924년 조지프 로크라는 미국의 식물학자가 중국 소수민족의 하나인 나시족의 근거지 리장을 방문한 뒤 27년간 거주하면서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이 도시에 관한 글을 기고했는데, 제임스 힐턴이 이 글을 보고 소설을 쓴 모양입니다.


현대 영어권에선 동양의 전설 등에서 전해지는 신비스런 낙원, 이상향을 포괄적으로 칭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찾기 어려운 어딘가에 숨겨진 낙원, 사람들이 찾아 헤매게 되는 이상적인 장소에 이 명칭이 붙여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나두, 무릉도원, 도원향, 도원경과 비슷하다고 여겨지기도 하고요.


2001년 중국의 중뎬(中甸)현은 지명을 재빠르게 샹그릴라현(香格里拉, 샹거리라)으로 바꿨습니다. 식자들은 이곳이 티베트 문화의 영향을 받은 곳은 맞지만 실제 샹그릴라의 모델로는 합당하지 않다고 여기더군요.


중국의 행보에 반발하듯 인도에서도 옛 라다크 왕국의 수도를 샹그릴라라고 홍보하기도 합니다. 방문객들의 평에 의하면 외지인들이 바가지를 씌우는 중국 샹그릴라보다는 낫다고 하는군요.


현금에 이르러 샹그릴라라는 단어는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인간이 오랜 시간 동안 마음속에 그려온 이상향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시간조차 느리게 흐르고,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스스로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곳으로 묘사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샹그릴라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의 여부보다 왜 인간이 이러한 공간을 끊임없이 상상하고 갈망해 왔는지에 대한 의문일 것입니다.


샹그릴라의 매력은 완벽함에 있지 않다고 합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삶, 타인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서로를 존중하려는 겸손한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유로움이 그 핵심이라고 하는군요. 이러한 요소들은 결코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는 가치가 되겠지요.


흥미로운 점은 샹그릴라를 외부에서 찾으려 하면 그것이 더 멀리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샹그릴라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티베트 오지의 샹그릴라 사람들이 즐기는 소박하고 겸손한 삶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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